이 책은 예전에 독서모임 토론책이라 해서 준비했었던 듯 한데 정작 나는 독서모임은 가지 못하고 책만 묵혀뒀다가 좀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거리를 책방서 찾다가 발견했는데 읽고나니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
글은 슉슉 잘 읽히고 작가의 여전한 유머 실력은 녹슬지 않았음을 느끼지만 내용만큼은 간단히 말할 수 있는 그런건 아니었다.
첫 아이들 만났을때의 기쁨, 그러나 그 아이가 장애아라는 판정을 받았을때의 충격. 그리고 둘째를 낳기전 불안해 했던 부부. 초반엔 또 정상아라고 기뻐하다가 갈수록 형을 닮아가는 둘째를 보며 좌절하는 부부. 그런데 또 그런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인데 왜 이렇게 유쾌하게 쓴거냐.
물론 두 아이의 장애아 아빠라고해서 죽을 표정을 하고 슬픈 이야기만 하고 좌절만 할 필요는 없다. 적절하게 섞인 그의 유머적 코드가 책속 곳곳에 묻어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장애아 아빠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게 맞나 싶을만큼 웃음 포인트도 있는것이 어쩌면 그게 더욱더 이 글을 아프게 하고 또 따듯하게 만드는게 아닌가 싶다.
누군가 옆에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보며 자신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고 같이 나누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열거할때는 아... 뭔가 뭉클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면서도 또 긍정적인 면을 본다.
아이들이 시험을 제대로 못 볼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말썽부려 창문을 깰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잘못된 결혼으로 가족을 괴롭히는 걸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등등.....
그러나 그만큼 일상이 이 아빠는 고픈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