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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씽맨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지음, 안현주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6월
평점 :

솔직히 말하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큰 건 아니었다.
어차피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니 이런책 출간되면 얼씨구 좋구나. 이런 기분으로 책을 드는데 책 소개에서 살인사건에서 생존한 생존자가 책을 내고 범인을 찾는다는 특이한 구성이 관심을 끌긴 했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작가라 그리 큰 기대를 안 했던 것도 사실.
그런데 이상하게 책을 받자마자 왜 그리도 이 책이 읽고 싶던지.....
다른책이 내 손길을 기다리는데 이 책을 무조건 먼저 들고 싶다는 생각에 에라이~ 라는 심정으로 이 책을 먼저 펼쳤다.
오~
진도 팍팍 나가며 가독성 죽인다. 그리고 허얼~ 이건 뭐임?
범인이 이렇게 첨 부터 다 까발려저도 괜찮아? 진심 그래도 괜찮다는 거야? 그 정도로 이 자신있다는 거야? 라는 중얼거림.
진짜 첨 부터 나 범인. 그리고 너 생존자.
와...
이 와중에 뒷 얘기 궁금해서 잠 못 자는 나. 심지어 범인이 뒷 얘기 궁금해서 생존자 작가의 책 들고 몰래 창고로 들어가서 읽는거나 차 안에서 읽는 거 막 이해된다. 이 작가의 이야기 자체가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하게 만드는 구만.

일단 나는 범인이 이렇게나 가까이 있을 줄 몰랐고 이렇게 치밀하거나 대범 할 줄 몰랐네.
하긴 연쇄살인범들 잡고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심지어 너무 대단치(?) 않은 인물이어서 허무할 정도라는 그 말의 의미를 알거 같기도 하다.
서너건의 성폭행으로 시작된 일이 이제는 대범하게 살인으로 발전하고 심지어 연쇄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집 네 가족이 그 마지막 범행대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살았다. 몰래 마신 쥬스로 화장실로 가기 위해 깼고 그 사이 우리집에 침입한 범인은 엄마를 성폭행하고 엄마, 아빠, 동생 애나를 죽였다.
분명 나를 죽일 수 있는 범인은 나를 죽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고 그 고통속에서 살아 남은 나는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은 그 범인을 잡기위해 우연찮은 기회에 글을 쓰게 됐고 책을 출간하게 됐다.
자, 그러니까 이 책은 지금의 범인 나의 이야기와 과거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 조사를 마친 생존자 나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평범한 일상을 살고있는 범인 나. 그런 나의 범행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낱낱히 나타나 있다. 심지어 범인인 나 역시 궁금해서 책을 덮지 못한다. 그리고 생존자 에블린 나의 이야기는 오롯한 고통속에서 살아온 이십여년간의 아픔이 글 속에 묻어있다.
이제껏 뭐랄까. 이런 추리 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늘 범인을 잡는 경찰들에 감정이입하고 범인을 추리하고 그 스릴을 느끼는 맛으로 책을 읽어왔었던 것 같다. 대부분 그렇치 않았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그 범행이 있고 난 후의 피해자들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TV뉴스에서나 다큐등에서 간혹은 나오지만 텍스트로 만나는 그 고통이 더 깊이 박히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어째서 나는 한번도 그들의 고통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가.
심지어 나 역시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고 있으면서 말이다.

참 할 말도 많은 책이고 재미도 있는 책이고 특이한 구성력 또한 멋진 책이다.
그래서 오~오~ 감탄사 연발에 가독성도 짱이어서 다 읽고 얼른 리뷰써야지.. 라는 맘이 들었던 책.
물론 바빠서 이제서야 리뷰쓰는 건 안 비밀.
그나저나 다시 연쇄살인범에게 미끼(?)가 되기로 한 에블린.
범인 잡혔냐고?
이제는 범죄생활(?!)을 접고 건실하게 살아가는 범인이.... 다시 시작했냐고?
에블린의 삶은 여전히 고통이냐고?
책 읽어 봅시다.
작가에게 뒷통수 제대로 또 한번 맞을 테니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낫씽맨.
아무것도 아닌 낫씽맨.
그래서 그 삶도 낫씽,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