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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의 세상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3년 3월
평점 :

저 세상 너머 어디쯤엔 지금보다 나은 우리네의 삶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까?
이토록 바닥을 치는 삶이 싫다. 버둥거려봐도 늘 제자리걸음에서 허덕일 뿐 더 높은 곳으로 향하지 못하는 삶.
물질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결국 삶은 그걸로 귀결되고 있는 그런 세상.
주원규 작가의 글은 <반인간 선언> 이라는 책으로 작년 즈음에 만나 본 듯 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또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냥저냥으로 만났던 작가라 이 책의 표지나 제목으로서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심지어 이 책 표지만 보고는 일본작가 소설인가 착각 했을 정도였다.
왠지 차분한 그런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펼쳐질 것만 같은 그런 기분.

끝이 없는 지경으로 무너져 버린 한 가정의 이야기 인 듯 하면서 그 속에 바닥을 치는 삶의 이야기가 있다.
정리해고로 인한 고통속에서 대표와 대화를 원하는 아빠, 뿔뿔이 흩어져버린 가정을 지키고자 애쓰는 엄마, 학교까지 포기해가며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얻어보고자 애쓰는 딸, 그리고 그런 집의 작은 방 한칸도 못 차지에 스스로 집을 박차고 나온 아들.
물론 이들은 재혼가정이다. 하지만 그에 맞게 행복을 찾아 가던중 어디서 어긋났는지 모를 어긋짐이 이 가족들을 하나하나 흩어지게 만들었다. 심지어 끝간데 없이 극한으로 몰고 있었다.
이렇게 나락으로만 치달으면 잡을 나뭇가지라도 있으려나 싶을 정도로 온 가족이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
그런데 이들 뿐 아니라 온 천지에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어마무시한 지각변동.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자연재해는 그런 이들에게 죽음의 두려움을 선사하지만 대신 뭔가 또 치고 올라갈 빛을 주는 듯한 기분도 들게 한다.

열린 결말이라 그들이 전부 어떻게 됐는지 독자가 상상해야 하지만...... 그냥....
"그들은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그런 흔하디 흔한 문구를 보고픈 마음이 강해지는 그런 내용이다.
하지만 상상되는 부분은 어쩐지 모두 온전히 모이지는 못 했을 거 같은 그런 기분.
그냥 모두 행복했습니다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피엔딩이 되지 않았을 거 같은 씁쓸한 기분.
읽고 나서도 이 무슨 억지설정이야 했지만, 그게 또 억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싹하기도 했다.
바닥을 찧고 올라 지금 보다 더 너머의 세상을 바라 볼 용기를 가진 그들이 되기를..
너머의 세상에 파랑새가 있다하더라도 그 파랑새를 쫓을 희망이 보이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