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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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SF소설을 자주 접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리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이 책은 보자마자 표지부터가 캬~ 완전 내 스타일 내 스타일을 부르짓게 만들었고, 제목도 거 참 특이할쎄.  라는 느낌으로 새로운 뭔가의 세계로 나를 인도해 줄 듯 하여 읽기를 시작하는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솔직히 나는 아직 <종이 동물원>은 읽어보질 못했는데 입소문이 꽤 많이 나 있었던터라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긴하다.  그러고보니 SF도 그다지였고, 단편도 그다지 였던 내가 이 책을 만난건 억지를 쓰자면 뭔가 운명이라는 건가. ㅡ.ㅡ;

암튼 개인적으로 싫어할 요소들이 많았음에도 왠지 막 끌리는 기분.

 


맨 첫 단편을 시작하면서 느낀 생각은 어? 얼마전 읽은 <수이사이드 클럽>.  물론 전체적인 이야기의 내용은 다르지만 인간의 생로불사의 욕심.  계속 살아가고자 하는 욕심을 초반부터 보여주는 거 같아서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로 미래에 대한, 죽지 않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꽤 많이 실려있었는데 그 설정하나 하나 특이한 느낌.

분명 누군가 영생에 대해 상상은 했을테지만 이런 켄 리우 식의 상상을 한 사람들이 있을까?

미래 과학에서 죽지 않음을 개발하고 우리의 영혼마져 죽지않고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몸을 영원으로 살아가게 하는 방법 혹은 두뇌를 잘게 분석해서 영원불멸의 삶을 이어가게 만드는 그런것들...

부모가 여섯명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  정말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어쩌면 이리도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런 새로운 이야기들이 떠오르지 않을텐데.......

그런데 대체로 미래가 전부 디스토피아적이다.  분명 영생이고, 영원불멸의 삶이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는 느낌은 없다.

육체는 사라졌으되 영혼은 가족이 함께지만 그건 인간이 아닌 삶이라고 거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렇게 정말 영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게 그리 행복해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영원의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모습들을 보면서는 결국 삶과 죽음은 자연의 이치로 둬야 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삶의 본질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봤다고 할까.


 

사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우리들도 과거 사람들의 생활에서 보면 인간 생명연장의 꿈을 이룬 미래인들이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 전부가 전혀 먼 미래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예전엔 오십세면 오래 살았다 했던 삶들이 지금은 백세시대 운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런 이야기들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겠거니와 이미 우리는 과거 사람들에게 그런 미래인의 존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그때와 비교해 행복한가?  흙을 밟고 돈이 없어 힘들어 하던 시절이지만 웃음을 지닌 삶이 있었던 것과 자연은 파괴되어 갈 지언정 편안함으로 무장된 우리의 삶.  비교자체가 완전 극과 극으로 나뉠 순 없을지라도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 이런 미래의 도래에 대해 결국 우리들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서늘함을 느꼈다.

그냥, 무서움이랄까.  영원불멸이라는 것이 그리 행복은 아닐거라는 느낌.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하고 과학적인 발전을 이룩하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그게 모든 행복을 말하는 것은 아닌 듯한 기분.

새로운 책 속에서 현실을 발견해 버린 기분이다.  결국 미래는 유토피아는 아닌 느낌.

그나저나 이런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면 무조건 팬이 되어야 할 판.  이 작가의 책을 전부 찾아 읽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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