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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빌리아 이발사의 모자 - 개정판
이재호 지음 / CPN(씨피엔) / 2020년 5월
평점 :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20대 초반에 접하고 꽤 많은 이야기 책을 읽은 것 같다. 그런 책들을 읽다보면 내 마음이 힐링 되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한다. 이 책도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해서 기대감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초반 시작은 글쎄... 내 스타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 초반만 지나고 나면 아이의 생각도 웃기고 뭔가 사연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신기한 듯 재미나고, 특히나 주인공 대성이는 어째 이런 기발한 고민과 생각들을 하는지 읽으면서도 쿡쿡 거렸다.
생각해 보면 어릴적에 선생님이나 주위 어른들이 막 겁을 주며 "너 그러다 누가 잡아간다.", 라거나 "어디에서 주워왔다." 라는 말을 들으면 고민을 많이하고 오빠와 싸운 나는 보따리 싸서 가출을 감행했었던 기억도 있다. 주워왔다고해서 우리 엄마 찾으러 간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그리도 웃긴지. 하지만 그때는 정말 심각했었던 것 같다. 진짜 우리 엄마가 **다리 밑의 떡장수고 우리 아빠는 엿장수가 맞는지.. 나만 왜 주워온건지... 그런 고민들을 그때는 꽤 심각하게 했었다.
여기 이 책의 주인공 대성이도 그렇다. 머리통의 고통으로 수박서리를 할때마다 들키는 대성이는 자신의 머리가 일사병에 잘 걸리는 머리라는 사실에 일사병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며 모자를 생각해 내고 수건을 뒤집어 쓰기도 하며 방학때 밖을 나다니지 않는다. 거기에 또 제대로 된 이발사가 아닌 것 같은 학교 밑 이발사의 등장은 대성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사병 걱정과 형이 말한 세빌리아 이발사에 대한 호기심. 모두들 미쳤다고 손가락질 해도 이상하게 대성은 그 이발사가 밉지 않고 뭔가 사연이 있을 듯한 울부짖음과 눈빛에 마음이 간다. 그런 대성이 마음이 아주 깊이있게 잘 표현된 책이다. 대성이의 시선이, 마음이, 눈빛이 신경쓰인다.
어릴적 대성이의 수박서리나 친구들과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는 모습은 꽤 내 어릴적을 닮아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고향 생각이 절로 났었다. 세빌리아 이발사에 대한 호기심은 왜? 왜? 대성아, 그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마..~ 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냥 왠지 초반 그 이발사의 행동은 사연이 있으나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후반즈음 뭔가 느껴지는 느낌이 있었다. 요즘 꽤 추리물들을 읽었더니 뭔가 추리하는 것들이 조금씩은 맞아지는데 여기서도 또 그런 기운이 발현됐나보다. 대성이의 느낌은 그런 추리하는 마음과는 다른거 겠지만 아무튼, 뭔가가 있었기에 그 이발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연많은 세빌리아 아저씨와, 쓸데없지만 지금 보면 꽤 재미난 대성이의 고민은 책을 읽는 맛을 마구 자극한다. 읽으면서 아주아주 어릴적 눈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대성이의 모습이 재밌고 귀엽고 그리고 감동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세빌리아 아저씨의 아픔은 또 아픔대로 와 닿기도 하고......
정말 어른이 읽기에 충분한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해보면 동화책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그냥 감동스런 책 한권이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