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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ㅣ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평점 :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 오래 살고픈 욕망은 모든 인간이 가지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늘 삶에 대한 미련이 어마어마해서 우리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리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나는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러나, 아직 현실적으로는 그게 참 힘든 상황. 게다가 뭣보다 아프지 않고 오래 산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 병원에 누워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그런 삶은 어찌보면 내가 아닌 삶이 돼 버리고 고통일 수 있으니 뭣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게 인간들의 욕심이다.
늘 믿고 보는 북로드의 스토리 콜렉트 시리즈. 그런 북로드에서 이런 인간의 수명에 대한 욕심과 오히려 죽고자 하는 사람이 나오는 미래의 SF라고 해야할지, 현실이라고 해야할지 그런 소설이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미래이야기 같은 그런 이야기를 즐겨 읽지는 않치만 이 책은 첫장을 시작하면서 이게 현실적으로 느껴지니 미래 이야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좀 특이한 일상 이야기? 하지만, 100세 생일에서의 멀쩡한 주인공 레아를 보면서 역시 상상은 상상이구나... 라는 느낌.
과거 우리의 수명이 50대 전후였던것에서 점점 늘어 이제는 인생이 60부터라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니 이 책의 이야기가 결국 상상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 다가가지 못한 미래지만 머지 않아 이런 100세는 기본적으로 뛰어 넘을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미래 사회에서 모든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100세를 넘어 이백, 삼백은 거뜬히 살아내는 시대. 하지만, 그와 반대로 버려지는 유전자로 태어난다면 이래저래 온갖 병을 가지고 살아가다 일찍 세상을 뜨는 삶.
그걸 누군가 지정한다고? 참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이게 또 영 없지는 않을 법한 이야기.
우리의 주인공 레아만 해도 100세의 생일을 맞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모든 기준에서 우월하고 멋드러진 그녀는 딱딱 떨어지는 생활속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믿으며 일상을 살아간다. 심지어 출퇴근 길마져 딱딱 맞아떨어져야 하는... 절대적으로 벗어남이 없는 오차 불가의 삶. 하지만, 어쩌다 출근길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솔직히 생각해보면 이게 뭔 이유라고..말도 안된다 싶지만.) 사회의 감시를 받는 삶, 어긋난 삶이 되어버리는 레아의 삶.
이게 말이돼? 아무리 사회가 통제 한대도 출근길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게 행복한 삶인가? 솔직히 우리의 삶은 어디로 튈지, 우리의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바뀌는, 그리고 그것의 딱딱 정해진 삶이 아니기에 재미있고, 스릴있고, 예측 불확실하니 미래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이다. 물론 모두들 다 행복한 삶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순간의 삐끗으로 나락속을 헤매는 삶 역시 어마하게 많다. 불확실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 인간이라면 무릇 그렇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로봇의 삶도 아니고.....
책을 읽어가면서 답답함이 바짝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글에서의 답답함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서 오는 답답함. 조금의 허용치도 없는 삶. 이게 인간의 삶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게 너무 싫은 삶.
그런데, 마치 이렇게 우리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느낌. 그러면 안되는데도 그러고 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 더 답답하고 싫었던 건지도 모른다. 결국 이렇게 오차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우리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허우적 대는 게 아닌가? 딱딱 길을 정해주진 않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현재 따라가고 있는건지도... 그러면서 그 삐딱선을 타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왜 그랬어?'라고 말하는 건 아닐까.
참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뭣보다 짜여진 틀이 현실이 아니지만 현실같아서,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지만 그게 현실 같아서 쉽게 책장을 덮지 못 할 정도였다. 이제껏 뭐랄까. 이 시리즈가 주로 스릴러 물이 많아서 읽고나면 범인 해결하고 그런맛으로 읽었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 닿아서 뭔가 깊이 생각하게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뭐라고 명확히 집어 낼 수는 없지만 내 삶을 생각하게 되고, 미래 역시도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