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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어느 요양보호사의 눈물콧물의 하루
이은주 지음 / 헤르츠나인 / 2019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312/pimg_7203471152477618.jpg)
음.. 엄마가 돌아가시기 1년여쯤을 요양원에서 보내신 적이 있다. 형제, 자매의 많고 적음을 떠나 치매가 있으신데다 모두들 일하러 다니는 상황이기도 하고 오빠네의 틀어져 가는 가정을 보면서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될거 같아 언니 오빠들과의 의논끝에 내려진 결정이었는데 엄마는 아쉽게도 요양원으로 들어가시자마자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리신 듯 했다. 아직은, 그렇다. 아무리 지금 요양병원, 요양원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자식이 이렇게나 있는데, 어떻게 늬들이.... 그리고, 어떻게 키웠는데 이렇게 버리는 건가.. 라는 그런 마음들이 우리 부모님 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 모두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듯 하다. 사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고, 그렇게 했었어야만 했다고 우리들도 정당화 시키고는 있지만, 후회를 안하는 건 아니다. 특히나 오빠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울면서 전화를 했었더랬다. 내가 그때 그냥 모셨더라면 우리 엄마 더 오래 사셨을까? 정신줄을 이렇게 빨리 놓치는 않으셨을까? 하지만, 내가 무슨말을 하리. 그건 다 가정일 뿐이고 혹 그때 모셨더라도 엄마의 상태는 꽤 심각해서 오빠네가 이혼으로 갔을지도 모르는 상황일 수도 있는 것을......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어쨌거나 우리 형제지간의 불문율처럼 그런 말들이 마음속으로 오가긴 한다. 그래도 그게 최선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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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나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엄마 입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을 꺼라는 걸...
자식에 대한 집착이 심하셔서 우리가 진저리 칠 정도였는데 그 사랑의 표현을 감당하기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그 사랑을 그리워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아, 우리 엄마 참 외로웠었겠다. 라는 생각을 한번씩 해본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옳았다, 틀렸다 할 수 없는 가정사이고 이야기다.
암튼, 이 책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머님을 요양원에 모시고 죄인처럼 돌아가는 아들의 뒷모습.
요양보호사 겸 번역가로 일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마치 자신의 부모처럼 돌보는 이은주 작가의 에세이. 여기에서도 그런 죄인의 모습으로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더 자주 들여다 보아 달라고 한다. 죄인이라는 심정이라 더 자주 못 간다는 것 보다 더 자주 어머니를 찾아뵙고, 멀뚱멀뚱 앉아있기보다 손톱이라도 깎아드리면서 스킨쉽을 나누며 자신의 사랑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주라고 한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 작가분. 자식도 하기 힘든 어르신들의 수발을 어쩜 이리도 정성스럽게 하시는지....
특히나 돌보시는 할아버지는 제우스, 할머니는 뮤즈 라고 얘기한다. 뮤즈98, 큰소리치는 제우스...
요양보호사로서의 일과들과 그 분들을 돌보면서 생기는 이야기들이 어쩜 이리 따듯하게 적혀 있을까.
치매를 앓으시는 분들이 많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대부분인데도 참 정성스럽게 모시는 모습을 보며, 존경스런 마음까지 생긴다. 나는.. 나라는 사람은 그런것을 받아 들 일 수 있을까? 친정부모님은 안계시더라도 시부모님은 내가 모셔야 할텐데... 과연 나는 그게 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하고, 나 역시 이제 나이 들어감에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괜스레 남일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건 결국 늙어 간다는 걸 인지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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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으로의 출퇴근 이야기부터,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게 된 이야기. 가정으로 찾아가서 어르신들의 수발을 들어 드리는 일들이 너무 감동으로 와서 읽으면서 내내 엄마 생각하기도 하고 우리들의 미래도 한번쯤 생각하게도 된다. 특히나 초고령시대에 들어서 버린 우리나라를 생각한다면 치매 걸리신 어르신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이분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님들, 복지사분들에 대한 처우 또한 그에 못지 않게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만 들어오던 그 분들의 일상과 직접적인 체험이 확 와 닿아서 지금의 내가, 그리고 내 주위가 다시한번 더 돌아보아지게 된 에세이다. 그리고, 뭣보다 작가님을 존경하게 됐다고 할까.
요양보호사가 되는 법부터, 요양보호사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이러이러한 일들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실질적인 이야기까지 참으로 알찬 에세이가 아니었나 싶다. 이야기의 알이 꽉꽉 차 있는 느낌.
어떻게 하면 제우스와 뮤즈님께 짜증내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그게 잘 안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