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와, 드디어 나는 그녀의 책을 만났는가?  몇년 전 우리나라에서 <미 비포 유>라는 책으로 돌풍을 일으킨 조조모예스의 책을......

주위 많은 분들이 읽었고, 내 이웃분들도 꽤 많이 읽은데다 워낙 입소문이 좋아서 언젠가 한번은 만날날이 있겠지..라며 좀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뭐, 책이야 구입해서 읽으면 되는 것이련만 원체 책탑 쌓고 읽기가 사는 것의 반의 반도 안 따라가니 그녀의 책이 유명하대도 급할 거 없다는 그런 느긋함도 있었던 듯 하다.  아니, 어쩌면 에이~ 다들 다 봤다는데... 나 한명쯤 안봐도 되겠지 싶은, 그러니까 베스트셀러나 드라마가 히트되면 괜히 더 보기싫은 심술보랄까.  그런게 작동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 좋다고 하지만, 나는 아닐 수도 있으니까 라는 얄팍한, 어쩌면 쓸데없는 자존심 혹은 먹어보지 못한 포도에 대해 저 포도는 쉴 꺼라 생각하고 포기해 버리고 마는 여우의 마음 같은게 아니었을 까 싶다.  하지만, 그래도 명성이 워낙 높다보니 기대치 만큼은 또 어쩔수 없는거라서 살림에서 새 책 나왔다는 소식에 그럼 나는 <미 비포 유>의 명성보다는 새 책을 공략하리라, 라며 호기롭게 <호스 댄서> 너를 아작(?!) 내 주리라~!! 며 책을 받았다.


근데, 허걱~ 이 두께감 무엇인가.  워낙 비만씨를 사랑하지만 이 만만찮은 두께는 이미 그녀의 책을 펼치기도 전에 압도 당하는 기분.  아, 그래도 이 정도의 두께감을 주는 책을 쓰는 작가라면, 이라는 믿음도 또 하나 더 생기는 기분도 느끼며, 책을 펼쳤다.  <호스 댄서>라.... 표지에 말이 있으면서도 나는 제목과 말을 연결 시키지 못한 무지를 선 보이며 책 초반을 읽어나가는데, 아.... 라며 짧고도 무지한 함성을 내지르며 책장 넘기기 돌입.

프랑스 남자 이야기련가?  하다보니, 또 사라라는 10대 소녀가 등장한다.  말을 너무도 사랑하고 가족처럼 생각하는 소녀.  어릴적부터 말과 함께해서 자신의 말 "부"가 없는 세상은 상상 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나 시련은 한꺼번에 닥치기 마련.  그런 소녀에게 할머니의 돌아가신 슬픔에서 서서히 벗어날 즈음에 이제는 할아버지마져 쓰러져 버리고 만다.  그런 그녀에게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닥칠 것인가?  과연 그녀는 사랑하는 말 부와 함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사라의 이야기만 등장하지 않는다.  번호사의 커리어로 자신의 무지개빛 미래를 펼쳐 가는 너태샤 같지만 정작 이혼을 결심하고 이젠 별거상태인 맥의 등장으로 모든 생활이 복잡하게 꼬이기만 한다. 

난 여기서 초반 읽어나가면서 도대체 너태샤와 사라는 어떤 관계냐고.. 왜 두 집안(!) 이야기가 나오는 거냐고? 라며 궁금증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두께감이 만만찮으니 솔직히 초반 부분은 지루하지 않았다는 말은 못하겠다.  이야기 초반 전개부분이긴 한데, 너무 답답한 사라의 상황과 너태샤의 답답증들이 나에게 확~ 끼쳐 오는 느낌이라 좀 맘에 안들었다.






그래도 내가 약간의(?) 지루함에도 참을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필력이었다.  뭐랄까.  솔직히 말하면 사랑이이야기 이런 부류의 글을 쓰는 가벼운 작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터라 이런식의 전개를 가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느낌이 확 다가온 기분.

어쨌거나 사라와 너태샤의 삶이 엮이면서 그녀들의 삶은 복잡하지만 서로 마음속에 담긴 사랑을 뿜어내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기만 하는 두 사람은 참 닮아 있다고 느꼈다.  성격은 정반대 인 듯 하지만 툭툭거리는 그녀들 속에 담긴 사랑이 눈에 보이는 느낌.  어쩌면 이 둘은 이미 정해져 있던 인연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닮아 있는 그녀들이기에 상처에 아파하면서 표현 못하는 서툴음.
 


중 후반까지도 나는 너태샤와 사라의 그 속내가 답답해서 책을 읽는 내내도 '그냥 말해.  그리고 도와달라고 해.' 라고 사라하게 소리쳤고, 너태샤에게도 다시 한번 더 돌아보라고 몇번이나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녀들은 참..... 사랑은 하지만 그걸 표현 할 줄을 모른다.  물론, 사라는 자신의 말에 대한 사랑은 한없지만 새로 만나 가족이 된 사람에겐 표현이 서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중2병 정도이니 오죽하려나마는...... 그래도, 그런면들이 너무 안타까워 책을 읽는내내 마음 졸였다.  사라가 어떻게 될까봐, 너태샤가 또 마음의 상처가 커질까봐.

다른 이들도 등장하지만 나는 결국 이 두여인의 모습을 쳐다 볼 수 밖에 없는, 지극히 객관성을 버린 독자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어떻게든 서로 보듬어 주라고 책장을 넘길때마다 같이 마음 아파 하는 것 밖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조조모예스라는 작가가 만들어 낸 캐릭터에 감정이입은 백프로 되고 말았던 것 같다.  대단한 작가구나.  그녀의 삶을 마치 내 삶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그래 "상처 받았다고 해서 모두를 밀어내 버려선 안돼." 이 한마디외엔 그녀의 글에서 또 어떤 말을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상처를 받지만 또 그걸 해쳐 나가는 게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사라처럼, 너태샤처럼, 혹은 맥처럼...

모두들 이용하려고만 하는 사람만 존재하는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또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는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하게 만든 사랑스런 책이 아니었나 싶다. 

마음의 상처를 완벽히 치료할 순 없지만 다시 시작하는 그들에게 그 마음의 흉터쯤은 미래를 살아가는 그 새로운 가족에겐 더 깊은 사랑을 생각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십대 소녀이었고, 어디서나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이라 더 와 닿았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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