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널 사랑해
교코 모리 지음, 김이숙 옮김 / 노블마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언제 읽었더라?  아마 10년은 넘은거 같긴하다.  결혼전 읽은 건 분명하니까.....

보통 읽을책들이 더미로 쌓여있어서 재독하는 경우는 많치 않은데, 이 책은 요즘 소장욕을 버리고 나니 그래도 옛날에 읽고 내 최애 책이 됐는데 무조건 소장해도 될지 말지 고민이 들기에 한번 더 읽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예전 내 기억으론 이 책이 나를 살렸었기에 그만큼 애정도 깊은 책이기도 했다.  평범할 수 있는 책인데, 나에게 특별한 건 이 책을 읽고 이런 이기적인 엄마 되지말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땐 엄마가 아니긴 했지만 우울증이 좀 깊었더랬다.  그래서 안 좋은 생각들도  꽤 하고 해서 머리속이 복잡했다랄까.  그때 만난 이 책은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을 했는데 한순간 확 바꿔주는 계기가 됐었다. 



어쩌면 책 내용은 간단할지도 모른다.  어느날 엄마가 자신을 두고 자살을 한다.  그리고 남겨진 유키의 삶.

데면데면한 아빠는 엄마가 돌아가신지 1년도 안돼 불륜이었던 여자친구를 정식으로 아내로 맞았고, 새 엄마의 눈치밥과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외가댁과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 여건등등.  모든것이 유키의 삶을 조여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유키는 잘해낼거라는 엄마의 편지한장으로 근근히(?) 해쳐나가는 삶.

유키의 삶이 겉으로 드러나기엔 크게 변화없지만 유키 스스로에게 일어나는 소용돌이는 어마어마하다.  그걸 그냥 속으로 자신으로 삼켜버리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책을 읽는데 마음이 버거웠다.

이런 이기적인 엄마.

이 엄청난 고통을 딸에게 자신의 부모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남겨놓고 가면서 "넌 그래도 잘 해낼꺼야." 라는 떵그러니 편지한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널 사랑해."  쳇.

나는 싫었다.  이런 엄마.

자신의 고통만 한순간 생각하고 모든이들에게 대못을 박고 흐스러진 모습....


안다.  엄청난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을지..... 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생각만 하고 마는 아픔.

남은자들까지 그 기나긴 터널속으로 밀어넣어 버리는 그 길고도 깊은 암흑은 말해 뭣하리.

보통은 자살을 선택하기까지 고통스러워 하는 화자 본인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후 고통속에 하루하루 살아가는 남은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서 나는 뭣보다 와닿았고 가슴아팠었다.  그리고 남겨진 유키에 대한 안타까움이 뭣보다 컸다고 해야할까.

아무도 사랑하지 않게 되어버린 굳은 마음은 더 고통의 나락으로 자신을 옭아매게 만든다.  하지만, 결국 또 사람에 대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되는 게 사실.  그래서 한뼘 더 성장해 가는 유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분이기도 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 더 마음아프기도 했고...... 그 고통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안되지만... 암튼, 읽을수록 이런 이기적인 엄마가 싫어.. 라며 같이 눈물흘렸다.

대충 전체적인 줄거리는 기억하고 있었는데 십여년만에 다시 책을 드니 전혀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아, 유키가 이런삶을 살았구나.. 를 새로 만난 기분.  내가 기억하고 있던 줄거리가 아니었던게야. 

암튼 다시읽어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책이긴했다.  처음읽을때와 상황이 좀 많이 달라져 그때만큼 후벼파진 않았지만 아프긴 아팠다.   고통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유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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