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실수로 널 쏟았어
정다연 지음 / 믹스커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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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나이 어릴때는 에세이를 좋아했었다.  오롯이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들을 읽으며 같이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아쉬워 하고...... 그런데, 나이를 들어가면서 세상사 사는거 뭐 특별한 거 있나.  그런 생각들이 들어선지 에세이에 큰 감흥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아예 멀리 하는 건 아니지만, 어릴적 만큼은 좋아하지 않게 됐다고 할까.

어쩌면 인생 살아오면서 조금이나마 내 생각이 똬리를 틀기 시작하고, 뭔가가 고나마 적립되어 버린 나 그 자체가 되어가다보니 결국 다른이들의 삶에서의 공감보다는 내 삶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내가 아닌 이의 글이 나와 비슷하다면 박수 짝짝이지만 그게 아니면 더 멀리 밀어내 버리려는 생각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에세이는 어쩌면 내 또래, 비슷한 이의 시각인 글을 찾아 읽으며 일부러 공감을 깊이 하고 싶어 하는 그런류들만 룰루랄라 했던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 에세이는 뭐랄까.  일단 제목에서 파닥파닥 낚였는데(?) 사실 소개글에서 분명 30대초반 첫직장을 그만두고, 사는것도 사랑도 실패만 해 가는 20~30대를 위한 위로의 글이라는 개념을 알고나서도 왠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나도 그런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그 시절을 생각하면 추억이고 그때는 힘들지라도 뒤돌아보면 정말 별거아닌 고민거리였다는 듯한 그런 관망자이자 미리 선 체험한 사람으로서 공감을 하고 싶었고, 어떤 위로를 하는지 보고싶은 기분이었다.  지난시절을 되돌아 보며 그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느낌으로 읽고 싶은 기분.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녀의 약력에 집중에 되어진다.  그리고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  오롯이 그 나이대의 이야기에 공감해야 하는데 자꾸만 저자의 그외것들에 눈이 돌려진다.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이 안됐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들을 가슴팍으로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의 감정들을 짚어나가긴 하는데 뭔가 혼자 겉돌고 있는 기분.

내가 그 나이대가 아니라서 그런걸까?  그 나이대에 내가 겪은 일하고 달라서 일까?

나는 그때 한참 인생이 재밌었다.  그냥,  재미없던 인생에 돌파구를 찾기위해 여러모임에 나돌아 다녔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신나게 여행을 다녔고, 20대에 못한 일탈아닌 일탈은 나는 오히려 그때 했었다.  그래서, 짝사랑에 마음아팠고, 양다리에 상처받았어도 그때는 그게 신나고 재밌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책에서 쏟아져 나온 이야기들에 같이 공감하는 능력이 엄청난 차이로 떨어져 버렸고, 그저 글의 느낌만 받아들였다.  그녀의 이야기들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호기심도 들고, 신문기자를 박차고 나오면서 그녀가 느꼈던 감정을 조금은 느껴보기도 했다.  왜 제목이 이런지도 어느정도는 감이 오는 듯도 했고...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우울로 뒤덮은 세계속에 괴로워도 했으니....  그리고 잡념과 미래에 대한 불안덩어리로 어딜 헤매야 할지 몰라서 감을 잡기도 힘들었던 것도 있었으니...... 30대초가 완전한 즐거움만 있는 건 아니었구나..라는 뒤돌아 봄도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들이 그리 크게 와 닿치 않는다.  이제는 뭔가 인생에서 그런감정들의 소모보다 현실적 소모가 더 커져버리니 갭이 크다.




게다가 그녀는 너무 첫직장에 대한 이야기와 그만둔 계기, 신문기자 이야기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뭔가 자꾸만 반복되어지는 느낌적인 느낌.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것 같아서 좀 아쉬운 느낌.

날것에 대한 드러냄이 거리낌없지만 나는 그런것들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읽는데 아쉬움 아닌 아쉬움으로 남았다.

역시 책은 읽어야 할 시기가 있고, 또래의 감성이 어느정도는 맞아 떨어져야 하나 부다.. 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나 할까...



그냥 어쩌면 실수로 널 쏟은건 아닌거 같다.  실수인 척 둘러대는 그 나이대의 느낌이지만 실수가 아닌 기분.

그리고 어차피 지금 그 상황의 현실들은 실수라 할 수 없지.. 그런 하나하나의 것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인걸.

실수가 아닌 경험으로..  그렇게 너를 쏟아내고 나를 오롯이 돌아보는 것이 아닐까.

그러다보면 이젠 쏟아도 쏟은게 아닌 척 할 수 있는 노련함이 인생에 깃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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