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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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꼭 필요한 이야기 일 수 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과 짜증, 그리고 두려움과 놀라움이 교차되는 감정을 왔다갔다 느끼며 그래도 딱히 이 책을 읽어내고(?) 싶은 마음은 안 생겼다.

사실 오랜만에 독서모임에 가서 토론을 해 보고자 해서 구입해 읽었는데, 정작 독서모임은 태풍 타파가 온다는 소식때문에 집에서 한발짝 못나가게 되고 역시 토론하는 모임식구들의 이야기도 듣지 못한채 이렇게 혼자 끄적끄적 리뷰를 쓰게 됐지만 읽으면서도 싫었고, 언니와 통화하면서도 "언니 나는 이 책이 싫어요." 라고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읽어 나가는 도중도 진도가 크게 안 빠져서 좀 시간이 걸렸다.  일단 이 책은 한가지 감정만으로 정리 할 수 감정이 슝슝 튀어나온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는 불편한 느낌, 그리고 또 불안한 느낌....  그리고, 중간쯤 가서는 그래도 아이를 믿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에서 짜증이 밀려왔고, 자신의 자식보다는 같이 일을 저지른 친구에게 더 원망하는 듯한 어조가 느껴져 기분이 나빴고, 후반에는 그리워하는 아들에 대한 절절함에 이건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 갈등이 좀 있었더랬다.



일단 이 책의 저자 아들은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 일어난 총기사건을 일으키고 자살한 딜런 클리볼트의 엄마다.

요즘은 솔직히 미국에서 총기사고가 워낙 자주 들려와서 어떤 사건이 어떤 사건인 지 모를정도로 헷갈리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총기사건이 학교에서 일어난 첫 총기난사 사건인 줄은 이 책을 통해 알았고만.. 심지어 15명이 사망, 23명인가 부상..

15명 안에 이 사건을 일으킨 범인 두명도 포함된 인명사고..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지른 범인의 엄마가 자신의 아들을 이해해보고자 그리고 전혀 이런 전조증상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럴 수 있다는 충격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원인을 아들의 뇌건강에서 찾고자 애쓰는 모습, 총기사건이 일어나기 전, 후의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이 사건이 기억이 잘 안 난 관계로 사건을 검색해 봤네.

그랬더니, 동영상이 있더만.

총기난 사건 현장이 아닌 이들 범인들이 제작했다는 일명 지하실의 비디오던가.. 그런 제목의 비디오.

나 그 영상보고 놀랬다.  그냥, 한마디로 무서운 사이코패스느낌.  물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게 아닐지라도 내가 본 영상은 그런거라는 거.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런 무서운 모습을 자신에게 보이지 않았고, 따듯한 미소를 보내던 내 아들의 모습을 당신들은 모르지 않느냐, 그런 아들이 아니었다를 역설하고 있지만, 동영상에 비친 그들은 영락없는 살인자들의 모습.

누군가를 해 하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보였고, 총 연습을 하면서도 히히덕 거리는... 그리고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대해서 가책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서 도대체 어떻게 엄마의 변명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물론 이 엄마가 말고하자 하는 바를 모르는 건 아니다.  자신에게 전혀 그런 악마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자신의 양육방식에 있어서 사랑을 전혀 주지 않았다는 왜곡된 보도와 보통의 가정에서 보통의 아이로 자랐던 딜런이라는 본인의 아들이 이럴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놀람과 두려움 고통, 그리고 여전히 아들이기에 사랑하고 그러워 하는 마음.

자기 아들은 아닐거라는 많은 이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  사실 처음 나도 몇장 읽으며 불편했던 게 정말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정이었다는 사실에서 충격을 먹었던 거다.  특히 엄마의 애정표현은 애정결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 비하면 과할정도였으며 아들과의 대화도 엄마가 부족하면 아빠가 보완해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 되는 가정이었다.  그런데, 그런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니.... 그래서 나도 두려웠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무겁고도 큰 일인것인가에 대해..  늘 양육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했었는데 이런 평범한 가정에서 악마라고 불러도 뭐라 할 수 없는 아이가 태어났고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나도 어떻게 키워야 하나 라는.. 그런 두려움.

하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글은 짜증도 났다.  자신의 아들의 뇌건강이 결국 좋치 않았고, 우울증이 함께 왔으며 기타등등.... 변명일 수 밖에 없는 부분에서 일차 짜증이 왔었고, 특히 같이 한 친구 에릭에게 전부 뭔가 미루는 듯한 인상을 이 책에서 받을 수 밖에 없어서 이차짜증..  결국 누가 주도했든 딜런도 역시 참여했고 결정했고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르고 사람을 죽였다.  그런 부분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면서도 이 엄마는 에릭을 원망하는 듯한 어조를 띈다. 

이래저래 솔직히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결국 읽고 책모임 식구들과 이야기로 풀어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았는데 짧은 리뷰로 대신하려니 아쉬운 기분이 드는 책이다.  암튼 글을 쓴 저자의 의도는 알겠지만 나는 그냥 그리 좋치만은 않은... 말그대로 몇십명의 목숨을 우습게 안 아들에 대한 변명으로 밖에 안보여서 박찬욱 감독의 추천사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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