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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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미스터리라고 해서 사실 포와로나 미스마플이 나오는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추리소설 같은 부류를 기대했었다.  지금처럼 과학적인 방법은 없지만 뭔가 혼자 고심하는 탐정이 있고, 하나하나 길을 따라가다 해답을 발견하고 마지막에 빵~ 하고 범인을 터트려 주는 그런 추리소설 이야기. 


그런데 의외로(?) 이 책은 범인을 밝혀내는 탐정은 없고, 심지어 범인 조차도 아예 너무 드러내놓고 첨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니, 어? 이거 추리소설 맞어? 라는 것이 책을 읽는 내 마음.  게다가 가독성이 무지 좋아 책장이 휘릭휘릭 넘어가는데 추리하는 것보다 뭔가 이 두 남녀가 언제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깨닫게 되지? 라는 로맨스를 기대하는 난 뭐지? ㅋㅋㅋㅋ

추리소설에 대한 기대보다 로맨스에 대한 기대가 더 컷다.  마치 제인오스틴의 소설처럼 서로에 대한 오해로 인한 괴로움, 즉 오만과 편견을 읽는 듯한 기분.  고전은 원래 그런 기분이 팍팍 느껴져야 재밌긴 하지.



솔직히 말하면 여자주인공 리디아에 대해서는 아놔 민폐캐릭터.. 라는 느낌이 강했음.  자신을 걱정해 주고 보호해 주는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도 거짓을 일삼는 자들의 편에만 서는 답답함.  물론, 그녀의 입장에서는 정말 꽃같이 순수해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브리거랜드양이라는 사람이 절대 그럴리 없다는 믿음과 잭에 대한 편견을 지녔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중간중간 드러나는 진실들에서도 천사의 탈을 쓴 그녀를 의심해 볼 수 있었을 텐데 전혀 그렇치 않다는 거.  그러면서 너무 바보처럼 그들을 따라다니는 자체가 요즘의 시대로 보자면 그리 맞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네.  뭐, 어차피 어딜가나 민폐캐릭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자주적인 여자 주인공을 원하는 입장에서는 그녀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었구만...... 

아, 여기서 범인은 너무 빨리 밝혀지고 아예 대놓고 범인이라고 말하고 계획을 꾸미니 일단 범인에 대한 스포라고 할 수도 없다.  그냥, 나 범인.  책 제목에서 조차 그러니까....

단지, 추리소설의 반전을 확실히 느낀건..... 리디아를 경호해주던 경호원에 대한 호기심과 그의 정체...빠밤~!!



어찌보면 권선징악에 크게 개의치 않는 마무리가 나는 더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무리에 있어 완전한 선도 완전한 악도 안보여 주는 듯한 느낌.  어차피 모든 책이나 이야기들이 그런 걸 추구한다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또 선과악으로 나눠어져서 악이 모든 죄를 다 받는다.. 뭐 이런 것도 아니니까..

어쩌면 이 책의 저자는 벌써 그런걸 깨우친 건지도 모르겠다.

겉모습에서 오는 편견으로 순수해 보이는 여자는 무조건 거짓말을 못 할 것이라는 선입견, 허름하고 지저분한 사람은 다 뭔가를 꾸미는 사람처럼 보이는 선입견......

이 책은 우리들의 그런 편견에 대해 어쩌면 말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추리소설보다는 인간의 마음속에 이미 각인된 이미지로만 상대를 재단해 버리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기분.

그래서, 읽어가다보면 제인오스틴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우리의 편견에 한방 날리는.....

섬세함은 덜했지만 그 다듬어지지 않는 이야기속에서 오히려 더 재미가 느껴지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추리에 대한을 기대한다면 좀 아쉬울 수 있겠지만 나는 좋았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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