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생각해보면 직장생활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고, 특히나 경제상황이 요즘처럼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는 일자리가 있지만
불안불안 할 때가 많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결혼과 동시에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가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딱히 큰 재주도 없고 스펙도
없어 아이나 잘 키워야지. 그랬더랬다. 그런데, 어찌어찌하다보니 나는 어느덧 워킹맘이 돼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직장을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몇년은 다녀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운 좋게 정리해고 안되면 말이다.)
암튼, 그렇다보니 직장인에 대한 애환이나 이야기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저자는 방송국에 근무하던 나름 괜찮은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어느순간 가족의 간병을 해야하는 문제로 퇴사를 하게되고, 시간이 흐른후 다시
직장을 찾아 나선 저자에게 맞는 직장이란 그야말로 비정규직의 일 밖에 없었다. 그것도 괜찮은 일거리들은 눈씻고 찾아보기 힘들고 일용직으로 몸
쓰는 일이거나, 나이많다고 천대받거나, 혹은 효율성이라고는 1도없이 시간때우고 가는 경우가 많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의견제시를 하면 칭찬을
받는게 아니라 계약직이 뭔 상관이냐는 식의 무시가 일상이었다. 도대체 여기 내가 아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맞는가 싶었다. 하긴, 그렇다고 해도
내가 딱히 일본 시스템에 대해 잘 알거나 그런것도 아니고, 나름 선진국이라고 이름 붙었는데 이 정도일까나 했더니..... 우리나라 보고 헬조선,
헬조선 젊은이들이 외치는데 시스템 좋다는 일본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더만..
물론, 나는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을 살아온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 현재를 살아가다보니 비정규직과 함께 하게 된 세대긴 하지만 말로만 듣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이 정도라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이 책만으론 일본이 더하다 했지만 우리나라 구석구석에도 이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나..... 라는 의문도 생기기도 하고...
얼마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며 시위를 하긴 했었는데 (지금도 진행중이긴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 책으로나마 조금 이해할 것도
같았다. 쉽게 쉽게 흔한말로 자를 수 있고, 복지에 있어서 그리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며, 정규직에 비해 일일이 신경 쓸 부분이 많치 않은
단순 노동을 맡기면 되는거니 모든 어렵고 힘들고 곤란한 일은 비정규직에게 맡겨 버리면 끝. 그러니 기업에서도 크게 제재가 없는 이상은
비정규직을 하루이틀 고용하고 바로 바로 순환시켜버리는 일상.
우리나라는 그러고보면 요즘은 어느정도의 시기가 지나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법이 있는데, 이것도 교묘하게 이용하려나?
일본도 그런 경우가 다반사던데......
저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정규직을 놓치지 말라고 한다. 비정규직의 처우에 비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대우라고....
정규직이라고 무조건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자신이 비정규직으로서 겪어보니 그 차이가 워낙 극명해서 정규직에 대한 힘듦은 그에 비할바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게다.
일본인들의 주인의식(?)이나 업무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이야기들을 주로 들어왔던 터라 사실 그 이면의 이야기에는 그리 신경쓰며 보지
않았고, 그래도 뭐 우리나라보다는 낫겠거니, 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비정규직의 처우를 보다보니 이건 뭐... 헬일본도 만만찮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나 어느정도 개선점을 찾아가는 우리나라에 비하면 일본은 그런 개선점들을 위한 보완책이 있어도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 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어쩌면 교묘한 눈속임이 존재하겠지만...) 어느 누구, 나라를 막론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이래서는 안될거라는 걸 실감한 계기가 됐다. 정규직과의 확연한, 너무나 끔찍한 차이는 그들을 더 의욕을 잃게 만들었고, 제대로 된 대우없이는
악순환만 반복된다는 상황을 알게됐다.
대책마련도 시급하지만 이미 마련된 대책이 실천 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말 생각해보면 누구나 비정규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사람일이라는 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저자도 간병을 위한 퇴사였으니......
우리모두 누구나 한순간에 비정규직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나몰라라 하는 뜬구름 잡는 정책보다는 좀 더 명확하고 확실한 정책과 실천이
우선히 돼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