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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를 펼친 밤
김재국 지음 / 미문사 / 2019년 5월
평점 :

개인적으로 게임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치만 요즘 게임들은 PC나 폰으로 어찌나 실사처럼 이쁘고 뽀사시 하고, 잘난 인물들이 게임을 펼치는 지....... 간혹은 호기심이 생기고, 폰에도 몇 개 깔아보긴 했는데 역시 나는 게임쪽은 영 아닌건지 그리 실행을 안하게 된다. 요즘은 아이들이 무협 느낌의 챙챙~칼싸움 느낌의 게임보다 네모난 세상의 게임을 즐기다 보니 그건 아이들 하는거 보고 간혹 보긴 하는 정도인지라 이 책에서 게임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을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했었다. 그리고 줄거리 조차도 사실 감이 안 온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느낌이었다.
근데, 책을 펼쳐 읽어보니...... 어라? 처음 내가 느낀 느낌은 "게임중독자" 라는 단어만 먼저 생각났었다. 현실과 게임의 세계가 구분이 안되는 느낌. 무협의 세계를 넘나드는 멋진 주인공을 만든 게이머는 사실 현실에선 고시원에 파묻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게임에 완전 열중해 있는 흔히 말하는 실패자, 혹은 패배자.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도전해 그래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사람이었다면 나는 이 주인공을 열렬히 응원해 줬을 것이다. 그런데, 아.... 어쩌나 내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 주인공.

그야말로 한심함의 끝을 보여준다. 심지어 현실과 게임속 주인공과 일체화 되는 느낌을 가지는 것 보고 헐~ 했었다. 문제는 요즘 게임에 빠져 본인이 할 일을 안하고 아이를 굶기는 사태, 그리고 모든것을 내팽개쳐 버리는 상황들이 일어나니 이 책을 보면서도 그런 한사람을 보는 느낌이라 뭔가 불편 한 느낌.
물론, 저자는 그런 게임 중독자를 그리고자 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낙오자로 고개 푹 숙이고 남들앞에 자신없어 하지만, 게임속의 캐릭터를 자신과 일체화 하면서 또다른 나로 받아들이고 점점 힘을 얻어가고 본인 역시 그런 단점을 캐릭터로 인해 일어서는 그런 이야기인지라 희망적이고 그리 나쁘지 않은 설정일 수도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럴 수 있을까? 게이머가 다 이상하거나 다 나쁘거나 그런건 분명 아니고 심지어 요즘 각광받는 직업중 하나임에도 이 책속 주인공에 수긍할 수 없는 이 기분.
특히나, 사람들에게 어느정도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할때는 그런 기분이 더 들었다.

분명 저자가 의도한 바는 게임 캐릭터가 하나하나 자신의 힘을 넘어선 세상을 헤쳐 나가면서 창조자인 게이머에게도 새로운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런 부분보다 차라리 무협의 게임 세계 이야기가 그냥 더 재밌어서 차라리 무협소설로 나아가는 건, 혹은 전부 무협이야기 였으면 더 재미나게 읽었을 텐데 하는 그런 기분.
현실의 주인공보다 게임속 주인공이 비욘드월드에서 떨어져 언더월드로 내려오고 그 극한의 상황에서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그 모습이 흥미진진. 게다가 한판씩 벌어지는 싸움을 볼 때 마다 뭔가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라 더 재미진 느낌. 차라리 무협소설을 내소서. 그럼 제가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은데.... ^^;;
찌질한 캐릭터 일지라도 내가 응원한 캐릭터가 있고, 아.. 이건 좀.. 그런 캐릭터가 있다. 여기 주인공이 분명 다시금 희망을 가지지만 왠지 동정도, 정도, 응원도 가지 않아서 크게 와 닿치 않은 느낌.
이야기는 재밌었지만 주인공에 감정이입조차 되지 못해서 힘을 주지 못한 아쉬운 책이 돼 버렸다. 역시 나는 게임이야기랑은 그리 안 맞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