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후도 서점 이야기 ㅣ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평점 :

어쩌면 내 책태기의 시작은 이 책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책은 안 사더라도 인터넷 서점을 기웃기웃 거릴때마다 눈에 띄는 책이고, 내가 좋아하는 표지를 자랑하고, 게다가 서점이야기. 그럼 내가 당연시하게 읽어야 할 책처럼 보여서 몇번이고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 결국 소멸포인트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질러서 책 오자마자 펼쳤는데.... 아, 이상하게 책장이 잘 안 넘어가더라. 그리고 이상하게 손에 들기 싫고..... 뭐 시기가 그리 겹칠 수도 있지만, 진심 책이 잔잔해도 너무 잔잔해서 한 일주일 정도는 진지하게 읽어가다가 그 나머지 열흘정도는 아예 책을 손에 잡지도 않았다. 이 책으로 인해 다른 책도 잡지 않았다. 그냥, 잘 모르겠지만 딱히 읽히지도 않고, 멀리하고 싶었던 느낌. 너무 잔잔해서 인지, 내 기대치에 못 미쳐서인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문제는 이 책의 제목인 오후도 서점이 나오려면 아주 큰 인내로 거의 100페이지까지 읽어나가야 겨우겨우 오후도 서점 이야기가 살며시 나온다는 거. 그전까진 간사이 서점이 주 배경이고 주인공 잇세이의 인생과 서점에서의 이야기, 서점을 나가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책이 나오기까지의 서점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후, 오후도 서점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봤을때 딱히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아닌지라 제목을 왜 그리 지었는지는 여전히 갸우뚱이다. 어쩌면 잇세이가 처음 근무했던 간사이 서점이 제목이 돼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게 아니면 차라리 서점이야기라던가.. 뭔가 흥미를 끌기위해 이 제목을 한건지 어떤건지.. 오후도 서점도 한몫을 하지만 크게 이 책의 타이틀이 될 만큼은 아닌 이 기분.
이야기의 잔잔함과 잇세이의 이야기들, 서점사람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한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또 그 책들이 팔리기까지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나와 있어서 어쩌면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괜찮겠지만, 이 잔잔함만은 나와는 맞지 않아서 중반 갈때까지도 이 책은 별점이 세개에서 세개반 오락가락이었다. 그런데 후반부가면서 뭔가 좀 이 잔잔함을 알 거 같은 기분. 물론, 일본풍의 기존 힐링 소설과는 좀 다르다. 잔잔하긴 하지만 힐링하는 느낌보다는 서점의, 현재 종이책들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져서 그 쪽으로 이야기가 더 기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요즘의 출판시장은 비슷하기나 싶기도 하고... 서점들이 사라져 가는 현상은 똑같구나.. 라는 서글픔도 느껴지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져 좋았기도 하지만, 역시 너무 잔잔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 잇세이 이야기의 마무리와 고대하던 책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느낌까지와서야 어느정도 감동을 느끼긴 했지만, 역시 생각보다 읽기가 쉽진 않았다 개인적으로...... 웬만한 잔잔한 소설 다 좋아하는데 이 책은 왜 이리도 나를 괴롭혔나 몰라. 나도 이젠 서서히, 천천히 읽히는 소설은 싫어지는건지 어떤건지....... 그냥저냥 기대했던 것에 비해 나는 그리 큰 만족은 못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