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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남자, 아이를 키우다
홍승우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평점 :

만화를 자주 찾아보는 요즘, 거기다 역사 이야기까지 가미돼 있다하니 언젠간 읽어야지 읽어야지 라며 이 책을 찾아둔지가 몇개월인데 이제서야 집어들었다. 사실 언제 사 놨는지 일일이 기록을 하긴 하지만, 이 책도 사 놓은지 정말 꽤 됐구나 싶어 그저 내가 못 읽고 쌓아둔 책들에 대한 미안함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다. 미안하다. 내가 야금야금 지금이라도 알차게 읽어주마.
지난번 아이의 홍삼관련 제품을 검색하다 "양아록"라는 이름이 있어서 나는 그저 홍삼제품 이름인 줄 알았는데 이 만화를 보면서 알게됐다. 養기를양, 兒아이아, 錄기록할 록. 그래서 양아록. 내가 찾던 홍삼제품 이름도 거의 뭐 그런 의미로 짓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어쩌면 이 책에서 따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잠시잠깐 해봤다.
이문건이라는 예전 중종반정시절의 시대를 살던 사람이 귀양을 가고 자식들은 여섯인가? 를 낳았는데 그 시절 아이들이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경우가 허다하다보니 딸 둘 정도가 살았고, 아들은 열병을 앓다가 흔한말로 바보가 되어버렸다. 정신연령이 낮아져 버렸다고 해야하나. 그런데다 가문의 누군가 역모를 꾀하니 아주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귀양으로 오십여년의 세월을 보냈던가?
그래서 자손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컸던 바에 아들을 낳으니 남아선호사상에서 자손까지 귀한 집안에서 아들이 태어났으니 그 기쁨은 오죽할까. 그래서 할아버지가 손자가 커가는 육아일기를 쓴 게 이 책의 근원이 됐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한 것부터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기기 시작하고, 이가 나기 시작하고...
정말 사소한 것들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가 허약해서 어릴적부터 병치레가 잦아진다. 그러면 또 할아버지인 이문건은 노심초사 잠도 자지 못하고 아이의 곁을 지킨다. 그래서 일까 아이도 유난히 할아버지를 따른다.
하지만 엄연히 이문건은 귀양을 왔지만 사대부의 집안. 아이가 자랄수록 예의와 법도를 지키길 바라나 어디 뭐 자식이 제 맘대로 되던가. 일반적이지 못한 아들을 대신해 손자를 가르치지만 점점 더 엇나가기만 할 뿐이다.
그나저나 그때는 조혼이 풍습이긴 했었다지만 그래서 술도 좀 일찍 시작했나부다. 열살쯤이 지나니 손자가 다른이들과 술을 마시고 노는 모습도 당연시(?) 보여지고 있다. 수명이 짧았던 탓인지 그 나이쯤에도 성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아이들이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울 뿐이다. 뭐 지금도 술 마시는 청소년들이 있지만 여튼 우리는 불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뭔가 다 그러고 살아오는 거 같은 느낌.
여튼.... 손자의 엇나감. 말을 듣지 않음에 할아버지는 어마어마한 회초리를 때리기도 하고 화를 참지 못하고 심하게 다그치며 아이가 쓰러질때까지 매질을 한다. 그때는..... 아버지의 말이 곧 하늘이었던 시대이기도 했으니 단명한 아버지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니 아이가 크게 반항도 못하지만 지금 아마 그런일이 있다면... 글쎄..? 내가 봐도 너무 과하게 때리던데...

당연히 지금과 그때의 교육관이 다르고, 시대방식도 다르니 그때 교육방침을 따른다고 하긴 하는데 역시 지금의 눈으로 보다보니 과하다 싶은 점이 없지 않아 있긴하다. 물론, 또 지금보다 나은 점도 너무나 많은것도 사실이지만......
암튼 손자가 커가면서 오랜동안 아팠던 것 부터, 술병이 나 자리에 누워있거나, 공부는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하고, 아이가 질문을 던지면 오히려 역정되고, 그게 아니면 자신이 가르치는 것에 아이가 아니라고 반발하면 더 때리는 것등은.... 새로우면서도 그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일단 할아버지가 손자를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에 육아일기를 남겼다는 자체는 그야말로 박수 받을 일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나도 첫애 육아일기 쓰다가 관뒀는데 다 자랄 십여년의 세월을 촘촘히 기록했다니... 그래서 손자도 할아버지의 그런 애정을 결국 깨닫고 후에 의병을 이끄는 사람으로 자란다.
사대부의 육아일기. 한자가 워낙 많은 책을 만화형식으로 풀어내기 읽기가 훨씬쉽고 이해도 빨랐으며 재미도 있었다.
육아일기의 정성은 정말 대단한 거라는 걸 새삼 다시한번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