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은 이 작가의 전작 <카모메 식당>을 읽은 탓도 있지만, 표지가 이뻐서 산 기억이 난다.  어차피 표지족인 나한테는 한번 읽었던 작가의 글이고, 거기에 표지가 한몫하니 뭐 나쁘진 않겠다 싶어서 연작시리즈인 듯한 책을 두권 집에 들였었다.  신간일때 들여놓고 보니 벌써 4년이 지난건 뭐임? 허참.  늘 그런 책 사는 패턴을 유지해 오고 있긴 하지만, 나도 참 나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이제서야 정신 차리긴 하는데 이제껏 질러논 책들 읽어나가는 게 문제긴 문제인 어이없는 앙마씨.  어쨌거나 그래도 그 덕에 이런책을 책장 휘 둘러보다 이번참에 꺼내 읽어봤으니 그 맛도 나쁘지 않다.  그게 좋아서 책을 막 사재낀 거기도 한데 책장을 없애버리자는 가족들의 요구에 이제는 그런 행복도 달나라로 보내버려야 할 판이다.  책장 둘러보는 행복이 얼마나 좋은데 쩝. 


아니 당최 세평의 행복에 대한 책 리뷰를 쓰면서 어마어마하게 쌓아놓은 책장이 사라진다는 것에 슬퍼하는 것도 좀 우습지 않는가.  책 속 주인공은 그야말로 미니멀라이프를 생활화 하고 있는데 기껏 열심히 책 읽어놓고 이런 한탄만 하고 있다니.....



솔직히 말하면 무레요코에 대한 기대치는 그리 크지 않다.  <카모메 식당>도 영화로도 만들어 졌다고 일본에서 홍보해서 마음이 동해 작년쯤에 책을 읽어보긴 했지만 너무 기대가 컷던 탓에 그냥저냥 이었던 느낌.  물론 잔잔하면서도 소소하게 흘러가는 행복스러운 일상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일본소설은 요즘 너무 차고 넘쳐서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고 특별나게 무레요코의 책이 대단하다, 더 낫다.  그런 느낌이 크게 들진 않았던 거다.  그래서 이 책도 표지 이뻐서 겟을 하긴 했지만 읽으면서 아, 그 느낌.  이라고 들긴 하지만 또 막 아, 역시 좋아.  그게 아니라는 거.  어쩌면 <카모메 식당>에서 느꼈던 그 느낌의 연장선인거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좀 더 나은 기분?

왜냐면 여기 주인공이 20여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정말 다 쓰러져가는 빌라도 들어가거든.  그게 연꽃빌라지만.....

크게 엄청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게 아닌, 연꽃빌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마치 일기를 보듯 써 내려 가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책이 <카모메 식당>보다 더 와 닿고 공감도 더 많이 됐던 듯 하다.  굳이 배경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나라에서 독립해 나오는 마흔넘은 여자의 일상이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뭔가 큰 빚이 없더라도 사람이 쉽게 직장을 그만둘 엄두는 내지 못한다.   하지만 교코는 실지로 그런 일을 저지르고(?) 한달에 10만엔이라는 돈을 기준으로 더 넘어서는 안된다는 선을 지키고 소소하게 하는것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는 거.  그러나, 교코가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내가 뭘 해야하는건 아닐까? 라는 강박관념도 생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괜찮은 걸까? 라는 고민도 깊어간다.  게다가 다 쓰러져 가는 집은 여름엔 장마때문에 곰팡이로 소리를 질러야 하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난방기구를 두개나 돌려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과연 잘한건가? 라는 고민도 늘 도사린다.  그런데도 어쩐지 교코는 이 연꽃빌라가 좋다.  옆에 사는 사람들 중 좀 이상한 여인도 있고, 자신을 잘 도와주는 세상을 달관한 사람도 있어서 그냥저냥 그런 삶에 또 적응하면서 저금해둔 돈으로 출근하지 않으니 옷이 굳이 여러벌 필요없고, 그외 잡화들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니 먹고, 월세내고 가끔 소확행으로 비싼 커피한잔 하는것으로 일상을 보낸다.  뭔가 모르겠지만 왜 그리 부러운 삶이지?  다 쓰러져 가는 빌라에서 고생하며 사는 여인의 이야긴데?  게다가 도둑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치안도 안 좋은 곳인듯한데?  

그냥 뭔지는 모르겠지만 소소한 삶의 행복이 느껴지는 글이다.  그리고 마치 그곳에는 주인공인 교코보다 무레요코 자신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 일기 느낌이 강하다.  그냥 일상이라고 해야하나?  아직 한권이 더 남았는데 어쩌면 그 책마져 다 읽고난다면 무레요코 글에 대한 매력을 좀 더 느낄 수 있으려나?

일단은 그녀의 두번째 책에서 나쁘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잔잔하면서도 일기같아서 남의 일기를 마치 훔쳐보는 기분이다.  근데 또 어찌보면 그 책속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싶은 부러움도 든다.  그게 그녀 글에 기대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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