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누라를 어쩌지? - 사랑과 결혼에 대한 유쾌한 상상
박완서 외 지음 / 정음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이 출간된지가 무려 13년전이고... 나는 이 책을 2007년에 샀으니 12년전에 샀고.. 어찌보면 출간후 1년뒤에 샀으니 신간을 산거나 다름없는데 썩고 썩고 썩혀서.. 12년만에 읽은 이 상황.  참 어이없다.  나는 뭐한다고 책 욕심은 내서는 몇십년을 묵히고 익혀서 시간이 흘러가버린걸 한탄하며 읽으면서도 아, 이런 지금이란 상황이 안 맞네.  라는 생각을 하고, 새책을 헌책 만들어 놓은 탓에 벌써 색이 바래지려고 하고... ... 특히나 시대상이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상황이다보니 책도 그 시대, 그 때쯤 읽어야 하는 것도 있다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물론, 책이란 두고두고 읽는거라서 그때는 이랬지만, 지금은 이런 시대가 아니다.  시대적 상황 고려하고, 이야기속 배경을 고려하면 되는거겠지만 간혹은 그때 딱 그 시기에 읽었으면 적절했을 텐데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있다.  딱 이 책이 그런 느낌이다.  아마 십여년 전 읽었으면 그때는 지금보다 좀 더 공감하고, 이해했을려나?  시대가 변해서 이 책 속에 나오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뒤쳐진 느낌이긴 하지만 그만큼 어느정도 여권신장도 이뤄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계기도 되긴했다만, 역시 때에 맞게 읽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느낌이 더 강하다.



처음 이 책을 구입할때만 해도 제목에 혹했다.  아내를 낮추다는 느낌보다 귀엽게 사고치는(?)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의미로 제목을 해석한 나는 읽으면서 아놔, 그게 아니고 진심이네... 라는걸 깨닫는 순간... 뭔가 글이 심심해지는 느낌.

게다가 박완서외 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여러작가가 쓴 단편집 모음이라는 걸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 눈치없음.

역시나 제목에 혹해서 제대로 안 보면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걸 매번 깨닫지만..(표지에 혹해서 실패한다는 것도..) 어째 제목이나 표지에 낚이는 건 잘 안 변한다.  천성인가 보다.  이런 습관 어째 좀 바꿔야할텐데 스스로가 바뀔 의지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낚여 사서 보고 피 보는 상황이나, 혹은 대박을 건지는 상황을 즐기는 듯 하다.

암튼, 말 그대로 남녀간의 생각차, 남녀의 현재 상황 그리고 연애중, 결혼중 일어나는 이야기들이 단편들로 소소하게 묶여있는데 딱히 뭔가 크게 와 닿는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글들이 심심하다.  심지어 박완서님의 단편마져도 크게 임팩트가 없었단 진실.  고나마 시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딸이라고 미워하면서도 백일이라고 수수떡이라도 해주려나보다고 기대하는 며느리의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고 재밌었다.  백일 잔치 떡인줄 알았는데, 사위가 떡을 좋아한다고해서 조금 했다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딸년의 백일은 뭐하러 하냐는 시어머니의 말에 "그럼 어머님은 그런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딸의 남편을 위해 떡을 해 가시네요." 라는 말이 확~! 마음에 와 닿았다.  자신의 손녀는 여자라서, 딸이라서 별 볼일 없다만 그래도 자신의 딸과 함께 살아주는(?) 사위를 위해서는 떡을 해가는 시어머니는 결국 자신의 딸을 위해 떡을 해 가는 것이리라.  아무리 딸이래도 손자, 손녀는 내리사랑이라는데 참 시어머님도 너무 하시지.  근데, 그게 고작 십여년에는 그런일들이 있었다는 거다.  지금이야 딸이 더 좋아, 하나만 낳을 거면 딸 한명.  이라고 외치는 집도 부지기수지만 이리 세상이 변한것도 그리 오래지 않았으니 이 단편이 가슴에 콕 박히는것은 나도 그 시절을 완전히까진 아니래도 딸만 내리 셋을 낳아 서러움에 울었던 우리 엄마, 우리언니들을 겪어봤었고, 여전히 아들아들 하던 사돈들을 봐와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시어머니야 "나는 아들은 싫다." 라고 했던 분이시라 오히려 부담은 없었지만 (오히려 내가 더 아들이 낳고 싶었다는 진실..ㅋㅋ) 아들 아들 하던시절이 불과 몇년전이니 .....


요즘은 백일은 기념사진 정도로만 남기고 돌잔치는 나름 크게 하거나 그마져도 가족끼리 하는 경우도 많다보니 이 책에서 백일잔치 운운하며 크게 일을 치르려는 이야기들이 새삼 새롭게 와 닿긴했다.  그와 관련된 집안 에피소드들도 재밌기 보다는 여자들의 고통이 더 많이 나열된 경우가 많았고....


암튼, 읽으면서 책도 묵혀 읽지 말자는 생각이 강하게 다시 들었던 책.  고전이야 시대가 흐르고 시간이 흘려도 그에 구애받지 않고 사랑받지만 그게 아니라면 굳이 급하지도 않은책들 사서 쟁이며 몇십년 묵혀 읽는짓은 고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책이다.  덕분에 요즘 더 사서 쟁이는 짓을 중단 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서쟁이기보다 그때그때 필요하고 읽어야할 책들만 구입하고 지금 쌓인책들은 빨리 읽어줘서 빛 보게 해주자는 기분.  올해는 그 실천이 빛을 발하는 한해이길 이 책 읽으며 더 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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