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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평점 :
조선희 작가님의 책을 두어해전이던가?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워낙 겁보인 나는 그때 읽으면서 헉! 했었다. 사실 무서운 이야기 인줄 모르고 그때 덥석 손에 들었던 터라 후에 조선희 작가님의 다른 책이 나와도 솔직히 거들떠보기 싫을 정도로 나는 무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던가? 책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읽어도 이제는 어느정도 덤덤...까지는 아니지만 읽고 막 무서워서 난리치는 건 없어졌다는 거. 예전에 무서운 책 읽고 막 꿈에 나오고 하던 그런 것도 없고, 밤늦은 시간 화장실 갈때도 그리 무섭지 않았고, 심지어 엘리베이터에서 귀신 이야기 나온거 있었는데 엘리베이터타도 그리 무섭다는 걸 못 느끼면서 아, 나도 이젠 호러에 제법 담담해졌구나 싶었다. 스릴러야 뭐 워낙 책으로 좋아하니까.......
암튼,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무조건 멀리하고 봤는데, 이제는 그 재미(?)를 알다보니 이번 조선희 작가님의 신작을 보자마자 덥석!!
표지부터 아.... 나 귀신.. 넌 뭐? 막 이런 기분이지만 매번 느끼는 건데, 조선희 작가님의 책 표지는 늘 내 스타일이긴 하다. 표지족인 나에게 표지란 어쩔 수 없음.
어쩌면 이 책의 내용은 구전에서 전해져 오는 놀이를 바탕으로 한 듯 하지만,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뭔가 범인 잡는 듯한 기분도 들어서 추리소설적 느낌도 제법 있다. 물론, 이건 현실적으로 설명 불가능이라 범인을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는 거지만서도....
그래도 이 이야기는 안 믿을 수도 없을 만큼 뭔가 현실적인 기분도 있어서 정말 이런 위험한 놀이를 하게 되면 허걱~! 나 잡혀가는거 아냐? 막 이런 생각도 들게 만든다. 그만큼 이야기들이 사실적인 느낌이다. 꽤 잼나기도 하고.....
으스스하거나 무섭다는 그낌보다는 그냥 이야기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책장 잘 넘어간다. 뭔가 구성도 알찬 느낌이고...
그나저나 소리나무가 정말 있나? 방금 소리나무 검색해보니 진짜 있는 나무는 아님..ㅋㅋㅋ
그럼에도 너무 사실적인 구전과 현대이야기가 적절히 배치돼 있어 검색까지 해봤다. 혹시나 그런 구전 또한 전해져 오나 싶어서.
그래도, 소니나무라는 자체는 없지만 <나무 끄는 소리> 라는 게 있다는 걸 보니 약간 비슷한 느낌도 든다. 물론, 그건 노동요 느낌으로 산에서 나무를 해오며 소리를 하는거지만서도.....
딱히 줄거리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보니 이게 어쩌고 저쩌고 막 이렇게 얘기하긴 그렇치만, 일단 기본적으로 짧게만 얘기한다면 소리나무를 두드려 그들을 부르고 그들이 나타나 나 대신 해줬으면 하는 소원을 비는 이야긴데.....
일단, 기본적으로 그 소리나무들의 정체는 뭔가 딱 호러스러운 걸로 규정짓기엔 인간의 욕망에 내재된 또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되는 무엇이다보니 막 귀신이닷~!!!이라고 말하긴 뭐하다. 책 곳곳에 숨어있는 메세지 또한 그런 느낌을 강하게 지울 수 없다. 얼굴을 뺏어 나로 태어나려 하는 그것은 또다른 나의 욕망적 분출이 아니고 무엇일까?
내가 사라지지만 또 그것은 존재한다. 아니 내가 존재한다. 그러니 그것은 나고 나 역시 그것이다.
혹시 아는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진짜 사람인지 혹은 그것인지.....
자신의 내면속 깊은 곳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곳에서 분출한 욕심들이 뭉쳐져 또다른 내가 다시 태어나는 거 아닐까 싶다.
게다가 마지막 가벼운 반전(?)은 책 읽는 또다른 맛을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마무리가 내가 원하던 게 아니어서, 물론 작가님은 아마도 그 무한 반복적인 놀이의 끝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인간은 여전히 욕심을 갖고 있단 걸 이야기 하고 싶은 거 같긴 하지만, 주인공의 선택이 맘에 안 들긴 했다. ㅠㅠ 그러지 말았으면 싶기도 했고..... 오히려 종목이라는 친구가 더 멋져보였던 건 왜 일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어쩌면 이 한 페이지에 있는 듯 해서 그 글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정의를 위해 뭔가를 했는데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 그럼에도 세상을 위해 누군가는 계속 희생되고.....
하지만, 그럼에도 그 희생이 너라도 상관없다면 그 신념을 밀고 나가라는 것. 흑과 백이 뒤섞여 있으며 그것이 분리될 수 없는 말. 이 말의 깊이가 뭣보다 와 닿아서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딱, 이거다. 라고 할 수 없는게 우리네 삶이니까. 그리고 햇볕이 있으면 그늘 또한 공존하며 사는 거니까. 책을 읽으면서 그것에 대한 무서움보다 그들의 괴롭힘의 고통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과 그럼에도 놓칠 수 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들이 더 끔찍하고 싫었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