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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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니, 흔한 말로 전문직 여성이 아니라서 평생 나이들때까지 제대로 일 할 수 없을 거 같았고, 그래서 최후의 수단이라는 게 결혼이었다.  아니, 뭐 그런게 아니더라도 내 나이대는 그냥 당연시 결혼을 해야하는 분위기였다.  그리 오래 된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몇년사이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됐는데 내가 결혼할 때만해도 노처녀로 나이들어가니 시골 어르신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우리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책 읽는다고 결혼 못한다는 우스개소리까지 해가며 얼른 시집가야한다고 채근했으니...... 연애는 잼병이었던지라 결혼이 늦어지긴 했는데, 어쨌거나 결혼을 했으니, 앞뒤 생각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건 당연시 되고........  그렇게 첫째를 낳고, 육아라는 게 와~ 그동안 조카만 봐 주던 그런게 아니란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일을 하는 워킹맘이 되면서 애 보느니 차라리 회사를 가겠어요~라며 어머님께 말씀 드릴정도로 육아가 정말 쉬운게 아니라는 게 절실히 느껴졌다.  애를 낳고 자라기 전까진 책 속의 이상한 엄마들처럼 되지 않겠노라 마음 먹었지만 현실은 나도 막 소리치는 엄마, 잔소리하는 엄마, 심지어 어린시절부터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것들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엄마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처음 신혼일때는 그래도 결혼해서 같이 돈을 벌지만 남편이 좀 더 고생하는 거 같고, 아이도 없으니 아침밥은 당연히 챙겨줘야 하고, 집안일은 여자인 내가 해야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생기고 분가를 하고, 점점 많아지는 일거리는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어떤날은 지쳐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가 있었고, 점점 드는 생각은 같이 돈 버는데 나는 왜 모든일을 해야하는가? 라는 회의감이랄까.  심지어 쉬는날 청소나 밥을 하면서 이제 이거 치우면 이게 남았고, 이게 남았고 등등을 머리속으로 헤아리며 숙제처럼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런와중에 신랑은 아이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가 책임지고 좋은 학원이나 동영상등을 알아보고 틀어줘야 한다는 말에 욱하기도 했다.  왜 아빠는 안되냐고.... 그랬더니 자기도 잘 모른다네.  이봐요.  신랑님 저라도 다 아는 건 아니라고요.  그런건 정말 정보력 좋고 검색잘하는 사람이 먼저 하는 거 아닐까요?  꼭 엄마여야 합니까?  이렇게 소리를 치고 싶지만 나나 신랑이나 어쩌면 그런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에 여자는 당연히 이것, 남자는 당연히 이것.  이라는 선을 그어 버리는 게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당연한 생각에 대한 반기를 든다.  왜 당연히 육아는 엄마의 몫인가에서 부터, 결혼이라는 평범함마져 가질 수 없다는 요즘 세대에 대한 이야기부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기본 가치관을 흔드는 기분.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지 않다.  왜?!라는 의문이 주는 이야기가 참 신선하면서도 다시 깨닫게 되는 기분이랄까나.  그렇다고 뭔가 꼭 엄마가 손 놓고 있다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왜 엄마여야 하는거고, 사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요즘의 젊은이들에 대한 집단 이기주의에 대한 이야기등등

읽을수록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언젠가 부터 뭐랄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글을 읽게 되는 것이 즐겁다.  그 글이 비록 한순간 내 가치를 무너트리거나 하진 않더라도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어릴적부터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길들여진(?) 우리의 삶에 의문을 던지는 결혼과 육아,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물론, 대책도 있다.  단지 사람들이 귀를 막고 들으려 하지 않을뿐이지만........  하긴, 저자가 강의할때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쩌면 그게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무조건 이 저자의 생각에 동의 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책으로 읽으니 전체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와 닿아서 무조건적인 반대는 안될듯한 기분.



처음엔 결혼에 대한 문제, 그리고 육아, 교육등에 대한 문제, 이후로 그 교육으로 인해 사회전반적인 문제까지 대두되는 저자의 글은 읽을수록 얻는게 많아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왜 그동안 이렇게 생각을 한번도 해 보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도 가져보고, 그게 아니더라도 나역시 불만으로 생각했던 것들을 고치려는 생각은 왜 하지 않은걸까 라는 반성, 그리고 아이들에게 주입시킨 지금의 내 방식대로의 교육.  그들이 직접 겪고 느껴야 하는 것을 이미 내가 아이들에게 선을 그어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들.  읽으면서 누구나 공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다른 생각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인정하고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된 기분이다.  물론 아직까지 고정관념에 파묻힌 우리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 쉽게 바뀌는 건 쉬운일이 아닐테고, 집단이기주의로 변해가는 젊은 세대들은 또다른 생태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테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평범함속에 뛰어들어(?) 그렇게 세상을 살아왔는데 가끔은 그 평범함을 거부하고픈 생각도 드는 이 기분은 뭘까나.  이도저도 아닌 낀 세대인 나나 신랑이나 아이문제나 집안문제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어중간함으로 자리잡는 거 같아 고민이 많아진다.  결혼, 육아, 그리고 이 사회에 대해 뭐가 정답인지 알 순 없지만 고나마 책을 읽어가며 생각할 시간을 갖게 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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