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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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한국소설을 즐기지 않는 타입이지만 그래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를 독자인 내가 그대로 흡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로움을 느끼게 되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모호한듯한 그리고 어마어마한 우울을 바닥에 깔고 있는 듯한 글을 마주하다보면 읽는 중에도 늘 어찌 받아들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은 예술에서 다가오는 주인공 그녀의 삶이 너무 공허하고 아득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아.... 끝나고도 마음이 바닥을 때려서 뭔가 어떻게 해석해야하고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감당이 안되는 게 사실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속에서 가면을 쓰고 평생을 살아간다는 건 그야말로 말 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내면의 타인의 가면을 쓴 그 자체도 결국 본인이 아닌가?  이중성을 지닌 사람이지만 이 세상 사람들 모두 누구하나쯤 가면을 쓰고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비록 그녀가 어린시절 입양되면서 자신의 삶이 아닌 대리의 삶을 살아야했고, 그래서 더 악착같았다 하더라도 그 선택 역시 자신이었고 그 후의 모든 삶에 대한 변화 역시 자신이었기에 그녀의 전체적인 삶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그녀가 과거 춤속에서 자신의 허물을 벗어가는 과정을 과연 나는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것인가?

이것을 단순히 예술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춤, 행위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고민이 많았다.  흔한 말로 그 춤의 형식은 예술을 빙자한 외설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건 누구나 해석하기 나름아닌가.

내 비록 깨어있는 시선이 아닌, 보수를 가진 사람이라고 욕을 듣더라도 결코 나는 그녀의 날개짓이 용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의 춤추는 행위 역시.  뭐 내가 예술적 혼이 부족한 걸로 치자.  나는 그런 예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므로.....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은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주제들을 전부 담고 있다.   예술과 외설의 차이부터, 그녀의 얼음같은 삶에서 오는 퍽퍽한 느낌, 그리고 텐의 동성애까지.  편견의 시선이 존재하는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에는 좀 버거운 느낌.

물론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좇아 가면서 내가 이 들을 이해 못하는 건가? 라는 자괴감도 어느정도 들었다.  색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고, 그녀의 삶을, 텐의 삶을 색다른 시각으로 뽑아 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기도 했다.  그냥 내가 읽고 느낀 그대로의 마음대로..... 휘둘러 해석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왜 그녀가 그렇게 살아야만 했었는지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고, 그들과의 장벽을 친 것은 결국 그녀 자신이었으며 온 세상에 자신의 상처를 숨기며 또다른 그녀로 살기를 갈망한 것 역시 그녀 자신이었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선택지라고 해도 고통이 큰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행복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이중적인 가면 역시 그녀 자신이었으므로...... 텐에 대해선 글쎄... 크게 뭔가 색다른 인물일거라는 신비감이 있었지만 그 신비감을 높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그들의 불온한 숨을 엿본건 사실이지만 딱히 크게 와닿는 숨은 아닌느낌.

다른 이들에겐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닌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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