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공감 - 우리가 나누지 못한 빨간 날 이야기
김보람 지음 / 행성B(행성비)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원래 내가 신간을 구간으로 썩혀 읽는 인간인데... 심지어 신간 구매도 잘 안하는 스타일인데, 이넘의 도정제때문에 책을 잘 안사게 됐지만 이 책은 왠지 모르게 읽고 싶었다.  아, 물론 김보람 작가가 책을 냈다는 사실도 몰랐다.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피의 연대기>라는 독립영화 소개를 보고 관심이 무척 갔던 기억은 있다.  그러면서도 실지 영화를 보진 않았다.  부산에 제대로 개봉이나 했었으려나?  암튼, 흥미로운 영화였기에 언젠가는 한번 볼 예정이긴 하다.  아직은 그냥저냥 요즘 아예 TV 자체를 많이 즐기지 않다보니 넘기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래 언젠가는.... 이러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영화기도 하다.


어쨌거나 인터넷 서점 들어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피의 연대기 연상선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나만 아는, 여자들만 아는 그리고 생리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려냈을 지 하는 호기심이 들어 이 책을 생각보다 일찍 접하게 됐다.

사실 뭐 여자들 대부분이 그렇치만 한달에 한번 만나는 이 순간이 그리 달갑지 않고 그리고 언제나 쉬쉬하며 조용히 치르는 일이라 그걸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한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 획기적이긴 했다.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이런 일을 이야기 하는게 어색한 느낌.  그리고 뭔가 여전히 생리를 한다는 걸 무조건 숨겨야 한다는 현실.




근데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건 페미니즘이고 어쩌고를 떠나서 나 자신조차 이 피를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너무 스스로에 대한 몸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너무도 많은 방법, 편하게(?) 살고자 한다면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진실.  그러나, 역시나 아직도 예전의 가치관의 틀에 박혀 생리컵이라는 존재도 몰랐거니와 지금 알게 된 이 순간에도 나는 사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그냥 뭔가 기존에 늘상 생각해오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 자신에 실망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저자의 과감없는 진실앞에 나는 너무도 감추기만 좋아하는 독자가 아닌가 싶은 느낌.

그러고보면, 그렇다.  중학교때 친구가 백바지를 입고 온날 하필 그날 터져서는 하교할때 가방으로 가리고 가는 친구를 다른 친구와 함께 수근거렸던 경험이 있고, 남자아이들 또한 호기심 왕성하던 때 그 여자친구를 이상하게 쳐다봤던 기억.  그리고, 친구 엄마가 시장보러 갔다오면서 갑자기 터졌는지 버스 의자를 흥건히 적시고 내린것에 놀라워했던 기억. 

그게 그렇게 혐오스런 피는 아닌데.  심지어 날짜가 맞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은 가방속에 늘 구비한다고 하지만 간혹은 깜빡하거나해서 그런 순간을 맞을 수도 있건만...... 무지했었고, 이 피에 대한 혐오가 같은 여자인 나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생리혈이 갈색인 줄 알았다.  오마이갓..ㅠㅠㅠㅠㅠㅠㅠ

몰랐었다.  늘 갈색을 봐 왔으니까.  그게 생리대에 첨가된 성분때문에 그런건지 전혀 몰랐다.  생리를 시작하고 평생을 그리 알고 살았네  젠장.  내 피는.. 생리때의 피는 갈색인 줄 알았어. ㅠㅠㅠㅠ



요즘 우리나라 남녀 차이를 두고 댓글에 설전을 벌이는 경우를 꽤 많이 볼 수 있다.  특히나 그런 댓글에서 발견하는 생리충.

생리대 무상 얘기만 나오면 여자들은 공짜만 바란다는 둥..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나도 뭐 굳이 생리대를 무상으로... 라는 생각이 없진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어느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흔한말로 더럽다고(?) 생각했던 생리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 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됐었다.

왜 우리는 이 피를 그렇게 더럽게만 여겼을까.  그리고 부끄럽게 여겼을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선물을 받은 기회이고 고통이지만 우리몸을 알 수 있는 기회이거늘.


초반 결혼해서 생리에 대해 정말 잘 모르던 신랑이 기억난다.  지금은 자연스레 얘기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초반까지만해도 신랑은 정말 전혀 모르는게 많았다.  그리고 물론 지금도 그리 깊게 알지 못한다.  여자들의 그 피 흐르는 느낌을 알지 못하고 핏덩이를 솓아내는 아픔이 어떤지 알 지 못한다.  그래도 나는 어릴적엔 스트레스가 심하면 꽤 심한 생리통을 앓았었는데 어느순간 생리통이 뻐근한 정도로만 괜찮아져서 다행인지라 아픔에 대한 부분은 신랑도 실감은 못하는 부분인가 보다.  심할땐 조퇴도 두어번 해 본 경험이 있고, 내가 알던 우리 국사선생님은 점점 심해지는 생리통으로 웬만한 진통제는 듣지 않았었고, 내 친구 언니는 할때마다 늘상 병원에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였는데...... 하긴, 내 친구는 하는지도 모를정도로 전혀 안 아픈 사람도 있다.  어쨌거나 각자 몸이 다르므로 생리 또한 다르다.  그래서 더 여자들 조차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여자가 읽으면 정말 자신의 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너무 무지했던 스스로의 몸에 대해 자각하고 자신의 몸을 좀 더 사랑하게 되는 부분이 있고, 진심 반평생 살면서도 몰랐던 여자 몸에 대한 진실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남자가 읽는다면 그야말로 획기적일 듯한 느낌.  이해하지 못했던 여자들의 생리, 몸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절대 생리혈은 내 맘대로 조절한다고 화장실에 오줌누는 것처럼 되지 않는다는 진실.  그리고, 절대 생리대 광고처럼 생리혈이 파란색은 아니라는 진실(여자가 외계인이냐며..ㅋㅋ)  그 많은 핏덩이를 쏟아내고도 우리는 살아간다는 진실.  읽어 볼 수록 대박이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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