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바닥에서 자는지라 잠자리 양 옆으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쌓아둔 책들은 1/3은 읽다가 둔 책이고, 나머진 읽으려고 쌓아둔 책이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책꽂이에 있는 책을 마구 꺼내 같이 쌓는다. 도대체 책을 읽겠다는 건지, 쌓아두겠다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침에 괜히 잘 꽂혀 있던 책을 꺼냈다. 근데 아직도 이 책을 안 읽었다구?(-.-) 하는 친구들 많을 것이다. 뭐 한두 번 듣는 소리도 아니다. 재밌다는 소문이 들리면 안 사면 무슨 큰일날 것처럼 불안해하다가 일단 구입한다. 책이 도착하면 샀다! 라는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한번 휘리릭 넘겨보고 책꽂이에 꽂아둔다. 그게 일상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읽었어?"

_웅, 집에 있어. 아직 못 읽었어

(이게 나름의 안심과 자랑이다. 다들 아는 그 책, 나도 있다는!

안 읽은 게 아니라 못 읽고 있다는 사실!-

아, 유치해.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집을 하고 있으니)

"빨리 읽어봐, 정말 감동이야"

_웅, 언젠가는 읽을 거야.(그봐, 읽고 있잖아. 비록 7년이 지나긴 했지만!)

 

아침에 책을 꺼내고 언제나 그렇듯이 표지 사진을 찍고(이런 짓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소! 라고 자랑질하기 위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ㅋ)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살짝 색 바랜 표지는 빼서 두고 책을 들고 나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책을 펼쳤는데 어머낫! 이게 모야??

 

요즘은 이런 글을 잘 안 쓰는데(워낙 책을 마이 구입하니 그때의 감정이란게 죄다 충동구매이다;;) 예전엔 책을 사게 된 동기나, 그때의 감정을 적어두었더랬다. 이 책에도 구입한 날의 감정이 적혀 있다. 2005년 7월에 구입했다. 자그마치 7년 전이다. 2005년에 사 놓고선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뉘(-.-) 나도 참 징한 인간이다! 아무튼, 그 메모로 인해 한번 씨~익 웃고선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서서 진열대로 가더니 달걀을 하나 더 집어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한순간 나는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그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니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나는 그날 오전 내내 그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며 서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따금 그 맘씨 좋은 주인 여자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거기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첫 문장부터 몰입이 장난 아니더니 갈수록,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이제야 읽다니!  혼자 씩씩거렸다. 친구들이 추천하면 일단 읽어줘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미뤘나보다. 버스가 밀려 지각이라도 하길 바랐다. 책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저녁이 오기 전엔 읽을 수가 없으니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모모의 개구쟁이 같은 행동을 상상했다. 로자 아줌마의 투덜거림과 사랑이 마구 느껴졌다.

 

 

 

 

언젠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는지 몰랐다. 첫 단편부터 그러하니 그다음 편이 읽히지 않았다. 역시 몇 년 째 내 책꽂이에 꽂힌 채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로도 본 것 같다.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이해를 훨씬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해해보자고 맘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해했냐고?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보니 영화를 보면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을 엄두를 못 낸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앞의 생》은 그렇지 않다고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의 생》을 읽다 보니 얼마 전에 나온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이라는 책이 궁금해지고 말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보면서 더욱! 궁금했다. 살까말까, 어디서 빌릴 수 있을거야! 하다가 일단 로맹 가리의 작품을 읽은 후에 읽어야 하지 않겠어! 나름의 이유를 대며 구입을 미루고 있었는데ㅡ

 

 

 

 

그나저나 나 왜 모모에게 이렇게 몰입이 되는 거지?

애정결핍인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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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책을 잔뜩 쌓아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제일 먼저 김연수 작가의 《지지 않는다는 말》을 해치웠죠. 휴가 가는 길에 들고 가서 휴가고 뭐고 책이나 읽고 싶었습니다만, 한 번밖에 없는 휴가라 그러지 못하고;; 신 나게 노느라 들고간 책은 다 읽지도 못하고 가져왔더랍니다. 그렇게 들고 와서 나머지 부분을 읽는데, 세상에 이런 글이 툭 튀어나오지 뭐예요.

 

"내가 사 온 보석바를 보더니 친구도 "어, 보석바가 아직도 나오네"라며 반색했다. 사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만나는 친구였다.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서 자꾸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더 소중해지는 까닭이 거기에 있었다. 물론 우리는 언젠가 헤어질 것이다. 영영. 누군가 우리 곁을 떠나고 난 뒤에 우리가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기댈 곳은 오직 추억뿐이다. 추억으로 우리는 죽음과 맞설 수도 있다. 그때 그러고 보면 박경리 선생의 상가에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분의 어떤 일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었다.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이번 휴가 때 저는 여수 오동도로 다녀왔습니다. 지난번에 다락방 님이 여수에서 잎새주 마셨다는 글을 읽고 여수여수여수(어쩌면 잎새주잎새주잎새주 였을지도) 노래를 불렀는데 저도 그곳에 가서 잎새주를 엄청 마시고 왔지요^^

 

아무튼 작년부터 혼자 다니는 여행을 하다가 이번에 친구와 같이 갔는데 참 좋았더랬습니다. 혼자도 좋지만 둘도 나쁘진 않구나! 뭐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그랬는데 《지지 않는다는 말》에서 위의 문장을 읽는 순간, 아하! 공감공감 하며 고개 끄덕이고 "보석"같은 친구,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둘 만의 추억! 어쩌고 하며 참 좋아 했지 뭡니까.

 

이외에도 김연수의 《지지 않는다는 말》엔 참 좋은 문장들이 많습니다. 신품에서 서이수가 왜 《원더보이》를 필사하라고 했는지 알겠더라니깐요!!

 

 

그다음에 읽은 책은 이성아라는 작가의 책이었습니다.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라는 책이었는데, 생전 처음 만난 작가의 작품이었죠. 순전히 제목 때문에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여수엘 다녀온 후 휴가앓이로 바다에만 관심이 무쟈게 가는데 이 책에 바다는 물론이고 섬과 낚시, 배 그리고 태풍에 관한 스토리가 몇 편 들어 있지 뭡니까. 근데 알고 보니 이 작가님은 책도 여러권 내신 중견 작가! 그러고 보니 문체에서 그 연륜이 나오긴 하더라구요. 제 취향의 글들은 아니었지만 서너 편의 글들은 좋았습니다. 

 

그리고 애정하는 심윤경 작가의 신작 《사랑이 달리다》에 눈독을 들였습니다만 펼쳐보지도 못하고 주말이 지나고 말았습니다. 주말만 되면 항상 책들을 쌓아놓고 이 책들을 다 읽어주고 말겠다! 다짐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 이란 걸 잘 알면서도 만날 다짐만 해대고 못 읽은 책들은 쌓이고;;;

 

근데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출근하니 다시 신간들이 마구 눈에 들어옵니다. 전경린 작가의 《최소한의 사랑》이라거나 북극의 허풍은 어떻기에 제목에서 마저 허풍이라는 단어를 넣었는지 궁금해지는 《북극 허풍담》, 좋아하는 만화가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3》까지 안 그래도 책으로 터져나가는 제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더군요. 나오는 신간은커녕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간 마저도 읽을 틈이 없이 쏟아져 나오는 통에 쌓아놓은 김애란 작가의《비행운》은 언제 읽을 것이며, 반쯤 읽은 《여성 한시 선집》은 언제 마무리할지. 특히 진짜, 아껴 읽고 있는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는 정말이지 완전 제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홀릭하며 음미하고 공감하며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 버스에서 읽은 정혜윤 작가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완전 공감이 가는 말이라 밑줄 긋고 써먹을려고 접어두기까지 했습니다.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라는 장에 나오는 글입니다.

 

"남들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그 이야기 사이사이에 그와 비슷한 내 경험의 기억들이 끼어듭니다. 책 또한 내 이야기를 덧붙이게 합니다. 나를 다시 보게 합니다. 뭔가를 다시 기억나게 합니다. 책 읽기를 잠시 중단시킵니다. 이 짧은 중단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 기억을 찾는 일, 저는 많이 경험하거든요. 이외에도 공감 가는 문장이 많은데 역시 정혜윤 작가는 책을 읽었던 독자로서 독자의 마음이 어떤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읽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연신 고개 끄덕이며 읽고 있답니다.

 

정혜윤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건데, 진짜, 책은 우리에게 무한한 지식과 사랑과 행복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 같습니다. 책으로 인해 느끼는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 같아요. 하긴, 그러니 저는 허구한날, 책이나 읽고 있겠지만 말이죠(어, 어째 행복한 말투가 아닌듯;;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지금;; 그래서 그냥 끝!!).

 

 

 

덧, 제목으로 쓴 문장은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에 나오는 말에 나오는 말입니다. 김연수가 경험한 가장 비싼 고독이 고비사막에서 보내던 여러 밤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장입니다(아, 자꾸 길어지는 글;;;;꼭 글 못 쓰는 사람들이 이런단 말입니다;;;)

 

내가 경험한 가장 비싼 고독은 고비사막에서 보내던 여러 밤에 겪었다. 거기 사막에는 밤이 환했다. 달은 해처럼 환했고, 별빛은 달빛처럼 은은했다. 누군가 랜턴의 불을 밝혔다가 끄면 비로소 어둠이 잠시 찾아왔다가 이내 사라졌다.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캠프가 있었고, 나는 그 캠프에 설치한 게르에서 혼자 잠들었다. 문을 열고 게르로 들어가면 완벽한 어둠이, 다시 문을 열고 나오면 당장이라도 밤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닐까는 걱정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이 매달린 별들이 있었다. 나는 캠프 사무소 앞 벤치에 누워서 밤새 그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결엔가 이 우주가 참 아릅답다고 생각하게 됐는데, 그 순간 나는 고독을 경험했다. 고독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고독은 뭐랄까, 나는 영원히 살 수 없는데 이 우주는 영원히 반짝일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의 감정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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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7-26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는 긴것도 아니에요,,^^;;
이 정도 아주 적절한 길이라고 봅니다.
하긴 요즘 글을 다들 길게 쓰긴 하더군요,,저부터 자꾸 글이 길어져요,,저는 못쓰니까 그런거 맞습니다만,,ㅋㅋㅋ
이 페이퍼 참 좋아요, 리더수님~.^^

readersu 2012-07-26 16:31   좋아요 1 | URL
우왓, 마지막 줄, 이거이 칭찬?^^;;;;
제 주 특기가 길게 쓰면서 삼천포로 빠지기랍니다^^;;
읽어주어 감사해욤!

라주미힌 2012-07-27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ㅎ 조만간에 읽어볼게요...

readersu 2012-07-27 18:07   좋아요 1 | URL
라주님!
꼭 읽어보세요^^
가끔 제 추천이 아닌 경우도 있어서 걱정이지만도!^^

비연 2012-07-2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글. 읽고 싶어지네요...^^

readersu 2012-07-27 18:08   좋아요 1 | URL
오! 그렇다면 읽어보셔요! 좋아하시게 될거예욤^^
 

 

언제부터인가 소설의 영화화가 많아졌다. 베스트셀러가 아니어도 영상으로 옮겨 문제가 없어 보이는 소설들은 제법 빠른 시간에 영화화된다. 번역서의 경우는 영화 개봉에 맞춰 소설이 출간되기도 한다. 소설로 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맛보는 기분은 텍스트로 접할 때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그게 이미지와 텍스트의 차이점일 것이다.

예전엔 그랬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는 늘 영화보다 못한 느낌이었다. 영상미는 좋았으나 스토리의 감동은 소설의 절반이었다. 그건 아마도 두 시간 남짓 주어진 시간 안에 소설 속의 감정과 스토리를 다 보여줘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갈수록 원작이 있는 영화는 점점 더 많아지고, 많아지는 만큼 그 감동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감동적인 영화가 소설로 재탄생되는 경우는 없을까? 있다! 소설이 영화가 되기도 하는데 영화라고 소설로 다시 만들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니까.

 

소개할 책은 빌리 엘리어트이다.

2000년에 개봉된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소설판이다.

이 책은 리 홀이라는 작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84~85년 잉글랜드 북동부 더램 주의 아싱턴(작품 중 에버링턴)이다. 이곳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탄광지대였다. 그 시대는 2기 집권에 성공한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수상이 산업 합리화를 구실로 20곳의 탄광 폐쇄와 2만 명의 인력 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이에 맞서 19843월 탄광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때였다.

하지만 강성 노조 지도자 아서 스카길의 주도로 20만 명의 노동자가 1년이 넘게 끌어온 장기간의 파업은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은 대처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그 과정을 지켜본 한 청년의 가슴에 분노가 생기면서 [빌리 엘리어트]는 싹을 키우게 되고 영화의 배경이 된 것이다. 각본을 쓴 리 홀의 말,

 

당시 파업의 실패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 광부 공동체 내의 다양한 알력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당시 상황을 쓰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소수의 민중들에게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한 계급 전쟁이었죠. 이는 어린 시절 나에게 지우기 힘든 분노심을 남겼고, 이후 나의 많은 작품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빌리 엘리어트]는 그 탄광촌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주위의 편견을 이겨내고 발레리노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전해주었고 전 세계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그해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후 몇 년 뒤 뮤지컬로도 탄생한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의 청소년 문단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경력을 가진 멜빈 버지스에 의해 소설로 재탄생한다. 본격 문학의 관록을 쌓아온 그는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드러내길 꺼리는 금기시된 소재를 문학적 테마로 삼는 탓에 격찬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 작가로 알려져 있단다. 이 정도의 문학 경력자라면 소설로 탄생한 빌리 엘리어트를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소설 빌리 엘리어트의 전반적인 내용은 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스크린에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부분을 섬세한 필치로 채우고 카메라 앵글이 놓친 부분을 날카로운 감각으로 포착했단다. 또 장마다 서로 다른 를 내세워 다중 일인칭 소설로 재구성했다. 인칭이 모두 인 만큼 객관적인 사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한편 화자들이 여럿이므로 한 사건에 대한 여러 시각들을 제공했단다. 그래서일까, 영화를 소설로 재탄생 시켰음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영화보다 책을 먼저 접한 나로서는 정말, 영화가 먼저란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직도 영화를 접하지 않았다면 책을 먼저 보길 권한다. 그런 후에 영화를 보면 그 감동을 두 배로 받을 것 같다. 영화와 책에서 동시에 만족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 이 책 빌리 엘리어트는 달랐다.

 

빌리 엘리어트를 읽은 후에 영화가 소설로 재탄생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살펴봤다.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는 책으로 나온 것이 많았다. 최근작으로 [레테의 연가]이후 24년 만에 영화에 출연해 화제가 되었던 윤석화의 [, ]이라는 영화가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 이라는 같은 제목으로 책으로 출간되었다. 또 김형경 작가의 외출은 허진호 감독의 [외출]과 닮은 스토리로 서로 다른 매체로 동시에 진행을 한 작품이기도 하다.

 

그 외에 드라마 소설이라고 해서 인기를 얻은 드라마가 소설로 재탄생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찾아보니 무라카미 류의 래플스 호텔이 나온다. 이 작품은 영화를 거의 완성한 단계에서 소설화 작업을 했다고 한다. 무라카미 류, 정도의 작가라면 소설로도 꽤 인기를 누리지 않았을까, 싶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궁금해진다.

 

하지만 역시 영화 [빌리 엘리어트] 만큼 감동적인 영화가 소설로 된 책을 말하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의 감동은 말로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동안 카르페 디엠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킬 정도로 유명했으니까. 책으로 출간된 죽은 시인의 사회를 읽어보질 못했으니 영화만큼 감동적이다, 단언할 순 없지만 올라온 리뷰를 보니 책으로도 괜찮은 것 같다. 기회가 되면 영화의 감동을 책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책과 영화에 대해 친구랑 대화를 나누다가 친구가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안 읽어. 근데 그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감동받은 작품을 책으로 만난다면 분명 읽어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렇게라도 책을 읽게 되니 다행이지 않겠어?“ 듣고 보니 맞는 소리 같다. 영화의 감동을 책에서도!!

 

어찌 되었든, 좋은 영화가 다시 좋은 소설로 재탄생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빌리 엘리어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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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2012-07-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리 엘리엇
영화본 후 책으로 본 몇 안되는 경험..
대부분 책의 감동이 영화에선 안사는데..
이 두개는 영화의 감동이 책까지 이어진 경우였거든요.
새로 개정되어 나오나보군요..
다시 읽어 봐야겠다...

readersu 2012-07-25 13:37   좋아요 0 | URL
읽어보신 적이 있군요! 역시..
이번 개정판도 읽어보셔요. 여전히 감동은 그대로!!
 

괜히 또 신간 둘러보다 찜해버린 책들

 

 

김애란의 소설집이 드뎌 예판 들어갔다. 7월 출간 소식 들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제목은 《비행운》이란다. 차례를 보니 반은 읽었고 나머지는 안 읽은 것 같다.

책소개에 이런 말,

 

"김애란 소설을 한 편 한 편 읽으며 하게 되는 생각.
이들 중 나는 누구와 더 닮아 있고 누구와 더 비슷한 자리에 있을까.

내 머리 위 하늘은 어떤 색일까.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

 

공감!!

 

 

백영옥 작가의 장편도 나왔다.

제목은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단편을 선호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장편이 재미있는 작가가 있다. 난 긴 이야길 하는 백영옥 작가가 좋다.

그래서 이 책은 기대가 된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몇 권 안 읽었는데

이상하게 책이 나오면 꼭 살펴보게 만드는 작가다.

이번엔 '인터넷 사회의 본질과 현대인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파헤'쳤단다.

왠지 궁금해지는 책, 《얼굴 없는 나체들》

익명의 바다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진 일을 주제로 했다.

 

 

 

 

 

불교 전문기자가 썼다면 믿을만한 것?!

미리보기를 할 수가 없어서 책이 어떨지 모르겠다.

차례를 보니 매우 동하는데, 비.싸.다(-.-)

그래도 사찰의 숲길,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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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7-0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책까지 예약구매하고 읽고 싶은 신간들과 책을 어떻게든 모두 사들여 한숨 돌리나 했더니 김애란의 소설집............하, 하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걸까요. 안그래도 시험끝나고 한 타임 지르려하긴 했는데 이거까지 살 돈은 없는데......

readersu 2012-07-10 12:01   좋아요 0 | URL
시..시련은 저에게도ㅠㅠ
도대체 왜 이케 신간들이 쏟아져나와 나를 힘들게 하는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시험 잘 치르세요!! 곧 방학이라 좋겠다..
 

어제 친구들과 모임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책 선물을 들고 왔다.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고 맨날 시집 선물이다. 뭐 나쁘지 않았다. 한데 난 다른 책에 꽂혔다. 아이 엄마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리딩 프라미스》제목을 봐서는 재미 하나도 없게 생겼다. 그렇고 그런 교육 책인가보다, 했다. 슬쩍 빼앗아 뒷표지를 봤다. 한데 어랏, 뭐야! 완전 재미있겠잖아? 그랬다. 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과 관련된 에세이라면 다 좋아한다. 더구나 이런 훈훈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 에세이라면 당연 끌린다는 말이닷! 근데 왜 내겐 이 책을 안 주고 시집을 주느냐고(그 시집도 정말 맘에 들었다, 하지만!) 투덜거렸다. 녀석, '넌 시집을 좋아하잖아! 글고 다른(다른 책도 한 권 더 받았다. 별 관심 없던 책이었다) 그 책도 재밌어!' 한다. 췟!

 

아무튼 선물은 못 받았으나 맘에 들었으므로 가격을 봤다.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자마자 에이, 씨~ 넘 비싸잖아!! 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지난 주에도 내가 산 책이 한두 권이 아니란 말이다. 변명처럼 투덜댔지만 아놔;; 당장 살 수도 없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내내 이런 이야길 했다.

 

책이 너무 비싸져버렸어, 난 이 달에 책은 더 이상 사면 안 돼, 이 책 빌려가도 돼? 아냐, 이제 내 책만 읽어야지, 이 책은 재밌어?, 이 책 읽어봤어?, 도대체 이 많은 책 중에 읽은 책은 어떤 거야?, 아, 그 책은 정말 재미없더라, 그 신간 나온 거 알아?, 그 작가도 책 냈더라, 은근 재밌어보이던데, 리뷰 쓰기 싫어죽겠어, 이제 이벤트 책 받기 싫어, 뭐? 그 책이 곧 나온단 말야?

 

그렇다. 우린 모이기만 하면 책 이야기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라 이 친구들의 추천이면 무조건 오케이다. 추리라면 R과 P, J가 추천하면 그건 정말 재미있는 거다. 외국 문학은 J와 가끔 나와 P와 R, 시와 그림이라면 W와 P, 세계문학이라면 P, 요즘은 W도 세계문학에 푹, 빠졌지. 그리고 한국 문학은 나와 J가 추천해준다. 그래서 어제 찜한 책들, 아아 말하기 싫다. 다 사지도 못할 것을(-.-) =>움 언제나 그렇듯이 또 삼천포로 좀 빠졌다. 다시 되돌아와서,

 

 

오늘 서점에 들어와 신간들과 어제 들었던 책들을 죄다 훑어봤다. 침만 질질! 그러다가 또 다른 책까지 찜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서점엔 한 달에 한 번만 들어와야 한다, 고 상상만 한다. 신기한 것은 《리딩 프라미스》와 비슷한 책 관련 도서다. 반가운 이름, 정혜윤!

 

그녀가 또(라고 붙이는 이유는 첫 책내고 진짜, 열심히 어느 작가 못지않게 책을 펴내기 때문이다. 그토록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어쩌면 매달 책을 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나보면 안다. 겨우 앞부분 3페이지 읽고 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이므로!)  책을 냈다. 이번엔 책 읽기에 관한 책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제목을 보니 오래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첫 책 《침대와 책》을 내고 있었던 작가와 만남이었다. 그즈음 나도 책과 관련된 새로운 일을 시작하던 때였고 정혜윤 피디는 첫 책을 낸 저자였다. 그동안의 작가와 만남 중에서 그 만남을 제일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쓴 후기 때문이었고, 그날의 독특한 만남의 과정 때문이었으며, 그토록 책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때 같이 했던 독자들이 모두 그런 이야길 했다. 우리는 어떻게 자랐으며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작가 혼자 나와 떠들고 질문 받는 만남이 아니었다. 작가는 작가의 첫 경험을, 독자인 우리는 우리가 처음으로 책과 만난 첫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대박! 난 그날의 만남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좋았다. 나 아닌 다른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만났는지 알게 되었고, 세상엔 다양한 방법으로 책과 첫 조우를 하면서 빠져드는구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까닭에 '삶을 바꾸'기도 하는 '책 읽기'라는 제목의 이 책이 그동안의 다른 책보다 더욱 땡긴다는 사실. 그녀도 나도 어쩌면 책으로 인해 삶이 바꿔지기도 했으므로 대 공감!

 

그래서 당장 구매할 거냐고?(-.-) 손이 떨렸다.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이 잡았다.

 

 

메일이 들어왔다. 재빨리 장바구니에서 벗어났다. 휴~ 다행의 숨을 내쉬었다. 한데, 헐, 날아온 메일은 알라딘의 신간 소식이다. 뭐, 이메일 수신고객에게만 주는 특별 할인 쿠폰이라나? 나 솔직히 여행 책에 당분간 관심 끊었더랬다. 그럼에도 이병률 작가의 신간은 구입하고 말았지만 다른 여행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도 그랬다. 신간 코너에서 분명 봤다. 일부러 클릭조차 하지 않았다. 한데 메일의 책 소개에 넘어가버렸다. 이유는 '마음에 꼭 담아두고 싶은 우리나라 감성여행지 99곳'이라는 책소개때문이다. 이런 제길, 나, '감성' 좋아한다. 더구나 요즘 해외 여행 책에는 관심을 끊었지만 국내 여행 책에는 한쪽 다리, 걸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급적이면 클릭조차 안 할 거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무너졌다. 할 수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래,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자, 안 사면 된다.

 

당신에게, 여행》에 나온 감성여행지 99곳, 좀 많은 듯하다.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사기엔 좀 모험이다. 그의 감성은 나도 안다. 하지만 99곳, 진짜 좀 많다, 라며 내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사진, 으아~ 미치겠다. 더구나 99곳의 차례를 보며 나도 모르게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나도 가본 곳은?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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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7-02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시간 ~.~
언제나처럼 레더스님의 책 페이퍼는 꽉 차고 따뜻해요.
정혜윤 씨는, 창작블로그에 무슨.. 일요일이었나 그거 쓰시는 분 아니어요?

readersu 2012-07-02 18:39   좋아요 0 | URL
나두 실시간!!^^
아마 맞을 거예요. 책 이야기를 너무 재밌게 하시는 분이랍니다.
제 페이퍼를 고맙게 봐주시니, 제가 소이진 님을 은근 좋아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