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들과 모임 있었다. 친구 한 명이 책 선물을 들고 왔다. 나는 시집을 좋아한다고 맨날 시집 선물이다. 뭐 나쁘지 않았다. 한데 난 다른 책에 꽂혔다. 아이 엄마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리딩 프라미스》제목을 봐서는 재미 하나도 없게 생겼다. 그렇고 그런 교육 책인가보다, 했다. 슬쩍 빼앗아 뒷표지를 봤다. 한데 어랏, 뭐야! 완전 재미있겠잖아? 그랬다. 나,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과 관련된 에세이라면 다 좋아한다. 더구나 이런 훈훈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 에세이라면 당연 끌린다는 말이닷! 근데 왜 내겐 이 책을 안 주고 시집을 주느냐고(그 시집도 정말 맘에 들었다, 하지만!) 투덜거렸다. 녀석, '넌 시집을 좋아하잖아! 글고 다른(다른 책도 한 권 더 받았다. 별 관심 없던 책이었다) 그 책도 재밌어!' 한다. 췟!
아무튼 선물은 못 받았으나 맘에 들었으므로 가격을 봤다.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자마자 에이, 씨~ 넘 비싸잖아!! 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지난 주에도 내가 산 책이 한두 권이 아니란 말이다. 변명처럼 투덜댔지만 아놔;; 당장 살 수도 없고; 일단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리고 친구들과 내내 이런 이야길 했다.
책이 너무 비싸져버렸어, 난 이 달에 책은 더 이상 사면 안 돼, 이 책 빌려가도 돼? 아냐, 이제 내 책만 읽어야지, 이 책은 재밌어?, 이 책 읽어봤어?, 도대체 이 많은 책 중에 읽은 책은 어떤 거야?, 아, 그 책은 정말 재미없더라, 그 신간 나온 거 알아?, 그 작가도 책 냈더라, 은근 재밌어보이던데, 리뷰 쓰기 싫어죽겠어, 이제 이벤트 책 받기 싫어, 뭐? 그 책이 곧 나온단 말야?
그렇다. 우린 모이기만 하면 책 이야기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지라 이 친구들의 추천이면 무조건 오케이다. 추리라면 R과 P, J가 추천하면 그건 정말 재미있는 거다. 외국 문학은 J와 가끔 나와 P와 R, 시와 그림이라면 W와 P, 세계문학이라면 P, 요즘은 W도 세계문학에 푹, 빠졌지. 그리고 한국 문학은 나와 J가 추천해준다. 그래서 어제 찜한 책들, 아아 말하기 싫다. 다 사지도 못할 것을(-.-) =>움 언제나 그렇듯이 또 삼천포로 좀 빠졌다. 다시 되돌아와서,
오늘 서점에 들어와 신간들과 어제 들었던 책들을 죄다 훑어봤다. 침만 질질! 그러다가 또 다른 책까지 찜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서점엔 한 달에 한 번만 들어와야 한다, 고 상상만 한다. 신기한 것은 《리딩 프라미스》와 비슷한 책 관련 도서다. 반가운 이름, 정혜윤!
그녀가 또(라고 붙이는 이유는 첫 책내고 진짜, 열심히 어느 작가 못지않게 책을 펴내기 때문이다. 그토록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그녀로서는 어쩌면 매달 책을 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녀를 만나보면 안다. 겨우 앞부분 3페이지 읽고 한 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이므로!) 책을 냈다. 이번엔 책 읽기에 관한 책이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제목을 보니 오래 전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첫 책 《침대와 책》을 내고 있었던 작가와 만남이었다. 그즈음 나도 책과 관련된 새로운 일을 시작하던 때였고 정혜윤 피디는 첫 책을 낸 저자였다. 그동안의 작가와 만남 중에서 그 만남을 제일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처음으로 쓴 후기 때문이었고, 그날의 독특한 만남의 과정 때문이었으며, 그토록 책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때 같이 했던 독자들이 모두 그런 이야길 했다. 우리는 어떻게 자랐으며 어떻게 책을 좋아하게 되었는가? 작가 혼자 나와 떠들고 질문 받는 만남이 아니었다. 작가는 작가의 첫 경험을, 독자인 우리는 우리가 처음으로 책과 만난 첫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대박! 난 그날의 만남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좋았다. 나 아닌 다른 독자들이 책을 어떻게 만났는지 알게 되었고, 세상엔 다양한 방법으로 책과 첫 조우를 하면서 빠져드는구나,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런 까닭에 '삶을 바꾸'기도 하는 '책 읽기'라는 제목의 이 책이 그동안의 다른 책보다 더욱 땡긴다는 사실. 그녀도 나도 어쩌면 책으로 인해 삶이 바꿔지기도 했으므로 대 공감!
그래서 당장 구매할 거냐고?(-.-) 손이 떨렸다.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구매 버튼을 누르는 순간,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이 잡았다.
메일이 들어왔다. 재빨리 장바구니에서 벗어났다. 휴~ 다행의 숨을 내쉬었다. 한데, 헐, 날아온 메일은 알라딘의 신간 소식이다. 뭐, 이메일 수신고객에게만 주는 특별 할인 쿠폰이라나? 나 솔직히 여행 책에 당분간 관심 끊었더랬다. 그럼에도 이병률 작가의 신간은 구입하고 말았지만 다른 여행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책도 그랬다. 신간 코너에서 분명 봤다. 일부러 클릭조차 하지 않았다. 한데 메일의 책 소개에 넘어가버렸다. 이유는 '마음에 꼭 담아두고 싶은 우리나라 감성여행지 99곳'이라는 책소개때문이다. 이런 제길, 나, '감성' 좋아한다. 더구나 요즘 해외 여행 책에는 관심을 끊었지만 국내 여행 책에는 한쪽 다리, 걸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가급적이면 클릭조차 안 할 거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무너졌다. 할 수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그래,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자, 안 사면 된다.
《당신에게, 여행》에 나온 감성여행지 99곳, 좀 많은 듯하다.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사기엔 좀 모험이다. 그의 감성은 나도 안다. 하지만 99곳, 진짜 좀 많다, 라며 내리는 순간 눈에 들어온 사진, 으아~ 미치겠다. 더구나 99곳의 차례를 보며 나도 모르게 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나도 가본 곳은? 에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