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바닥에서 자는지라 잠자리 양 옆으로 책이 점점 쌓이고 있다. 쌓아둔 책들은 1/3은 읽다가 둔 책이고, 나머진 읽으려고 쌓아둔 책이다. 한데 그것도 모자라 책꽂이에 있는 책을 마구 꺼내 같이 쌓는다. 도대체 책을 읽겠다는 건지, 쌓아두겠다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침에 괜히 잘 꽂혀 있던 책을 꺼냈다. 근데 아직도 이 책을 안 읽었다구?(-.-) 하는 친구들 많을 것이다. 뭐 한두 번 듣는 소리도 아니다. 재밌다는 소문이 들리면 안 사면 무슨 큰일날 것처럼 불안해하다가 일단 구입한다. 책이 도착하면 샀다! 라는 묘한 감정이 생기면서 한번 휘리릭 넘겨보고 책꽂이에 꽂아둔다. 그게 일상이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읽었어?"
_웅, 집에 있어. 아직 못 읽었어
(이게 나름의 안심과 자랑이다. 다들 아는 그 책, 나도 있다는!
안 읽은 게 아니라 못 읽고 있다는 사실!-
아, 유치해.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집을 하고 있으니)
"빨리 읽어봐, 정말 감동이야"
_웅, 언젠가는 읽을 거야.(그봐, 읽고 있잖아. 비록 7년이 지나긴 했지만!)
아침에 책을 꺼내고 언제나 그렇듯이 표지 사진을 찍고(이런 짓은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소! 라고 자랑질하기 위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ㅋ) 역시 언제나 그렇듯이 살짝 색 바랜 표지는 빼서 두고 책을 들고 나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책을 펼쳤는데 어머낫! 이게 모야??
요즘은 이런 글을 잘 안 쓰는데(워낙 책을 마이 구입하니 그때의 감정이란게 죄다 충동구매이다;;) 예전엔 책을 사게 된 동기나, 그때의 감정을 적어두었더랬다. 이 책에도 구입한 날의 감정이 적혀 있다. 2005년 7월에 구입했다. 자그마치 7년 전이다. 2005년에 사 놓고선 아직도 안 읽고 있었다뉘(-.-) 나도 참 징한 인간이다! 아무튼, 그 메모로 인해 한번 씨~익 웃고선 책을 읽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어서서 진열대로 가더니 달걀을 하나 더 집어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뽀뽀를 해주었다. 한순간 나는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 그때의 기분을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니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나는 그날 오전 내내 그 가게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 무엇을 기다리며 서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이따금 그 맘씨 좋은 주인 여자는 나를 보고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는 손에 달걀을 쥔 채 거기에 서 있었다. 그때 내 나이 여섯 살쯤이었고, 나는 내 생이 모두 거기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달걀 하나뿐이었는데……
첫 문장부터 몰입이 장난 아니더니 갈수록, 이렇게 예쁜(!) 소설을 이제야 읽다니! 혼자 씩씩거렸다. 친구들이 추천하면 일단 읽어줘야 하는데 너무 오랫동안 미뤘나보다. 버스가 밀려 지각이라도 하길 바랐다. 책을 내려놓기가 아쉬웠다. 저녁이 오기 전엔 읽을 수가 없으니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모모의 개구쟁이 같은 행동을 상상했다. 로자 아줌마의 투덜거림과 사랑이 마구 느껴졌다.
언젠가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는지 몰랐다. 첫 단편부터 그러하니 그다음 편이 읽히지 않았다. 역시 몇 년 째 내 책꽂이에 꽂힌 채 읽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영화로도 본 것 같다.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이해를 훨씬 쉽게 할 수 있으니까, 어쨌든 이해해보자고 맘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해했냐고?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것보니 영화를 보면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로맹 가리의 소설을 읽을 엄두를 못 낸 건지도 모르겠다. 《자기 앞의 생》은 그렇지 않다고들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앞의 생》을 읽다 보니 얼마 전에 나온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이라는 책이 궁금해지고 말았다. 책 속에 들어 있는 사진을 보면서 더욱! 궁금했다. 살까말까, 어디서 빌릴 수 있을거야! 하다가 일단 로맹 가리의 작품을 읽은 후에 읽어야 하지 않겠어! 나름의 이유를 대며 구입을 미루고 있었는데ㅡ
그나저나 나 왜 모모에게 이렇게 몰입이 되는 거지?
애정결핍인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