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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한비야 언니, 오래 전 난 일기를 잘 쓰는 아이였어. 꼬박꼬박 몇 해를 걸쳐 쓴 일기들. 우연히 그 일기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는데 무진장 우울했지 뭐야. 세상의 좌절들은 내가 다 하고 있었고 슬픈 일은 모두 내 일이었어. 어쩜 해가 바뀌고 나이가 들었음에도 변함없는 글들이라니. 이상했지. 분명 내 신상에 변화들이 있었을 텐데 어찌 이리 똑같은 글들인가? 볼 때마다 짜증이 났어. 그러고선 정말 싫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 일기장들을 다 태워버리고 말았어. 이런 글들은 앞으로도 내게 도움이 안 될 거야 자기합리화 하면서 말이지. 아마 그 무렵이었을 거야. 비야 언니의 여행기를 읽은 것이.
내가 비야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니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언제 보아도 웃고 있기 때문이야. 언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지. 생김새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말투에서도 그게 묻어나오고 글을 읽어도 입이 귀 근처로 걸면서 읽을 수 있어. 또 대책없이 긍정적인 비야 언니를 보고 있노라면 맞아, 저렇게 살아야 해! 다짐하게 되기 때문이기도 해.
그런 언니가 이번엔 여행서가 아닌 에세이로 우리에게 행복+긍정 바이러스를 잔뜩 퍼뜨리고 있는 것 알아? 그 누가 인생 덜 살았네, 철이 덜 났네 떠들어대어도 '재밌있다고 호들갑 떨며 살기를 선택한 내가, 나는 제일로 마음에 든다.'며 하하 웃고, 종합 건강 검진 받고 담당 의사의 호출에 '시한부 인생' 시나리오 짜며 혼자서 온갖 해프닝(!)을 다 벌이더니 별 것 아니었다는 말에 안심을 하면서 제안을 하기도 하지. 우리들도 '가상 시한부 인생'을 살아보라고 말이야. 또 구호활동 나간 짐바브웨에서 너무나 먹고 싶었던 라면을 엄청난 관세를 물며 받았던 날 행복이란 어느 거창한 것이 아니라 라면 한 봉지, 책 한 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거였다며 굳이 멀리서 행복을 찾지 말고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아보라고 은근슬쩍 충고도 잊지 않더군.
이렇듯 비야 언니는 세상 모든 일에 긍정적인 것 같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웃음을 찾아내어 힘을 내. 이건 정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비야 언니에게서 제일 부러운 것이 바로 그거야. 좌절하지 않는 것. 문은 두드리라고 있는 것이니 열릴 때까지 두드리겠다는 정신. 사실, 그게 쉬워보이는 듯 하지만 막상 해 보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거든.
암튼, 비야 언니가 이번에 또 다른 문을 두드렸다는 글을 읽었어. 정말이지 끊임없이 두드리며 살고 있는 비야 언니의 열정이 무쟈게 부러워. 그리고 내게도 자극이 마구 되고 있어. 나이? 성별? 좌절? 그까짓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더 열심히 살아라. 열심히 살다가 두드리고 싶은 일이 있으면 열릴 때까지 두드려라.
곰곰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 없이 일기장을 태워 버렸다고 했지만 어쩌면 비야 언니를 여행기를 읽고 그랬을 지도 몰라. 어쨌든 그 이후로 나는 우울투성의 일기따윈 쓰지 않기로 다짐했고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지금의 나는 비야 언니의 반도 안 돼지만 나름 긍정을 모토로 삼고 살아가고 있어. 그럼에도 비야 언니를 볼 때마다 나는 더 긍정적으로, 더 재미있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지 다짐하게 돼. 그러니 비야 언니, 늘 그렇게 우리 곁에서 힘을 줘. 내가 좌절할 때마다 짜잔~ 하고 나타나서 그 활짝 웃는 얼굴로 웃어준다면 난 힘이 날 것 같아. 비야 언니, 공부 열심히 해! 다음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기대 만땅이야. 나도 열심히 살 거야. 그럼 우리 같이 화이팅!!!!
"나의 하느님은 늘 이런 식이다. 어느 분야에서 인정받고 안정되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길을 보여주시며 그 길로 가라 하신다.(…)나는 잘 알고 있다. 그분은 이렇게 나를 주기적으로 거친 광야로 보내 거기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