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바나나 피시』, 만화를 싫어하진 않지만 일부러 찾아 보진 않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보는 순간 끌린 책이다. 처음 책표지를 봤을 때 순정만화 같지는 않은 묘한 기운(!)이 날 끌어당겼다고나 할까? 알고 보니 이 만화책, 꽤나 오래된 책이고 마니아들에게 무척 알려진 소문난 책이었는데 나는 몰랐던 것. 이번에 애니북스에서 애장판 전집으로 나왔다. 본편 19권을 11권으로 만들고 <가이드 북>과 <어나더 스토리>까지 첨부했다. 본편의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을 <어나더 스토리>로 해결할 수 있었다. 마음이 짠해지더라는.
『바나나 피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쩜 여자 주인공 한 명 없이 이렇게나 야룻한 느낌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나중에 <가이드 북>을 읽으면서 만화를 그린 요시다 아키미가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가 보다. 남자들이 그린 '우정'보다는 살짝 여성스러웠던 점이. 그래서 여자인 나도 총쏘고 죽이고 어쩌면 뒷골목 지극히 남성스러운 만화일 수도 있을 이 만화에 폭! 빠져버렸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머리를 식힐 생각으로 한 권 한 권 읽을 생각이었다. 『바나나 피시』를 읽고 있다니까 읽고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그건 댁들 사정이고, 하며 천천히, 내가 읽고 싶을 때만 읽을 것이다 했는데, 3권에서 무너져버렸다. 하필이면 이 책을 가방이 무겁다는 이유로 3권만 달랑 들고 집으로 왔는데 그날 밤에 3권을 덮으면서 완전 후회를 했다. 잠을 설친 것은 당연했다. 4권도 챙길까 하다가 챙기지 않은 것을 그토록 후회할 줄이야. 결국, 천천히...읽을 생각은 접어버렸다. 그럼에도, 주말에 8권까지만 챙기는데 옆에서 그러신다. 후회하지 말고 다 챙겨가시지? 헉;; 가방은 이미 다른 책들로 터질 지경이었는데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금요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을 양어깨에 기타 책들과 『바나나 피시』9권을 담아 어깨 떨어지는 줄 모르고 빗속을 헤치며 집에 왔는데, 역시나 말 듣길 잘하긴 한 것 같다.^^
만화를 많이 보는 분들에겐 어쩌면 시시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지만 나처럼 만화를 많이 접하지 않는 독자들에겐 아주 괜찮은 만화였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어린(!) 아이들, 모든 것에 능한 신과 같은 존재인 애시와 그 지경이 되도록 총격전이 벌어지는데도 힘도 못 쓰는 뉴욕 경찰들의 무능력에 대해 너무 작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만화가 아니겠는가 싶다.^^ 영화나 드라마나 만화나 소설이나.
암튼, 오랜만에 만화에 푹 빠졌다. 읽고 싶은 내 사랑하는 소설들 너무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내내 만화와 보낸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썩 괜찮은 영화를 본듯 여운도 남고 좋다. 기회가 된다면 『바나나 피시』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