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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리스 브루클린 ㅣ 밀리언셀러 클럽 72
조나단 레덤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21세기를 이끌 100인에 소설가로서 유일하게 지목된 작가의 작품이라 기대하고 읽었다. 미국 내셔널 비평가 협회의 최고 장편소설상과 영국 추리 작가 협회(CWA) 선정 '골드 대거'를 수상했다니 재미는 보장되었다고 생각했다. 과연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라이어넬과 세 친구들. 끔찍한 시설로부터 탈출하고픈 그들을 구해 준 것은 바로 범죄 조직과 손잡은 연락원 프랭크였다. 어린 그들에게 맥주 맛과 노동의 대가를 가르쳐 준 남자, 형이자 아버지이며 보스였던 프랭크. 어느 날 그가 쓰레기통 속에서 피투성이 시체로 발견된다. 주인공 라이어넬은 브루클린의 범죄 조직을 들쑤시며 프랭크의 살인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갱, 의문의 일본인 조직, 집요한 형사, 동료의 배신 등이 복잡하게 얽혀오며 라이어넬을 압박하고 하드보일드적인 고생끝에 범인을 밝혀낸다.
줄거리만으로는 그렇게 재미있거나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데 투렛 증후군(무의식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욕설 등의 언어를 뱉어내는 증상)을 앓는 라이어넬의 언어로 그려지는 비정한 뒷골목 인생들이 큰 재미를 준다.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그맛을 제대로 느낄수는 없는것 같은데 역자의 노력으로 어느정도 기분을 느낄수 있다. 라이어넬은 끊임없이 숫자를 세거나 뭔가를 두드리고 만지며, 욕설이 섞인 말장난 같기도 하고 힙합 가사 같기도 한 말투로 쉴새없이 되뇌인다. 이러한 특이한 행동은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긴장과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도구 역할을 한다. 형사로 위장한 라이어넬이 자신도 모르게 뱉어져 나오는 말들로 정체가 탄로날까 봐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나, 남에게 비밀스런 이야기를 추궁당할 때 원치 않음에도 저절로 튀어나오는 단어를 삼키기 위해 애쓰는 장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말 대신 틱 장애로 발현되는 장면 등에서 슬픔과 웃음을 주면서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주인공이 흥신소 조수일을 하다가 범인을 찾아 나서면서 하드보일드 탐정물의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실상 이 작품은 네 명의 소년들의 성장기다. 자신이 이탈리아 마피아의 버려진 자식일 거라 믿는 토니, 백인 아이임에도 흑인들의 갱스터와 농구를 즐기는 대니, 덩치 크고 과묵하지만 다정다감한 길버트, 그리고 고아원 도서실 구석에 앉아 책만 읽던 라이어넬까지. 범죄 조직의 물품을 나르고, 이탈리아 마피아를 만나며 점차 범죄 세력과 깊은 연관을 갖게 되는 소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현실을 받아들이며 변해 간다.
최근 영화 마더를 보고 이 소설과 비슷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내용상 연관성은 없지만 마더에서 후반부에 김혜자씨가 누명을 쓴 다운증후군 청년을 보고 너는 엄마 없어? 하면서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거기서 받았던 인상이 이 소설의 결말부분에서 받은 인상과 비슷했다. 엄마없이 살아남기 위해 고생하는 소설속 소년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보호자가 없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들을 생각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