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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The SandMan 1 - 서곡과 야상곡 ㅣ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표지가 너무 멋있어서 본문도 표지처럼 화려한 그림으로 채워진 줄 알았더니, 표지와 본문을 그린 사람이 달라서 완전 다른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본문의 그림은 다른 그래픽 노블과 비교해 봐도 솔직히 별로다. 게다가 닐 게이먼의 난해하고 독특한 스토리가 어우러져 잘 읽히지 않았다. 하지만 배트맨, 슈퍼맨 같은 히어로물과는 확실히 다른만큼 신선한 맛은 있었다.
특히 24시간이라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는데 닥터 데스티니라는 악당이 모르페우스의 능력이 담긴 루비를 훔쳐서 어느 한 휴게소 음식점 내부의 사람들을 24시간동안 끔찍한 고통속에 몰아넣는다는 내용으로 처음엔 음식점 사람들의 즐거운 일상을 묘사하다가 점점 악몽과 현실이 겹쳐지면서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 신체 훼손의 끔찍한 묘사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점점 미쳐가는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무시무시하다. 이 에피소드만으로도 이 작품을 구입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것이다.
처음 샌드맨이라고 하기에 스파이더맨3에 등장한 그 샌드맨인줄 알았더니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주인공 모르페우스는 모든 지각 있는 존재들의 꿈, 그리고 꿈을 이야기하는 총체적 능력의 집합체를 꿈의 왕으로 의인화한 것이다. 신화속의 신과 같은 존재라 인간 히어로에 익숙한 나로서는 처음에 이게 뭔가 싶었다. 게다가 루비와 투구, 주머니같은 아이템을 뺏겨서 아무 힘도 못쓰는 점도 희안했다. 보통 히어로의 코스츔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인데 모르페우스는 코스츔 자체가 힘이라 이걸 빼앗기면 힘도 못쓰고 빼앗아간 사람이 그 힘을 사용할수도 있는것이다. 물론 보통 인간은 그 힘을 제어하지 못하고 그 힘에 잡아먹히긴 하지만 말이다. 어찌보면 참 허약한 히어로라 할수 있다.
이야기 초장부터 모르페우스는 어떤 오컬트 단체의 주술에 걸려 70년 동안 감금당한다. 그리고 현대에 탈출하여 자신을 그곳에 가둬둔 인간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한다. 그 후, 다시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 온 모르페우스는 자신이 사라진 70년의 세월동안 자신의 왕국이 폐허로 변해버린 것을 보고 비탄에 잠기고,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도로 되찾게 해 줄 잃어버린 3가지 물건을 찾아떠난다. 이 부분부터 본격적인 모험이 벌어지기 때문에 초반부는 조금 지루한 편이다.
하지만 그 뒤로 자신의 잃어버린 물품들을 찾기위해 <헬블레이저>의 주인공 '존 콘스탄틴'과 함께 '공포의 집'을 조사하고 JLI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루비를 찾아나서며 지옥에까지 들어가서 수많은 악마들 중에 자신의 물건을 가져간 악마를 찾아내어 현실게임이라는 랩배틀 비슷한것을 벌이는등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24시간과 더불어 마지막 에피소드인 그녀의 날개소리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원래 오컬트 단체가 납치하려 했던 모르페우스의 누나 죽음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데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죽음이라는 진지한 주제와 대치되면서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복합적인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기존에 읽었던 그래픽 노블과 너무 달라서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 돌이켜보니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 보다 더욱 깊은 감동을 남기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