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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2009년 6월 출간되자마자 '올해 만난 최고의 소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마존닷컴 베스트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해서 기대를 갖고 읽게 된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인 존 티보도 주니어가 태어나기 전, 그가 알아야 할 일들을 일러주는 자궁 속의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한 전지적인 목소리는 그가 태아로서 알아야 할 일을 알려주며 자궁 밖 세상으로 인도한다. 무사히 태어난 주니어에게 목소리는 축하의 말과 함께 무서운 진실을 알린다. 그가 서른여섯 살이 되는 2010년 6월 15일,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하나의 숙제가 주어진다. 이 모든 것이 끝나기 전에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
지구의 남은 날이 곧 자신의 수명이 되어버린 주니어. 자신에게 코딩된 멸망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성장한다. 수없이 책을 탐독하고 고뇌하다 보니 신동으로 기대를 모으는 영재가 되었지만, 예언을 발설했다가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진 후, 알코올 중독에 약물 중독까지, 인생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다. 슬럼가의 친구들과 어울리고,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고, 방송과 사람들에게 멸망의 메시지를 전하던 주니어는 정체모를 국가 기관으로부터 납치를 당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또 하나의 지구를 만드는 인공생태계 작업에 착수하는 한편, 개인적으로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소생시키려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가까스로 암에서 회복된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다른 행성으로 함께 떠나려던 여자친구 에이미마저 테러에 희생되자 주니어는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에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면서 묵직한 결말을 맞이한다.
이 작품이 지구 멸망을 다룬 많은 작품들과 다른점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한 제3의 전지자가 소설을 이끌어간다는 점과 주인공이 2번 산다는 점이다. 신의 음성 같기도 하고 외계생명체 같기도 한 전지적 화자는 주니어가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주지시킨다. 이 목소리가 소설에서 잘 쓰이지 않는 2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 특이한데 이것이 작품 마지막까지 반복해서 사용되다보니 뒤로 갈수록 신선함보다는 불편하게 느껴진다. 주인공이 2번 사는것은 평행이론을 차용한 작품에서 볼수 있는데 지구 멸망을 다룬 작품에서 보기는 처음인것 같다. 단순히 지구 멸망을 막으려다 실패하는 영웅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주인공에게 2번째 삶의기회를 주면서 인생에 있어서 선택의 중요성을 뼈져리게 느끼게 해주는 점이 좋았다.
개인적으로 추리/미스터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이야기 진행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진데다 내용이 자기계발서처럼 계몽적인 부분이 많아 읽는데 애를 먹었지만 감동적이고 읽은 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좋을만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