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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스 레인코트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전행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20세기 100대 인기 미스터리 선정에 앤소니 상, 매커비티 상 최고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소개문구를 읽고 관심을 갖게된 작품.
《몽키스 레인코트》라는 제목을 보고 추리소설과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책 앞부분에 바쇼의 하이쿠를 인용한 것으로 보면 이것이 원숭이 도롱이라는 의미인데 탐정물인 이 작품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Monkey가 속어로 마약 중독자를 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약 중독자가 작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나름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후 남편만 바라보며 세상물정 모르고 살던 엘렌은 남편이 아들과 함께 실종되자 친구의 손에 이끌려 엘비스 콜 탐정 사무소를 찾는다. 엘런은 이 사건을 부부간의 사소한 불화에서 비롯된 단순 가출로 생각하지만, 엘비스의 조사로 엘런의 남편 모트가 ‘마약’과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마약을 찾기 위한 LA 암흑가 거물들의 암투가 이어지면서 거대한 사건으로 점차 변모해간다. 곧이어 모트의 시체가 발견되고, 엘런마저도 괴한에게 납치당하고 만다. 엘런과 아들의 소재를 파악한 엘비스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적들의 아지트에 침입하며 총격전을 벌이고 감동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시리즈물로 성공한 작품인만큼 주인공 엘비스 콜의 매력이 작품을 이끌어간다. 엘비스는 365일 태양이 내리쬐는 LA에서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유쾌한 바람둥이 탐정이다. 베트남 전쟁을 통해 마음 편히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인물로 ‘세계 최고의 탐정’이라고 농담처럼 떠벌이는가 하면, 사무실을 온통 디즈니 캐릭터로 채울 정도로 피터팬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캐릭터다. 하지만 사건 해결 과정에서 상처 입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긍정적인 재생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진심으로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와 파트너를 이룬 조 파이크는 수다스런 엘비스와는 대조적인, 꼭 필요한 말만 하는 무뚝뚝한 캐릭터다. 극과 극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각자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뿜어내고 있어 재미있다. 위트가이와 터프가이 콤비라고 할까.
이처럼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던 엘런이 남편 실종 후 점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로도 볼수 있다. 엘비스의 도움을 받으며, 그의 긍정적인 자세에 영향을 받으며 점차 수동적인 인생을 벗어나 삶의 의지를 찾는 엘런과 이런 그녀를 격려하는 엘비스의 듬직한 모습이 감동적이다.
시리즈 후기작에서는 로드니 킹 사건이나 O J 심슨 사건 같은 당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을 소재로 다루면서 점차 사회적인 성격이 짙어지고 분위기도 무거워진다고 하는데 20년을 이어가는 시리즈 작품인만큼 재미있으리라 기대하며 후속작을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