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콕 8구역 - 베리타스 로망 001
존 버뎃 지음, 김종복 옮김 / 베리타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교양인을 위한 추리소설이라는 광고가 인상적이라 읽게 된 작품이다. 과연 보통 추리소설보다는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보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었다. 이게 흥미가 없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라면 지루해서 읽다 말았을텐데 방콕이라는 휴양지로 유명한 지역을 배경으로 해서 재미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손차이는 방콕경찰 8지국 소속 형사. 태국인인 그의 어머니는 술집 접대부이자 왕년에 최고 몸값을 자랑하던 성매매여성이고, 아버지는 한때 태국에 주둔했던, 더 이상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미군병사다.
어느 날, 주 태국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흑인 해병대 하사가 마약에 취한 독사에 물려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손차이는 파트너인 아프라디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한다. 문이 잠긴 벤츠 승용차 안에는 코브라를 포함한 수 마리의 독사들이 도사리고 있고, 운전석에 앉은 흑인 병사는 숨이 끊어진 지 오래다. 차 문을 여는 순간 아프라디도 뱀에 물려 즉사한다. 짓플리치프는 먼저 간 파트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다짐한다.
작품 초반에 파트너가 죽어나가면서 흥미를 부쩍 돋구는데 이후로 화끈한 복수담이 펼쳐지나 했더니만 FBI 요원 2명이 현지로 파견되고, 주도권 문제로 발목을 잡으면서 이야기가 조금 지루해진다. 물론 이부분부터 여타 추리소설과 다른 태국사회의 풍습과 문화·전통 등에 대한 묘사가 시작된다. 미모의 여 수사관 킴벌리 존스와의 갈등을 통해 북미와 아시아의 시각차이를 재미있게 들려주는것이다. 존스의 상사인 남성요원은 손차이를 포함한 현지경찰을 전적으로 무시하지만, 존스는 불교를 바탕으로 한 손차이의 독특한 철학과 가치관에 적잖은 매력을 느낀다.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인들은 서양인을 향한 손차이의 고정관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도 서양인이지만, 홍콩에 오래 거주한 작가는 아시아인들의 정신세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성매매여성, 성전환자, 뇌물과 부정부패 등에 대한 현지 태국인들의 태도와 입장을 동정하는 입장에서, 그러나 그 모습 그대로 전하고 있다.
아라한, 명상등 불교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이게 마약사건과 연결되면서 주인공의 내면묘사 부분에선 몽롱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된다. 이부분이 독특한 매력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 범인에 대한 반전이 아주 재미있는데 일본 추리소설에서 가끔 사용되는걸 보았지만 방콕이라는 배경과 절묘하게 어울리면서 어떤 작품보다도 현실적이고 극적으로 사용되어 좋았다.
다음 시리즈가 연내에 출간된다는데 빨리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