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크래시 1
닐 스티븐슨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바로크 사이클로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그 작품이 너무 현학적이랄까 재미가 없어서 읽다가 말았다. 이번에 출간된 스노 크래시는 표지 일러스트가 좋고 만화체라 좀더 쉽고 오락적인 작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읽게 되었다.

이야기는 근 미래의 LA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히로 프로타고니스트. 그는 미국인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일급 해커이다.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와 현실세계 양쪽에서 활동하는 가장 뛰어난 검객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직업은 피자 배달부. 마피아에게 빚진 돈을 갚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부업으로 프리랜서 해커, 정보조사원, 공연 기획자 등 여러 가지를 겸하고 있다.

어느 날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메타버스 안에서 퍼지고 있는 마약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 마약은 가상공간의 아바타 주인의 뇌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힌다. 이에 히로 프로타고니스트는 피자 배달하던 중 알게된 와이트와 함께 스노 크래시의 실체를 추적해 가는데 놀랍게도 배후에는 거대 미디어 그룹이 존재하며, 이는 성경에 기록된 바벨탑 사건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언어적’ 음모임을 깨달게 된다. 히로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넘나들며 때로는 양쪽 세계에 동시에 존재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한다.

92년에 출간된 작품이라는데 16년이 지난 오늘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요즘 흔히 하는 온라인 게임과 메타버스가 비슷한 설정인데 SF작품답게 훌륭한 미래예측이 돋보인다.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피자 배달은 좀 옛날 분위기가 나지만 메타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오늘날 게임 소설인가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다. 이걸 92년에 읽었다면 오히려 재미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가상현실묘사에만 이야기가 메이지 않고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암울한 미래상과 함께 인류가 세상을 규정짓는 언어의 실체를 파고들어 컴퓨터 언어에서 고대 수메르 언어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바벨탑 사건의 실체까지 놀라운 상상력으로 해석하며, 종교에 대해서도 새로운 물음을 제시하여 감동을 준다.

처음에 만화로 제작하려고 기획했다고 해서 그런지 경쾌한 연출과 익살맞은 설정과 대사, 세밀한 묘사로 인해 어려운 용어가 나오고 풍경묘사에 치중한 다른 SF작품들보단 재미있고 잘 읽힌다. 온라인 게임을 즐겨하고 국내 게임소설이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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