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블로그에 이 작품이 연기되자 불만을 토로하는 리플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된 작품이다. 얼마나 재미있길래 그런걸까? 게다가 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이라니 기대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본격 미스터리 대상 - 재미를 보장하는 문학상 아닌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섀도우 모두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오츠이치는 17세에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중편으로 제6회 점프 소설 논픽션 대상을 받았고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해 천재로 평가 받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왠지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할까. 국내에 출간된 <ZOO>나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모두 처음 몇페이지 읽고는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달랐다. 책장을 펼친 순간 다가오는 회색의 전율, 책장을 닫는 순간 밀려오는 흑색의 공포라는 광고 문구처럼 잔인한 살인사건들과 알수없는 범인의 존재로 공포를 주며 서술트릭으로 인해 생각지 못했던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며 짜릿한 전율을 준다. 특히 이 작품은 주인공 남녀의 캐릭터가 아주 매력적이다. 이 작품은 장편이 아니라 연작집인데 각 에피소드에 주인공 남녀가 계속 등장해 통일성을 주고 있다.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여자는 검은옷에 검은머리, 검은구두로 겉보기에도 어두워보이는 인상에 차가운 성격으로 친구가 없다. 남자는 겉으로는 주변 사람과 잘 지내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으로 그것을 여자가 간파하자 서로 관심을 갖게 된다. 결국 살인사건 자료나 자살에 관한 책을 즐겨 읽는 등 어두운 취미를 공유하며 가까워지는데 둘다 죄책감이나 양심이 없는 사이코패스로 언제든 사람을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 보통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범인으로 나오거나 주인공으로 나오더라고 다른 살인자를 죽이면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은 다른 살인자를 관찰하기만 할뿐 전혀 사건에 개입하지 않는다. 몇몇 에피소드엔 범인과 접촉하거나 범인을 저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범인을 찾아내고도 처단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만족 시키기 위해 보는것을 즐길 뿐이다. 그리고 언제든 살인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신상태를 묘사하기 때문에 이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를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궁금증 때문에 긴장도도 높아진다. 6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데 대부분 범인이 사이코패스라 담담한 시선으로 범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이 섬뜩하다. 원한도 아니고 쾌락을 위한것도 아닌 자신도 알지 못하는 욕망을 위해 남을 죽이는 사람들. 그 존재 자체가 공포스러우면서도 슬프다.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흙 Grave인데 마지막에 죽임을 당한 여자의 남자친구가 복수 대신 선택한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슬펐다. 트릭을 잘 사용한 미스터리를 읽고 싶은 사람이나 범죄자의 내면을 잘 묘사한 심리물을 원하는 사람이나 모두 만족할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