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 현상 - 5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가)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5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문화와 변화된 가치관을 가지게 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다섯 편의 이야기에 담아 낸 이금이씨의 작품. 세월의 흐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킨다. 전통 사회의 가치관이 허물어지고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작품 속의 현대인들의 모습이 이제 낯설지 않게 되었다. 손으로 쓴 편지 대신 전화와 이메일이 보편화 되었고, 도시와 농촌의 경계는 더욱 분명해져 왕따의 요인이 되고, 성에 따라 할 일이 구분되거나 금기시 되던 고정관념에서도 탈피하고 있다.

 전화가 등장하면서 편지로 안부나 소식을 전하던 일이 뜸해진 것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은 젊은 세대와 우리네 아이들이 이메일과 개인 블로그라는 새로운 풍속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금단 현상>은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담은 이메일에 담아 보낸 효은이를 통해 인터넷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이를 사용하지 못할 때 겪는 금단 현상을 짚어내었다. 효은이는 갑자기 엄마로부터 인터넷 금지령이 내리는 바람에 이메일의 답을 확인하지 못하게 되어 답답해 하다 용기를 내어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습관처럼 전화를 통해서나마 외로움을 떨쳐버리고 외부와 소통하고 싶어하던 소년 또한 금단 현상으로 힘들어하고 있으리라...  문득 사람은 정과 사랑이 단절될 때 가장 큰 금단 현상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대가 바뀌어 가면서 어른들이나 아이들은 이전과 다른 가치관, 다른 문화를 접하고 만들어 가며 사회의 풍속도 변해간다. 다섯 번째 이야기인 <십자수>에서는 집안 일은 여자 몫이라는 신념을 굳게 신봉하는 할머니와 자신이 직접 수를 놓은 선물을 여자 친구에게 주기 위해 열심히 십자수를 놓는 선재의 모습이 크게 대비된다. 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할머니는 '수는 계집애들이나 놓는' 거라며 엄마에게 대신 수를 놓아주라고 하고 선재가 이를 거부하자 그 불똥이 선재 엄마, 아빠에게로 튄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집안 일은 여전히 여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이 작품을 통해 가정과 육아는 어느 한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을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의 마니또>는 상대가 모르게 한 사람을 정해 일정 기간 동안 수호천사가 되어 주는 '마니또 놀이'를 소재한 작품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이런 놀이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지만 나를 생각해주고, 도와주고 지켜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상대가 누군지 내내 궁금하고 설레일 것 같다. 이왕이면 그 수호 천사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기를 바라는 마음, 혜주가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긴 민우가 자신의 마니또이길 바라는 내용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혜주는 키 크고 잘 생기고 공부도 잘하는 민우가 자신의 마니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작 자신을 챙겨주는 친구에게는 소홀하게 대하고 만다. 

  이 이야기를 읽다 초등 4학년인 큰 아이네 반이 선생님의 제안으로 '마니또 놀이'를 한 것이 생각났다. 친구들간에 숨은 수호천사가 되어, 미지의 친구에게 편지도 쓰고(카페에), 모르게 도와주기도 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고 하는데 아이는 그렇게 재미있거나 마음이 설레지 않았나 보다. 요즘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개방적이라는 것을 아이 반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읽으면서 종종 느끼게 된다. 카페 게시판에 누구를 좋아한다는 글을 공개적으로 써 올리고, 좋아하는 아이를 끌어 안기도 하는 등 요즘 아이들은 부끄러워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던 우리 때와 참 다른 것 같다.

  <촌놈과 떡장수>에서는 시골에서는 왕따를 하던 입장이었던 아이가 도시로 이사와 왕따를 당하는 입장이 되어 겪는 상황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 친구들에게 동조하여 왕따를 해서라도 왕따를 당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촌놈'과 '떡장수'라는 별명으로 서로를 놀려대다 결국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던지 책을 읽어 본 우리집 아이가 가장 재미있다고 꼽은 이야기다. <꽃이 진 자리>는 외국에 있는 손녀에게 줄 스웨터를 뜨던 할머니와 가까워진 여자 아이의 이야기로 좋은 시절을 보낸 후 흩날려 떨어지는 벚꽃처럼 가슴을 적셔주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가 공감하거나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를 통해 생각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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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12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들 같군요. 저도 인터넷 안되면 금단증상에 시달린다는...그나저나 마니또 놀이, 그런 게 있군요. 수호천사라, 으음.

마노아 2006-11-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니또 참 인상적이었어요. 학교 때 그런 추억도 없다니...ㅠ.ㅠ

아영엄마 2006-11-14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저도 수시로 글 확인해보던 시절이 있었어요. 못할 때는 금단 현상이 찾아오더군요. 근데 이제는 즐기며 하는 단계로 진입했나 봅니다.
마노아님/ 님도 그런 추억 없으시구나.. 저도 그런지라 아쉽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런 놀이 하자고 여기서 졸라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