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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신할미 -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는 우리 신화 ㅣ 우리 설화 그림책 1
서정오 지음, 이강 그림 / 봄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아기를 점지해 주고 낳게 해준다는 우리나라 신화 속의 인물인 삼신할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옛이야기 보따리> 등으로 우리 옛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시는 서정오님이 글을 쓰시고 <청룡과 흑룡>, <조웅전> 등의 그림을 그린 이강님이 그림을 맡았다. 신화의 느낌이 살도록 입말의 묘미를 살렸으며 두 삼신의 뚜렷한 차이와 대립구도가 보는 재미를 높이고 있는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에게 삼신 할미의 유래와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를 들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땅세상에 아직 아기를 낳게 해 주는 삼신이 없어 옥황상제에게 아기를 점지해달라고 빌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땅세상 사람들이 삼신이 나타나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던 때에 동해 용궁의 삼신이었던 서해용녀의 외동딸이 망나니처럼-네 살 때 집안 세간을 다 부수는 등- 굴어 용궁에서 쫓겨나 땅세상으로 와 삼신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미처 삼신 일을 배우지 못하고 온 용왕 딸은 남자도 아기를 배고, 석 달 또는 삼 년 만에 아기를 낳는 등 자기 내키는 대로 해버려 집집마다 울음소리,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신하들이 옥황상제에게 추천하여 명진국 천왕보살 지왕보살의 일곱 살 난 딸이 삼신 일을 배워 새로운 삼신이 땅세상으로 내려오는데... (그림 속의 새 삼신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결국 두 삼신이 옥황상제에게 빌고 문답을 통해 땅세상에 한 삼신만 남게 된 사연, 집집마다 삼신할미가 있게 된 내력을 들려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다. 새 삼신과 옥황상제와의 문답 속에 아기가 엄마 뱃 속에서 아홉 달을 머무는 것, 아기가 태어날 때 뼈가 늘어나거나 오그라드는 점, 탯줄을 자르고 실로 묶어주는 것과 금줄을 매는 이유 등이 간략하게 알 수 있다.
삼신 할미와 관련하여 친정 엄마가 들려주신 인상 깊은 일화가 하나 있다.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새파랗게 질리고 몸에 줄을 감은 것 같은 자국이 생겼다고 한다. 외할머니는 아버지가 일터에서 금기를 어긴 행동-코일을 칭칭 감았다던가-을 하여 삼신 할미가 노했다고 하신 거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삼신 할미에게 잘못했다고 빌라고 하면서 추운 겨울에 수돗가에 꿇어 앉히고 차가운 물을 퍼부으셨다고 한다. 그러고 나자 내가 괜찮아졌다고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일화이다. 사실 나도 들으면서 지어낸 이야기 같았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현재로서는 정확한 걸 확인하긴 어렵다. -.-
아기를 갖길 원하는 사람들이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삼신 할미에게 치성을 들이던 풍습도 현대로 접어들면서 거의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은 아기와 산모를 보호하기 위한 금기사항이나 관련 풍습-삼칠일, 금줄 등-이 대체로 지켜지고 있으나 미래에는 이런 전통적인 풍습도 점차 사라져 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고유의 신화나 풍습이 완전히 잊혀지지 않도록 그림책을 통해서나마 우리 아이들에게 꾸준히 접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 제주도에서 전해오는 '삼승할망본풀이'와 여러 구전 자료를 참고로 하여 다시 썼다고 함.(출처:출판사 자료)
* 삼승할망본풀이 : http://cafe.naver.com/gogoom.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