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사랑을 죽였다 ㅣ 한국작가 미스터리문학선 2
류성희 지음 / 산다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젊은 시절 한참 추리소설을 읽던 무렵에 한국 추리소설 작가인 김성종씨의 작품을 접하고 <제 5열> 등 그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열심히 읽은 적이 있다. 그러다 직장생활, 결혼, 양육으로 이어지면서 아이들 책을 보느라 추리소설 분야는 거의 접고 지낸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 동안 우리나라에 어떤 추리소설 작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지내오다가 최근 들어서 다시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가이면서 방송드라마 및 시나리오작가로도 활동 중이라는 류성희씨의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데 작가도 이 책이 첫 작품집이라고 한다. 그간 미스터리 관련 잡지에 단편들을 발표해 오다 이번에 자신의 단편들을 묶어서 발표하는 것. 이 책에는 추리 소설 '물만두'님이 작가에게 보낸 글이 '작가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하에 실려 있다. 이 작가의 작품을 두루 접해 본 물만두님은 '미스터리와 함께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여성의 심리적 미스터리를 구사하는 작가'라고 평하고 있다.
책의 표지에 '심리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데, 첫 편인 <당신은 무죄>는 확실히 추리적인 요소보다 두 여성의 심리 묘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에 악몽을 안겨 준 남자에게 위협받는 여자와 갑자기 남편을 잃은 두 여자가 겪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심도 있게 묘사한 작가는 <코카인을 찾아라>에서 다시 한 번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인 여성을 등장시키고 있다.
반면 반전의 묘미를 염두에 둔 <추리작가 대 추리작가>는 작품 속에 다른 작품의 트릭을 소개하는 색다른 재미를 선 보인 작품이다. 작품 속의 주인공이 추리작가이다 보니 혹시 류성희씨 본인의 경험-이라기 보다는 내면적인 갈등을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하는 실없는 상상을 해 보기도 하였다. ^^; 또 다른 작품, <살인 미학>에서는 과연 이것이 반전이냐, 반칙이냐를 두고 잠시 고민을 해보게 된다.
식물을 작품 속에 종종 등장시키는 것도 이 작가의 작품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비명을 지르는 꽃>에서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의 애인으로 나오는 수연은 주인공이 힘들어 하거나 우울해 할 때면 '식물의 사생활' 시리즈를 들려주곤 한다. 그리고 <인간을 해부하다>에서도 주인공의 애인인 은우라는 아가씨가 식물원에 근무하는 것으로 나온다. 작가는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두 사람의 관계를 잎 테두리 중간쯤에 골이 패인 은행잎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작가의 감성과 문체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사쿠라 이야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물만두님이 '독특한 향기를 풍기'는 작가라는 평을 해주셨는데 이 작품을 통해 접한 '류성희'라는 작가를 떠올릴 때면 치자꽃 향기와 연분홍 꽃잎이 함께 떠오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싹을 틔우고 봉우리를 맺기 시작한 작가가 작품에 빛을 더해 줄 자양분을 많이 흡수하고 성장하여 앞으로 더욱 좋은 작품들을 선보여주길 바란다. 독자들의 사랑과 성원도 성장에 필요한 좋은 거름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