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
아키카와 테츠야 지음, 김소연 옮김, 사코 코지마 그림 / 샘터사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는 양부(아저씨)와 무참한 폭력 앞에 무기력했던, 그리고 종내는 자신의 고통을 아이에게 전가 시켜 버린 엄마에 의해 희생된 한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는 죽어서도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 곁을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는, 한줄 한줄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 지고 눈물이 흐르는 이 이야기를 화자인 '나'를 통해 시 형식으로 읊조리고 있는 작품이다.

  하늘과 구름과 새를 가르쳐 주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늘 새롭게 태어나던 아이. 그러나 집에 아저씨가 오면서 부터 아이의 고통은 시작된다. 이유 없이 아이를 때리고, 운다고 또 때리고, 울면서 그저 지켜보고 있는 엄마도 때리고... 폭력은 대물림 되어 또다른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어 내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책에서 몸도 마음도 상처 입은 아이는 쥐며느리를 짓이겨 죽이고, 이로 인해 이번에는 엄마의 학대와 폭력이 시작된다. 무기력 했던 엄마가 이제는 가해자가 되어 아이를 때리고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말들을 내던진다. 엄마 자신의 고통을 아이에게 전가 시켜 분풀이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뜨끔 해졌다.

가끔 기분 나쁜일이 생기거나 남편에게 마음이 상해서 속상할 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고 밀어 내면서 나중에는 후회할 말들을 내뱉을 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 그저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품 안이 그리운 아이를 말이다. 엄마의 폭력에 상처받는 아이의 모습에 내 가슴도 찢어지고 뜨겁게 데였다.  결국 아이는 하늘이 되고, 구름이 되고, 한줌 빛이 된다. 이제 아이는 마음껏 날갯짓하며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자신을 학대한 엄마를 찾아간다. 엄마 저예요. 나, 엄마 만나러 왔어요. 처음으로 세상을 알아가던 아이의 맑은 눈망울을 다시 보면서 하염없이 목을 넘어오는 울음을 삭이고 눈물을 닦았다.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또는 양부모)에게 학대받고 방치된 채 자라는 이야기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바늘로 찔린 듯 아파온다. 가끔 어른들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아이의 장래와 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사랑이다.  이 책을 덮으며 내가 꽃 같이 맑고 여린 우리 아이들의 울타리이자 세상을 가르치고 사랑을 먹여 줄 '엄마'임을 가슴 깊이 새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또유스또 2006-07-1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못읽을 것 같아요..
님 리뷰만으로도 눈물이 나는데...
추천이요........흑...

똘이맘, 또또맘 2006-07-1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 정말 그러네요. 읽는 동안 가슴이 턱 막혀 오는 기분...
아영엄마님, 엊그제 밤에 남푠이랑 아이들 앞에서 말다툼했는데, 후회 막급입니다. 오늘 아침 한편의 리뷰로 절 울리시네요.

아영엄마 2006-07-19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또유스또님/가정 폭력이 이땅에서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똘이맘, 또또맘님/저도 알게 모르게 아이들에게 상처주는 말들을 많이 해서 반성하고 합니다. ㅡㅜ

산부엉이 2006-08-04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짧은 글이 우리 엄마(어른)들을 아프게 하네요. 내 아이도 소중하지만 어른들이 포기한 아이, 손 놔버린 아이들의 원인이 어른들에게 있었음을 반성하고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 편협하지 않은 넉넉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영엄마 2006-08-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사랑님, 책의 글은 짧지만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폭력에 고통받는 아이들의 아픔이 깊어 가슴이 아파집니다.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