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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의 성냥팔이 소녀 ㅣ 0100 갤러리 16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최내경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마루벌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안데르센의 이야기에 내전으로 피폐해진 사라예보의 참상을 담은 그림과 보스니아 내전의 종군 기자의 글(조르주 르무안이 종군 기자 오즈렌 케보가 쓴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발췌함)을 싣는 독특한 형식의 그림책. '성냥팔이 소녀'는 한겨울에 맨발로 거리에 나선 한 소녀가 성냥불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만 결국 차가운 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가슴 아픈 결말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에 보스니아 내전이라는 소재를 결합하여 전쟁의 참상을 담아내고 있다.
전쟁이 벌어지면 전쟁터로 내몰린 군인과 함께 무고한 시민들도 큰 피해를 입는다. 경제가 파탄 나고, 살아갈 터전이 파괴되고, 혈육과 생이별을 하고, 전쟁고아가 생겨난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한 소녀는 차디찬 거리에서 숨을 거둔 성냥팔이 소녀이자, 사라예보 거리를 헤매 다니는 아이, 그리고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간 수천 명의 어린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조르주 르무안이 그림으로 담아낸 죽어가고 있는 도시 사라예보의 풍경은 음산하다. 망가진 버스와 기차, "지옥, 사라예보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뜻의 영문 낙서, 눈에 덮이기도 하지만 성냥불 하나에 드러나는 폐해의 흉물스러운 잔해들... 희망의 불꽃이 꺼져버린 도시의 사람들의 표정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들은 슬픈 결말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성냥팔이 소녀'는 특히나 더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하는 동화이다. 아무도 사주지 않는 성냥을 팔러 다니다 굶주림과 추위에 온 몸이 꽁꽁 언 소녀는 작은 성냥불로나마 언 손이라도 녹여보려 애쓴다.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불을 켤 때마다 나타나는 아름다운 것들, 맛있는 음식들이 꺼지는 성냥불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따뜻한 난로와 맛있는 음식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아이들은 바깥에 성냥팔이 소녀처럼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잘 모른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부모의 학대와 이웃의 냉대 속에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이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보여주고 싶겠지만 아름답지 못한 것, 그늘진 세상에 살고 있는 이들의 모습도 알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 장에 보스니아 내전과 관련된 설명이 실려 있어 이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