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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고서 ㅣ 지원이와 병관이 1
고대영 지음, 김영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이 작품은 두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 없이 둘이서만 지하철을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다. 길을 가면서부터 지원이는 앞서 달려가는 동생 병관이를 챙기느라 바쁜데 둘이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겪는 상황들이 전혀 낯설지가 않다. 아니, 바로 아이들과 나의 이야기 같은 것이, 장면 장면마다 비슷한 점들이 너무 많아서 책을 보다가 아이들에게 "이거 꼭 우리 이야기 같지 않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병관이는 누나가 말리는데도 자기가 표를 집어넣겠다고 떼를 쓰는데 우리 집 작은 아이도 그런 적이 있어서인지 베시시~ 웃으며 공감하는 눈치였다. 지하철 안에서 두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나 모습도 나랑 아이가 지하철을 타서 하는 행동-노선도를 보면 정거장 수를 헤아려 보는 것 등-과 너무 비슷해서 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은 지하철을 바꿔 탄 후에 살짝 잠에 빠져드는데 이 부분에서 그림 오른쪽 끝부분을 보면 바닥에 연초록 풀이 돋아나있고 강아지 한 마리가 보인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부터 현실과 꿈 속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앞서 지하철을 타기 전에 애완동물 가게 앞에서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을 드러냈던 아이들의 마음을 반영하듯 꿈속에서 아이들은 많은 개들에게 둘러 싸여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들은 나무에 매여져 있는 지하철 손잡이를 바꿔 잡으며 타잔처럼 묘기를 부리기도 하는데, 화면 중앙에 자리 잡은 지하철 문이 지하철을 타고 있는 현실과 꿈을 이어주는 통로인 셈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지원이 병관을 깨우는 부분으로, 병관의 모습을 위쪽으로 크게 확대시켜 소리를 빽 지르는 상황을 실감나게 극대화시켜 놓고 있다. 이 장면은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다고 꼽는 부분이기도 한데 마지막 장면과 함께 독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지원은 할머니 댁에 도착하여 엄마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듣자 동생을 데리고 오는 동안 고생한 것이 서러웠던지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등교할 때나 태권도장에 갈 때, 동생을 챙겨야 하는 입장인 우리 집 큰 아이도 책 내용에 공감을 하면서 그동안 동생을 데리고 다니면서 겪었던 어려움들을 종알거리기도 하였다.
이 그림책은 지하철 역 내부로 가는 계단, 매표소, 표를 넣는 개찰구,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 노선도나 광고가 붙어 있는 지하철 내부의 풍경 등이 잘 묘사되어 있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 지하철을 탈 때 어떻게 하는지 몰라- 다 큰 어른이 표를 어디에 넣는지도 몰랐으니..@@- 당황하던 때를 떠올려 보면 지하철을 타보지 못한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해볼 수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림 장면마다 물고기 한마리가 그려져 있는데 금방 눈에 띠지는 않는지라 아이와 함께 찾기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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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고 나서 아직 엄마 없이 지하철을 타본 적이 없는 4학년 큰 아이에게 혼자서나 또는 동생과 둘이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아직은 못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젓는다. 솔직히 내가 불안해서라도 아직은 어른없이 어딜-근처 영화관 찾아가기나, 버스 지하철을 타는 것 등- 보내보지 못하고는 있는데 아이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그런 연습도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