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아이 그림이 있는 책방 1
카타지나 코토프스카 지음, 최성은 옮김 / 보림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말고 "야, 너무 멋진 장소다! 우리가 살고 싶은 바로 그런 곳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와 버린, 그런 그림같이 멋진 곳에 집을 짓고 아이가 기다리는 남자와 여자. 태어날 아이가 꽃과 나무를 다칠까 염려하여 마음껏 뛰어놀지 못할까봐 정원 한 쪽에 빈터를 마련하는 세심함을 지닌 이 부부는 아이가 오기를 오래도록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그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는 오지 않고 부부들 둘러싼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빛을 잃어간다. 어느 한 쪽에서는 아기가 생기기를 간절하게, 너무도 간절하게 바라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어느 쪽에서는 책임지지도 못할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고, 또 어떤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자식을 버리는 경우도 있다. 몸과 마음으로 오래도록 운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에 문득 "많이 노력했는데 아이가 안 생겨서... 이젠 포기하고 살아."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런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을 절절하게 아파했을까...

다른 가족의 품에서 태어나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만나기로 결심한 둘은 마음의 준비 끝에 한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온 몸에 날카로운 가시가 무수히 돋아 있는 고슴도치 아이. 아이가 자라면서 받은 마음의 상처와 슬픔과 외로움에서 자라났을 가시들. 그 가시들이 몸과 마음을 찔러대며 단단하고 날카롭게 자라나기까지 아이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했을까. 그러나 아이의 모습에서 가시만을 본다면, 그 날카로움을 두려워한다면 결코 다가설 수 없을 터. 여자는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를 안아준다.

조금씩, 조금씩... 1월, 2월, 3월, 그리고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 엄마, 아빠의 품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예쁜 아이로 자라나면서 아이는 몸에서 가시가 조금씩 떨어져 나간다. 장면 장면이 전해주는 느낌이 참 아름답다. 아이와 함께 빛이 돌아온 세상은 온기 있고, 아이의 얼굴에 어린 웃음만큼이나 화사하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과 애정 깊은 말을 통해 가시가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무디어져 가면서 아이의 얼굴에 맑은 웃음이 깃드는 것이 그림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내가 옆에 없어서 많이 울었나요?" "그래, 그때 엄마는 아주 아주 많이 울었어..." 책을 읽어주던 엄마의 음성이 떨리니 아이가 나를 쳐다본다. 지금 나에게는 엄마가 슬퍼하면 함께 슬픈 기색을 하며 다독거려주는 이 아이가 있다. 하지만 만일 내가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입양이라는 단계를 거쳐 다른 사람의 몸을 통해 태어난 아이를 내 아이로 받아들인다면 이 책 속의 여인처럼 한 아이를 가슴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

입양한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기들이 낳은 자식이 있는 가정에서 공개 입양을 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도, 그리고 시부모님께서 아들을 낳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 입양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끊임없이 자문해 본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조차 날이 서고 가시 돋친 말로 가슴을 찔러대는 내가 과연 가슴으로 낳은 아이를 성심으로 사랑할 수 있을지, 몇 번을 생각해봐도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입양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엉뚱하게도 나에게 '내 무릎에 앉아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에 안겨드는 이 아이가 적을 앞에 둔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운 나를 보듬고 무디게 해주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몸에서 가시가 남김없이 떨어져 나가고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아이는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활짝 날개를 펴고 비상한다.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자란 아이는 세상으로 나가는데 두려움이 없다. 몸으로 낳은 아이든, 가슴으로 낳은 아이든, 아이의 몸에 가시가 아닌 날개가 돋아나게 해 주는 것은 부모의 진실하고 애정 어린 사랑과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임을 이 책이 일깨워준다. 가슴으로 사랑하는 법을 좀 더 배워야 하는 나에게 이 책은 끊임없이 스승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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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4-12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에 좋은 리뷰!!! 추천 들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