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그림책 보물창고 13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소리들이 존재한다. 사람의 목소리와 노래소리, 동물들의 울음 소리, 기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리, 차소리, 악기 소리 등등... 어느 정도 보편적인 평가가 적용되기는 하나 소리에 대한 판단 기준은 사람들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근사한 음악소리가 누군가에게는 소음으로 들릴 수도 있고, 시끄럽기만 한 소음같은 음악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멋진 음악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온 세상의 소리를 한 곡에 담고 싶어 했던 '찰스 아이브스'라는 현대 음악가의 생애를 담은 그림책으로, 그의 재능이나 업적 중심의 전기 형식이라기보다는 모든 소리-심지어 소음까지도-를 좋아했던 한 아이가 성장하여 어떤 음악을 만들어 냈는지를 담아낸 그림책이다. 음악가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던데 찰스의 경우에도 아버지가 마을 관악대의 단장이었던 덕분에 트럼펫, 피아노, 바이올린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

-마을 축제 때 찰리의 아버지가 각각 다른 곡을 연주하는 두 관악대를 서로 반대쪽으로 행진하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2002년에 링컨센터 주변에서 이것이 재연되었다고 한다. '링컨센터가 주도한 이 음악행사에는 '집중(CONVERGENCE):찰리의 아빠를 위한 퍼레이드'라는 제목이 붙었다'고 한다.(인용/뉴욕 연합뉴스, 2002/8/21자)

그림 중에 어린 찰리가 국자와 냄비를 들고 소리를 내려는 장면이 있는데 무언가를 부딪혀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다.(물론 옆에서 그 소리를 듣는 고양이는 괴롭겠지만..^^;;) 우리 아기들을 보더라도 손에 들고 있던 장난감을 움직였을 때 소리가 나면 신기해서 자꾸 흔들어 보지 않던가. 이처럼 새로운 소리들을 접하는 것은 아이들은 놀랍고 신기한 경험이고 유혹일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는 여러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동안 어느 사이에 '소리'란 것에 무감각해지고, 무심해지고 만다. 찰리는 자신이 자라면서 들어온 소리들을 음악으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랫동안 자신의 음악의 세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힘든 시기를 거친다. 그러다 마침내 자신의 음악이 연주되게 하고, 퓰리처상을 받게 되는 등 일상의 소리들과 소음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예술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탓에 많은 소리를 놓치기도 했지만,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로 더 귀 기울이려 노력한 덕분에 때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소리를 듣기도 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핸디캡 덕분에 소리의 소중함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 인식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찰스 아이브스의 음악들을 내가 소화해 낼 능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음악으로 담아내려 한 그의 노력에 먼저 찬사를 보내고 싶다.
-아이는 이 작곡가의 음악을 한 번 들어보고 싶다고-얼마나 굉장한 소음인지.(^^;)- 한다.

* 책을 보면서 소리를 표현하는 의성어들이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지 않고 전부 영어로 적혀 있는 것(BONG, POW, KAPOW, TATA, BOW WOW 등)이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었다. 아마도 의성어 글자 자체를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소리들을 들려주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그림 속에 포함시켜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덕분에 아이들과 영어 의성어도 소리 내어보고, 우리말로는 어떤 소리가 날지 표현해 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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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4-05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은 어찌 이렇게 긴 서평을 논리정연하게 잘스시나요? 한수 알려주셔요

아영엄마 2006-04-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저는 리뷰 못 쓰는 축에 속하는데요. 잘 쓰시는 분들께 고견을 구해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