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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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모해 보이면서도 그 용기와 도전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책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인물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아내곤 하는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작품으로 1974년, 완공을 앞둔 쌍둥이 빌딩 사이에 실제로 줄을 걸고 그 위에서 노닐었던 거리의 곡예사 필립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상에서 400여 미터 높이의 상공이라니, 과연 얼마나 높을 것일까? 10여층 이상의 건물에 가본 일이 거의 없는 나나 아이들에게는 솔직히 감이 오지 않는 높이이다. 일반인들은 3m만 되어도 아래쪽을 보면 현기증이 나고 어질어질한데 그 열 배가 넘는 높이에서 줄 하나에 의지하여 걷고, 묘기를 부리는 일은 아무리 그가 줄타기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필립은 쌍둥이 빌딩을 바라볼 때 빌딩의 거대한 높이보다는 그 건물들 사이의 거리, 즉 줄을 맬 수 있는 공간에 시선을 둔다. 하고 싶은 마음. 하겠다는 의지. 추락하는 날에는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요, 성공하더라도 경찰들에 의해 체포될 것이 뻔한데도 하고야 말겠다는 마음 하나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건물 사이에 줄을 매고 그 위에 오르는 도전을 행한 것이다. 과연 그가 명예나 자신을 주목하게 될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목숨을 담보로 한 그 도전은 분명 한 편의 드라마처럼 극적인 모험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했던 필립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로 2001년 9월 11일에 일어난, 너무도 충격적이었던 비행기 테러… 이 날 많은 승객을 실은 비행기가 인질범들에 의해 납치되어 쌍둥이 빌딩을 향하여 돌진, 건물과 충돌하면서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뉴욕의 명물이었던 쌍둥이 빌딩(뉴욕 세계무역센터)이 무너져 내렸다. 새벽에 비행기가 빌딩으로 날아가 부딪히며 폭발하는 그 어이없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설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현실이겠어, 영화의 한 장면이겠지 하는 생각부터 들었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 "이제 쌍둥이 빌딩은 사라져 버렸습니다"라는 문장을 접하고는 그 때의 황망하면서도 기막혔던 순간이 떠올라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졌다. 책에는 쌍둥이 빌딩이 사라진 이유, 즉 테러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인 테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인간은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워 그토록 잔인한 일들을 행하는 것인지… 활기가 넘치던 마을이 이제는 사라졌다는 마지막 한 장면으로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을 보며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던 아이들이 이 책을 보며 '왜 그런 무서운 일을 하였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궁금해 하고 놀라워 하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쌍둥이 빌딩, 이제 우리 아이들은 실제 모습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게 되어버렸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하지만 건물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람들의 기억도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비록 쌍둥이 빌딩은 테러로 인한 아픈 상처를 안고 사라져 버렸지만 무모한 도전을 했던 필립의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쌍둥이 빌딩 역시 비록 그 위용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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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3-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