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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감 듀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80
피터 러브제이 지음, 강영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7월
평점 :
로버트 레드포드 & 폴 뉴먼 출연, 스콧 조플린의 경쾌한 재즈 명곡 "The Entertainer"의 선율이 흐르는 영화 <스팅>은 마지막 반전에 어리둥절해 했던 것과 몇 번을 봐도 재미난 영화로 기억에 남아 있다. <가짜 경감 듀>을 읽으며 이 영화가 떠오른 것은 금방이라도 들통날 것 같은 조마조마함과 살인이라는 비극이 일어나긴 했지만 희극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등장인물이나 문장들 때문이다. 완전범죄를 꿈꾸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위기를 모면할지 궁금하여 끝을 보지 않고서는 궁금증을 해결할 길이 없는 이 선상미스터리는 책을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가까 경감 듀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행하는 일이라고 해야 돌아다니며 이런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뿐... (물론 이런 사소한 대화 속에서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잡아낼 수 있으므로 독자들은 한 문장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아야겠지만... ^^) 우선 이 책의 초반에 실존인물인 찰리 채플린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런던으로 금의환양하는 장면이나, 어뢰에 명중되어 침몰하는 "루시타니아호 사건" 또한 실제로 역사 속에 있었던 일로 이를 작품 속에 적절하게 결합시켜 놓았다. 후반부의 배의 주행마일 수를 맞추어 현상금을 받는 콘테스트 장면에서 <맛>에 실린 "항해 거리 Dip in the Pool"가 생각났는데, 대형 여객선을 배경으로 한 이 책에서도 승객들을 위해 버라이어 콘서트니 가장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가 묘사되어 있다.
연극배우 아내를 둔 치과의사 월터, 자신을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처럼 생각하며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도 해내는 알머나 딸이 부호의 아들과 연결되기를 바라며 안달하는 엄마,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벌이려는 부부 도박단 등의 등장인물이 호화여객선 모리타니아 호에 승선하여 얽히고 설히게 되는 이 작품은 책 뒤편에도 적혀 있듯이 "화법과 플롯의 교묘함, 사실적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살인과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지만 60년이 지나도 비밀이 풀리지 않는 가짜 경감 듀에 관한 이야기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결말과 싱거운 듯하면서도 코믹적인 요소를 가진 추리소설이다.
*루시타니아호사건- 1915년 5월 7일 영국 호화여객선 루시타니아호(號)가 독일 잠수함에 격침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