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페피와 비밀 이름 ㅣ 미래그림책 39
질 패톤 월시 지음, 피오나 프렌치 그림,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같은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와 관련된 책도 많이 나와 있는데 무덤과 관련된 이런 조형물들이 이집트 사람들에게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유한한 현세의 삶보다 영원하다고 믿은 사후의 세계를 더 중요시하였으며 특히 왕의 경우 왕의 자리에 오르면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것이 자신이 묻힐 무덤을 만드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주인공인 페피의 아버지는 피라미드안의 벽화에 그림을 그리고 새기는 사람으로 투트모세 왕자의 무덤에서 하는 일을 맡게 된다.
페피는 딱 한 번밖에 본 적이 없는 사자를 그리러 가신 아버지를 위해 사막으로 달려가 사자에게 자신의 앞으로 나오라고 외친다. 페피는 무서워 떨면서도 무시무시한 사자의 비밀 이름을 알아맞힌 덕분에 사자를 무덤으로 데려갈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과 왕자의 ‘비밀 이름’은 고대 이집트에서 ‘상형문자’로 표현되어 있다. 비밀 이름은 새 모양, 물고기 모양, 산 모양, 구부린 철사 같은 모양의 상형문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책의 마지막 장에 실린 상형문자와 이에 해당되는 알파벳을 적은 표를 참고로 하여 영어 문장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가령 사자의 비밀 이름에 해당되는 상형문자를 풀이하면 ‘사막의 천둥(Desert Thunder)’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동물들의 비밀 이름도 각 동물의 특징을 잘 짚어내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책의 마지막 장에 여러 가지 사물이나 동물을 본뜬 작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상형문자’에 대한 설명과 책에 나온 비밀 이름의 풀이가 나와 있다. 페피가 아버지를 위하여 사자 이외에 매, 악어의 비밀 이름을 알아맞혀 무덤으로 데려가고, 뱀의 경우에는 스스로 찾아와 자신을 데려가 줄 것을 부탁하는데 아버지가 이들을 보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구경을 한다. 그래서 아버지는 고양이의 모습도 그림에 남기게 되는데 나중에 투트모세 왕자가 무덤을 구경하러 왔을 때 동반한 고양이도 얼룩고양이다. 투트모세 왕자의 무덤에서 고양이를 위해 만든 석회암 관이 발견된 것이나 그림으로 그려진 것 등을 보면 이집트인들의 생활에서 고양이가 차지한 비중이 컸음을 알 수 있다.
책 내용 중에 호루스 신이 매의 모습을 하고 있다거나, 세베크신이 악어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리스로마의 신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집트 신의 경우 강한 힘을 지닌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의 문화와 이국적인 화풍을 즐길 수 있으며 마치 암호 같은 상형문자를 풀이하는 재미가 포함된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