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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를 찾아서 ㅣ 동화 보물창고 12
오미경 지음, 홍선주 그림 / 보물창고 / 2005년 12월
평점 :
이 동화는 금척고분(금자 무덤)에 관한 전설을 바탕으로 하여 돌배라는 아이가 아픈 어머니를 위하여 전설 속의 금자를 찾아 떠나서 겪는 일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작품이다. 자신의 말을 지키지 않은 돌배로 인해 벌어진 소동을 매로 다스린 후 훈장님은 아이들에게 사람의 몸을 재면 병이 낫고, 죽은 사람의 몸을 재면 다시 살아나는 효험을 지닌 금자라는 보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이 훈장님이 돌배를 나무라시며 하시는 말씀 중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있다. - "때론 신의가 힘보다 더 큰 일을 해 낼 수 있다는 걸 명심해라." 공부를 하면서도 나가서 놀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돌배지만 '애비없는 후레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고, 아부지가 없어 지게를 진다는 놀림을 받곤 하던 아픈 상처가 있는 아이이다.
자식들은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그분들의 낳으시고 기르신 은혜와 수고로움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면서도 당연히 받을 것을 받는 냥 지내다가 막상 부모가 죽음을 목전에 두거나 돌아가시게 되면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불효에 대한 후회가 하늘을 찌르게 된다. 돌아가신 후 땅을 치고 후회를 하고 대성통곡을 한들 망자가 살아 돌아오시지는 않으니 살아계실 때 효를 다하여야 하건만, 성현의 말씀과 가르침을 있고 이런 이치를 알면서도 자식은 늘 부모의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이를 깨닫게 되는 모양이다. 산에서 나무를 해오다 쓰러지신 어머니가 한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들은 돌배는 훈장님을 찾아가 금자가 있는 곳을 가르쳐달라고 떼를 써 경주 고을쯤 될 것이라는 답을 얻고는 곧 길을 나선다. 산도 넘고 강도 건너서 가야 하는 멀고도 험한 여정이지만 그의 곁에는 물에 떠내려가는 걸 구해준 후 기르게 된 개, '제비'가 있어 덜 외롭다.
돌배는 금자를 찾으러 가는 길에 도적에게 잡혔다가 겨우 탈출하기도 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덕구 모자의 도움과 보살핌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금자를 찾아 길을 떠난다. 길 떠나는 돌배에게 덕구가 연리목- 두 나무 줄기가 하나로 붙은 나무로 부모와 자신 간의 정을 이어준다는 뜻이 담긴-으로 직접 만들어 선물한 거북'은 이후 돌배의 심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길 떠난 지 열흘이 넘고서야 경주 근처에 도착한 돌배는 꿈에서 금자를 묻었다는 할아버지를 만나 금자는 병만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삼라만상을 잰다는 말과 함께 또 한 번 '신의'에 대해 말을 듣게 된다. 아이들의 손에서 목숨을 구해 준 구렁이를 따라가 마침내 금자를 발견한 돌배!
그러나 꿈에도 그리던 금자를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 돌배가 겪어야 할 고난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한 돌배를 참으로 커다란 시험에 들게 한다. 자신에게 커다란 은혜를 베푼 덕구 어머니의 죽음... 제비의 희생과 죽음, 단 한 번 밖에 쓸 수 없는 금자.... 나라면 과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짐승도 은혜를 안다지만 내 부모의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임을 생각해 본다면 어머니를 살리고자 하는 돌배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신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흥미진진한 다양한 사건들과 탄탄한 이야기 구조, 그리고 재미가 결합된 이야기라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금자를 얻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살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면 행복한 결말일지언정 결말이 싱거운 이야기로 끝났을 이 이야기에 새로운 갈등구조를 설정한 작가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을 읽은 아이가 사람의 목숨을 살린다는 '금자' 이야기는 지어낸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금척설화/금척고분"의 내용을 찾아 보여주기도 하였는데, <삼국유사>에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가 하늘로부터 받았다는 '금척(금으로 만든 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금척고분(금자 무덤)은 경북 건천읍 금척리에 있는 실제로 있는 무덤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