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이불 - 제3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20
최지현 외 지음, 이상현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푸른책들' 출판사가 주관하는 '푸른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 네 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의 주제는 '가족'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아이들에게 매우 소중한 공간으로, 그 공간이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커다란 타격을 주게 된다. 부모의 반복이 가져오는 집안의 차가운 분위기도 견디기 힘든데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통 받는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려는 이유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던 가족이 어른들인 엄마 아빠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조각난다 싶으면 부모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이보고는 싸우지 말라, 싸우는 것은 나쁜거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엄마 아빠는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싸움을 정당화하고 '별거' 나 '이혼'을 통해 양쪽으로 갈라서 버린다.

 <조각보 이불>은 서로 다른 색, 다른 무늬의 조각을 이어 붙여 만드는 조각보처럼  어울리지 않는 가족이 모여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가 안 계신 가정에서 자라는 윤서와 지민이는 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는 사이이다. 지민엄마의 제안으로 윤서네가 그 집으로 들어가 살림을 합치지만. "혈연관계가 있어야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윤서의 언니로 인한 불협화음은 아버지의 재혼으로 가출로 이어진다. 아이로서는 이미 엄마와의 한 번의 결혼을 통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으면서 다시 결혼하여 새로운 가족을 가지려는지 아빠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천조각이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각보 이불로 탄생하듯 서로 다른 가족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세번째로 실린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며>라는 작품은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옛날 생각이 나서 슬쩍 웃었다. '로보트 태권V 와 마징가 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고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이 나말고도 많았을 것이다. ^^ 이 작품은 엄마 아빠의 냉전으로 불안에 하는 아이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순찰을 도는 모범 시민인 아빠와 아침마다 건물 앞이며 골목을 치우곤 하는 엄마는 누가 보더라도 착한 어른인데 왜 싸우는 것일까? 아이에게 "착하면 안 싸운다."라고 하는 엄마 아빠는 언쟁을 벌이고, 눈물을 쏟고, 침묵한다. 그 모습에 아이는 싸우지 말라고, 이혼은 안 된다는 텔레파시를 열심히 보내지만 엄마 아빠에게는 전혀 통하지가 않는다. 이 작품을 읽다가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부모가 반목을 거듭하다 이혼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아야 했던 사촌동생들 생각이 나서 우울해지기도 했는데 자라는 아이에게 가정의 화목만큼 좋은 선물은 없는 것 같다.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는 시골에서 살던 할머니가 올라오신 후 새로운 친구를 사귀시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 새로운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이미 노년으로 접어든 분이 새 사람을 맞이하고 싶어 하면  장성한 자식의 입장에서는  "자식들이 있는데 다 늦은 나이에 무슨 주책이냐"는 말부터 나오기 쉽다. 그러나 노년의 나이에도 서로를 의지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상대가 필요할 것이다. 속담 중에 "열두 효자가 악처 하나만 못하다/밝은 밤이 흐린 낮만 못하다"하여 자식이 제아무리 효도를 잘 해도 악한 처가 봉양하느니만 같지 못함을 이르는 말도 있듯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 노년을 짝 없이 홀로 보냄이 사는 낙의 많은 부분을 잃고 지내는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부가 오래 오래 사이좋게 해로하였으면 좋겠다. ^^*

마지막에 실린 <최소리네 집> 또한 편모슬하의 가정을 다루고 있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가 있는 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의 통역사 노릇을 하는 소리가 친구인 혜경이와 반목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형태는 고정적인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 아빠가 다 있어야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언니, 동생이 다 있어야 가족인 것은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씀처럼 현대의 가족의 형태는 과거의 전통적인 가족상을 벗어나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편모, 편부, 또는 조부모 슬하에서 크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안다. 그들을 편협한 시각으로 대하여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나 또한 명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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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7 0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5-12-0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꼭 읽어 봐야겠다고 벼르던 책이군요. 벼름만 오래가는 건 왜일지요. 에구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