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호동 왕자 (양장) 푸른도서관 11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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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뢰제의 나라>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작가 강숙인씨의 작품을 인터넷 서점에서 살펴보면서 우리나라의 역사나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등장시킨 작품을 몇 편 쓰신 것을 알게 되었다. 전해지는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역사 소설은 현재의 일이 아니라 당사자가 살아 있지 않은 과거의 일에 대해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쓰는 것이다. 그러긴 하나 작가는 역사에 관한 지식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관련 자료를 찾고, 역사적인 사실에 입각하고 있는지에 관한 고증도 필요하므로 힘든 창조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삼국사기> 대무신왕 편에 실린 짧은 이야기 속의 호동 왕자에 관한 기록을 보고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어릴 때부터 종종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은 인물들이다.

- 70년대이던가, 호동왕자(인형극)를 방영했는데 그 때 듣던 노래가 생각나 가사를 찾아봤음
"호동왕자님! 호동왕자 가는 길 누가 막으랴 비겁한 오랑캐야 모두모두 나서라~ (생략) "
노래 가사를 보면 낙랑공주와의 사랑보다는 오랑캐를 무찌르는 용맹한 이미지의 호동 왕자를 그렸던 듯..
 
 이 책은 고구려의 세번째 왕, 대무신왕의 두 번째 부인에게서 난 왕자 호동의 꿈-태자로 책봉되는 것, 고구려를 강대하게 만드는 것-과 낙랑공주와의 사랑, 호동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길 등을 통해 사랑과 야망(조국을 위한다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초반부에 대무신왕이 들려주는 이야기나 호동의 기억 등을 통해 동명성왕에서 비롯된 고구려 역사도 간략하게 살필 수 있다. 고구려의 왕자 호동 호동과 낙랑의 공주 예희는 그 두 사람의 신분으로 인해 마음가는대로 사귀고, 애정을 나누고, 혼인을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을 것이다. 동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왕자나 공주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라의 안전이나 국익을 위해 정략결혼의 형태로 혼사를 치르고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낙랑으로 향하는 호동에게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낙랑에 있다는, 스스로 울려 적의 침입을 알려주는 자명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제거하려 하는 호동. 그는 아버지에게 "고구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 호동이 낙랑으로 가서 공주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후 낙랑에게 자신에게 오기 위해서는 자명고를 찢을 것을 요구한다. 호동에게는 조국을 위한 일이라는 명분이 있었고, 그에게는 사랑보다 조국이 먼저였다. 그러나 한 나라의 공주의 신분인 예희는 조국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다. 죽음이 예견된 사랑을 말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 한 여인을 마음 속 깊이 사모한 '마루'는 조국보다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한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사랑과 야망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랑과 야망의 우선 순위는 과연 남녀의 차이일까, 개인의 차이일까? 역사 속의 인물들 중에는 사랑을 위해 신분을 버린 사람도 있고, 야망을 위해 사랑을 희생한 사람도 있는데 이것이 꼭 어느 한 쪽이 남자거나 여자로 양분되지는 않는 것을 보면 개인의 차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는 각기 다른 선택을 했고 그 결과 이 둘의 사랑은 비극적인 결과만 낳았다. 약소국이었던 낙랑의 공주가 호동처럼 사랑보다 조국을 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이 둘의 사랑은 좋은 결과를 얻었을까? 사랑보다 야망이 먼저였던 호동을 비난해야 할까? 조국을 등지고 사랑을 선택-이 책의 내용으로 말하자면 호동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선택-한 예희를 비난해야 할까? , 이 또한 개인적인 선택의 기준, 또는 우선으로 두는 순위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오리라 여겨진다. 생각의 여지가 많다 보니 리뷰 쓰는 것마저 지지부진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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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5-12-0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듣던 이야기의 무작정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더 좋았는데, 냉혹한 국제질서의 피해자라니... 마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같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