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보낸 하루 미래그림책 38
라인하르트 미흘 글. 그림, 이미옥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세 남자 아이가 배를 젓는 노며 낚싯대며 빵봉지를 챙겨 들고 아침부터 강으로 간다. 세 아이가 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큰 배도 있다. 동그랗게 생겨서 돌돌돌 굴려갈 수 있는 도넛 모양의 배... 요즘 아이들이 물놀이 할 때 타고 노는 알록달록한 무늬가 그려진 비닐 튜브 말고 예전에 해수욕장에 가면 여기저기에 한 무더기씩 쌓여 있던 큼지막하고 시커먼 고무 튜브 말이다. 그 땐 그걸 "쥬브~"라고 불렀었는데 지금 다시 그렇게 불러보니 이 명칭이 왜 그리 촌스럽게 느껴지는지.. 하긴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수영복에 몸 여기저기에 모래를 묻히고 검은 쥬브 옆에 서 있는, 퇴색한 사진 속의 예닐곱 살의 여자아이도 촌스러워 보이긴 마찬가지이다.

 하루 온종일, 아무도 모르는 자신들만의 비밀장소가 있는 강에서 놀기로 한 아이들에게 그 하루는 얼마나 특별할까... 열린 자연의 품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다. 언젠가 한여름의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이것저것 물건-한나절을 보내는데 필요한 음식이며 책, 그림도구 등-들을 챙겨서 근처 공원으로 간 적이 있다. 찬 없는 밥을 먹고, 딱히 뭘 갖고 놀지 않아도 여기저기로 뛰어 다니거나 큰 나무 밑 주위를 탐색하고 다니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두 아이가 합심하여 자그마한 돌멩이들을 쌓아 탑을 만들기도 하고, 주운 막대기로 흙바닥에 그림도 그려보고, 놀이터에 가서 모래놀이를 하는 사이에 여름 낮의 긴 더위가 한풀 꺾여 잦아들고 있었다.  

 파울, 루카스, 톰에게 강은 집처럼 편안한 장소이다. 문어 괴물의 팔처럼 생긴 무시무시해 보이는 나무도 무섭지 않다. 그들은 혼자가 아니니까... 이들은 늪지에서 굉장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진흙으로 한바탕 신나는 놀음을 하고, 물 속으로 잠수를 하기도 한다. 물을 무척이나 무서워하는 딸아이는 이 장면을 보면서 자기도 이 아이들처럼 수영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부러움을 표한다. 아이들은 괴물 나무를 길들이고, 신기한 조개와 예쁜 돌무더기로 이루어진 '퓨마섬'에서 찾아낸 보물들을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 숨겨 놓기도 한다. 

 강에 배를 띄운 세 아이가 그 위에 앉아 노를 젓지도 않고 '정글'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것을 막아서는 것은  '강철 괴물'이 버티고 있는 댐이다. 그 곳에서 아이들은 강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본다. 수문을 통해 쏟아져 내리는 거센 물살이 만들어 내는 강의 얼굴은 정말 커다란 입을 한껏 벌려 "껄껄껄~"하고 웃는 것 같다. 강은 그 커다란 입으로 루카스가 던진 나뭇가지도 꿀꺽 삼켜 버린다. 강철괴물도 그렇고, 강의 웃는 얼굴도 그렇고, 사물의 모습에서 또 다른 형상을 발견해 내는 일은 풍부한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기만 하여도 가능한 일이지 싶다.  
 
 배도 고프고 오늘 찾아 낸 보물도 숨겨야 하는 세 친구는 자신들만의 비밀장소에 도착하여 그 곳에서 산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에바'라는 아이를 만난다. 하늘탑은 나무 위에 널빤지를 깔고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집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 공간이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근사해 보인다. 오해를 풀고 친구가 된 네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근사한 간식을 먹으며 해가 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하루 종일 놀아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하루해는 너무나 짧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되어 줄 내일이 있고, 새로운 모험이 찾아 나설 수 있는 꿈의 세상이 있지 않은가. 달빛은 어둠이 깃든 강에도, 꿈나라로 떠난 아이들의 방 창문에도 깃든다. 모두 한 세상에 속해 있음이다.

 앞속지에 실린 아이들의 이동 경로가 표시된 <위에서 바라본 강>의 지도와 뒤속지에 실린 본문 속에 나온 동물들의 그림이 찾아보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어 아이들이 책장을 이리저리 넘기며 한참동안 그림들을 살폈다. 저자의 어린시절을 담고 있는 이 그림책 덕분에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억 속으로 뛰어 들어 하루 내내 세 아이와 함께 강에서 노닐다 온 것 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5-11-23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보고 싶은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