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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살린 피닉스 ㅣ 상상의 동물 6
김해원 지음, 키릴 촐루슈킨 그림 / 길벗어린이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한자어로는 불사조(不死鳥), 즉 죽지 않는 새인 피닉스는 널리 알려진 상상의 동물이다. 영원한 삶을 반복하는 피닉스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타오르는 불꽃이 연상된다. 이 그림책은 피닉스가 불에 타 재가 되면 그 속에서 어린 새가 다시 태어나 피닉스로 성장하는 전설을 이야기 속에 담고 있다. 처음에는 언뜻 까마귀가 연상되는 검은 새가 등장하는데, 사람들에게 자신으로 인해 모래 바람이 분다는 오해를 받는 검은 새를 태양신 라가 가엽게 여기고 노를 던져 준다. 이후 검은 새는 노에서 자란 향나무에 앉아 태양신을 보좌하는데 어느 날 커다란 뱀인 아페프가 태양신을 땅 밑으로 끌어 들이는 일이 발생한다. 이집트 신화에는 무지한 편이라 인터넷으로 검색을 좀 해 봤는데 이 부분은 신화로도 전해지는 내용이다.
태양신 라가 아페프에 의해 지하세계로 끌려들어가게 된 상황에서 검은 새가 나타나 그를 구한다. 그러자 태양신은 새에게 빛을 나누어 주고 '피닉스'라는 이름을 주는데, 그 후 피닉스는 제 몸을 불살라 다시 한 번 라를 구하고 흰 재로 화한다. 이로 인하여 마감했을 삶을 태양신 라는 신들을 불러 모아 부활을 명하는데 피닉스의 부활은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가 맡는다. 내용 중에 등장하는 이집트의 신들-태양신 라, 부활의 신 오시리스 등등-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두상은 동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책을 보다가 아이가 전에 이집트 신이 나오는 책(한 권은 만화책이다..^^;;)들을 본 기억이 나는지 그 책들을 가져와서 그림 속의 신의 모습과 비교해 보면서 어느 신이 무슨 신인지 짚어 보기도 했다. 초반부터 등장하는 태양신 라는 매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사람의 얼굴을 한 신이 오시리스이다.
이 그림책은 상상의 동물 시리즈 중의 한 권인데 그림을 담당한 사람이 달라서인지 화풍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유니콘과 소녀/에우게니 팟콜친>이 섬세한 면이 돋보였다면 키릴 촐루슈킨이 그림을 그린 이번 책은 세부적인 면까지 스케치하였으며, 그림에 따라 그림의 구도를 잡기 위해 삼각형이나 원을 그려 놓은 것도 고스란히 남겨 설계도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이집트 벽화를 간간히 그림 속에 포진시켜 이집트의 이미지가 잘 표현되어 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피닉스는 생성과 소멸을 겪으며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알 것이다. 이는 태양이 밤이 되면 사라졌다가 아침이면 다시 떠올라 찬란한 빛을 비추는 태양의 행적과 닮아 있다. 불사조에 대한 전설은 동서양 모두에 존재한다니 이에 관해서도 한 번 검색을 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