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코의 질문 푸른도서관 10
손연자 지음 / 푸른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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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고, 3일 뒤 나가사키에 두번째 폭탄이 떨어졌다. 5년 이내에 27만 명이 죽어 나간 참사..  <마사코의 질문>에서 할머니는 마사코에게 이렇게 말한다. "마사짱, 하여튼 우린 당했단다. 우린 피해자란 말이야." 그래서 마사코는 물어본다. 뭘 잘못해서 그랬냐고... 일본인들도 원폭투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으니 자기네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는 여전히 그들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 모르는 이들이 존재한다. 툭하면 망언을 일삼는 일본 고위층 관료들이나 군주주의의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세력들을 보면 언제 그들이 <긴 하루>에 나오는 데라우치 선생님처럼 무릅꿇고 진심으로 "유르시데구다사이(용서해 주십시오.)"라고 말할 날이 올지 요원해 보인다.그리고 비단 일본 뿐만이 아니다. 자신들만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내세워 전쟁의 명분을 만들고 수 많은 사람들을 화염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 이들에게 나 또한 마사코처럼 묻고 싶다.
"왜 전쟁을 해?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어?"

이 책에는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제 치하에서 고초를 당한 이들의 이야기만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인물들이 다른 처지, 입장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다양한 시점을 제공하고 있다.
조선말을 했다고 선생님께 손에 피멍이 들 정도로 맞은 아이,
아내 목숨 같은 백동 은나비 괴목장을 지키려했던 방구 아저씨,
반면, 일본 황실을 위해 일한 덕분에 남작의 지위를 받은 아버지를 둔 가즈오,
지진으로 인한 혼란의 와중에서 조선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광분한 일본인들에 의해 끌려 간 겐지,
열두 살에 끌려가 험한 공장 일에 이어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안고 돌아 온 은옥이... 등등  
생체실험을 당한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도 실려 있긴 하지만,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인물이 아니고 책에 실린 이야기가 실화가 아닌 지어낸 이야기라 할지라도 책을 읽노라면 마음 한구석이 아릿하게 저려 올 수 밖에 없다. 우리 선조들이 일제치하에 겪은 일들과 과히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꽃잎으로 쓴 글자>에서 승우의 아버지는 나라와 민족의 뿌리가 '얼과 말고 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말과 글을 쓸 자유를 빼앗긴 때가 있었다. 아플 때 저절로 튀어나오는 '아얏!' 소리조차 '이따이!"라고 해야 했던 일제치하 시절에 그들은 황국신민화, 내선일체를 외치며 나라의 말을 빼앗고, 성과 이름을 빼앗고(창씨개명), 논밭을 빼앗고, 우리나라의 젊은이들과 여인들을 강제로 데려 갔다. 일본이 우리 민족에게 가한 악행을 하나하나 듣고, 보고, 읽노라면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은 내가 그러할진데 그 악몽의 시간에 목숨을 연맹하며 살아야 했던 많은 분들은 어떻겠는가...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을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어 넘길 수 없는 것은 이 땅의 우리 민족 또한 일본인들에 의해 억압과 갖은 치욕을 당하고, 생체실험 등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에 힘이 없었기에 모든 것을 빼앗기고 살아야 했던, 자기 나라 여인네들을 지키고 보호할 힘을 지니지 못했기에 수많은 젊은 여인들이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하고 짐승들의 노리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 부끄러운 역사.... 아이가 이 책을 읽으며 '나라'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나라가 힘이 없을 때 소속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치욕을 당하고, 어떤 억압을 당하고 사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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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0-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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